영화읽기 - 시체가 돌아왔다
상태바
영화읽기 - 시체가 돌아왔다
  • 승인 2012.03.29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독특하고 유쾌한 범죄사기극

 

최근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유가와 물가로 인해 안 그래도 빠듯했던 경제 살림이 더 빠듯해지면서 사람들의 얼굴에서 여유로운 미소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팍팍한 세상에 그나마 우리에게 단비 같은 웃음을 전해주는 TV 프로그램 덕분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큰 웃음 한방에 날려버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웃음은 우리 몸에 엔돌핀을 전해 주면서 삶의 활력소를 제공해 주고 있어 요즘 같은 세상에는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사실 영화를 보러가는 관객들 역시 대부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영화 관람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 우리나라 영화의 경우 항상 폭풍눈물 같은 감동이 있어야 흥행에 성공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억지 감동을 주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보니 필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 같은 것 없이 그냥 웃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도 꽤 있었을 것인데 드디어 오랜 숙원을 풀어주는 영화 한 편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지금껏 봐왔던 매뉴얼화된 한국영화의 클리셰를 과감히 뒤집으며 완전 신선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매사 이성적이고 치밀한 연구원 현철(이범수)과 매번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동화(김옥빈)는 오로지 시체를 훔쳐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해 보였던 그들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인물 진오(류승범)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서로 목적은 다르지만 시체를 훔치기 위해 셋은 한 팀이 되어 본격적인 작전에 나서게 되고 또 다른 목적으로 시체를 쫓는 일행과의 추격이 시작된다.

재기발랄한 영화인들을 발굴하는 영화제인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우선호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시체가 돌아왔다’는 감독의 외할아버지 장례식에서 ‘시체가 바뀌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렇듯 독특한 소재로 출발한 영화는 빠른 전개와 함께 강력한 캐릭터로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극을 이끌어간다. 특히 평소에도 범상치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류승범이 온 몸 던지는 ‘똘끼’ 충만한 연기는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평소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생각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시체가 돌아왔다’는 개연성이 부족한 어이없는 영화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사실 영화는 우직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보다는 에피소드 중심의 이야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나마 이범수가 이러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김옥빈과 고창석, 유다인 등 조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면서 자칫 류승범만의 영화가 될 뻔 한 것을 살려주고 있다. 여하튼 스트레스 충만한 모든 현대인들에게 괜히 영화 보면서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를 추천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