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천연물 신약,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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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천연물 신약, 무엇이 문제인가?
  • 승인 2012.03.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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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조

이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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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 신약에 대한 한의협의 시급한 대책을 요구한다”

 

이 성 조
천연물 신약 개념의 왜곡

 천연물 신약의 본래 의미는 ‘Natural Product’라고 표현되어 지는데, 풀이를 하자면 천연물에서 단일 컴파운드를 추출한 것을 의미하며, 그 성분을 대량 생산과 가격 경쟁을 위해 화학적으로 합성한 약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쓰인다.

천연물에서 성분을 추출하여 약리기전과 타깃 등을 밝히고 독성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여 임상시험 후 의약품으로 허가를 득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데, 예를 들면 아스피린 탁솔 타이플루 징코민 등이 대표적인 천연물 신약이다.

그러나 장일무 교수(전 서울대 약대 교수, 현 경희대한의대 석좌교수)가 본래의 천연물 신약의 개념(natural product)과 한약(한방제제, herbal medicine or botanical drug)이 개념을 뭉뚱그려 통합하여 정의하고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개념을 왜곡시키기 시작하였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한의서에 실려 있는 모든 처방 및 한의사들이 쓰고 있는 가전비방 및 개별 처방은 물론 어떤 형식의 한약도 천연물 신약이라는 이름으로 품목허가만 받으면 양의사와 양약사가 쓰는데 기본적으로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것이 현재의 판단이다.(물론 그런 의도를 당장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아주 심각한 상황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러한 왜곡의 기원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1992년 당시 과학기술처에서 시행한 국책연구사업인 G7프로젝트 중 하나의 과제인 ‘신동의약 개발사업’의 주관 연구기관을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로 선정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5년간 약 70억 원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받아가며 1997년에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여러 가지 연구와 실험으로 기본적인 베이스를 만들었고, 이런 과정이 토대가 되어 천연물 신약의 하나인 ‘조인스정’을 만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생약제제가 천연물 신약으로 둔갑

이후 2000년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이 제정되고 나서 왜곡에 탄력이 붙고, 2005년 장일무 교수가 천연물 신약 개념 왜곡을 완성하게 된다.

즉, 한의계가 1993년 시작된 한약분쟁으로 한의약을 지키기 위해 약사들과 사생결단으로 싸우고 있을 때 이미 왜곡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전문의 문제와 양의사 침사용 문제 등으로 한의사협회가 내홍에 빠지면서 이런 심각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조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잘못된 개념에 바탕을 두고 천연물 신약이라는 이름으로 몇몇 제품이 출시되었는데, 그 수준은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되면 건강보조식품에 해당된다. 다시 말하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건강보조식품을 신약이라는 이름으로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생약(제제)이라는 용어를 이용하여 한약을 양의사들이 사용하는 근거로 삼았듯이 천연물(신약)이라는 용어를 이용하여 한약을 양의사들이 사용하는 근거로 삼을 뿐, 한약(제제) 생약(제제) 천연물(신약)은 모두 한약이라고 단정 지어도 틀리지 않는다. 이것이 진실이다.

약사법에는 양약과 한약만이 있으며, 생약이라는 용어로 한약을 정의할 때 부연설명하기 위해 단 한번 나온다. 즉 상위법인 약사법에는 양약과 한약만이 존재하며, 생약의 정의는 「대한약전」에 들어 있으며 관련 조항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그곳에 쓰이고 있는 생약이라는 단어를 들어내고 한약으로 대체하여도 하등의 모순 및 의미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대한약전」에 의하여도 생약은 한약의 또 다른 별칭(약사들이 사용하는)일 뿐인 것이다.

천연물에 대한 정의는 천연물신약연구 개발촉진법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한약(=생약)의 개념에서 광물이 빠진 개념과 같다. 이러한 것을 종합하면 한약이라는 용어는 생약의 본디 이름이고 천연물을 온전히 포함하는 의미인 것이다.

이런 상관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는데, 애엽추출물인 스티렌정의 변신과정이다. 한약인 애엽이 스티렌정으로 2002년 허가 받을 당시에는 자료제출의약품인 생약제제로 허가 받았는데, 정부는 스티렌정을 천연물 신약개발 연구촉진 계획의 성과물로 과장 홍보하더니(자료제출의약품인 생약제제로 허가 받은) 스티렌 정을 2005년 이후 천연물 신약으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다시 한번 부연설명 하자면, 의사들이 쓸 수 없는 생약제제로 허가 받은 스티렌정을 천연물 신약으로 둔갑시켜 의사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양약의 범주로 끌고 가버린 것이다.

"어느 광고에서 ‘보약’을 삭제하듯 ‘한약’ ‘한의약’ ‘한의사’를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저들…, 이제 시급히 대책을 세우고 행동하는 일만 남았다."

한의학이 처한 위기

천연물 신약의 실체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청한 등에서는 의약분업을 감수하면서까지 처방권을 달라고 읍소를 하고 있으니, 이들은 약사 산하단체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하여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다 옳다고 가정하여도 온 집을 다 빼앗기고 뒷방 하나 쓰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오목배기 둥지에 뻐꾸기가 알을 낳으면 이 알이 제일 먼저 부화하여 다른 오목배기 알들을 다 밀어 떨어뜨리고 자기만 둥지에 남아 오목배기 어미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커 가는데, 한의학이 지금 이런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우리는 93년 한약 분쟁의 결과로 한의사 한약사 양의사 양약사의 이원적 의료체계를 확립하게 되었고, 최근에 이르러서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되어 독자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으나, 천연물 신약이란 이름으로 모든 한약이 양약화 된다면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한의약육성법은 뻐꾸기 새끼의 먹이가 되고 말 것이다.

왜곡된 천연물 신약이라는 관점에서 저들이 우리를 바라본다면 한의약의 온전한 구석이 단 한곳도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미 약사들은 내부적으로 첩약을 제외한 모든 한약을 다 가져온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통합약사의 꿈을 조만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후 의료일원화를 실현하고 첩약을 포함한 모든 약은 의약분업을 통해 약사가 장악하여야 한다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천연물 신약은 모두 한약이다

필자는 어제도 오늘도 모 제약회사의 광고를 보면서 섬뜩함을 매일같이 체감하고 있다. 어떤 광고에서 강호동이 “선생님은 무엇을 드셔서 그렇게 이가 튼튼하세요?”라는 멘트에 송해가 “나 보약 먹잖아. 보약. 잇몸 보약” “○○○” 대충 이런 구성이었는데, 최근에 송해의 멘트가 “꾸준히 먹는 게 있잖아” “○○○”으로 바뀌었는데 과연 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너무 과민한 것인가, 나만 병적으로 소름이 돋는 것이란 말인가.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한약이라는 향기가 배어 있는 보약이라는 용어조차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저들의 입김이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든 변화인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저들은 한약 한의학 한의사를 보약을 삭제하듯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이들인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시급히 대책을 세우고 행동하는 것뿐이다. 93년도 한약분쟁 때처럼 아직 명분이 남아 있을 때 원칙을 천명하고 잘못된 부분을 일관되게 지적하면서 시정을 요구하여야 한다.

“현재의 천연물 신약은 한약”이라고. 따라서 의약품 허가를 즉각 중단하라고. 또한 천연물 신약은 모두 한약이므로 한의사 한약사의 업무 범위임을 명확히 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해야 한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 일의 화급함을 인지하고, 전국 2만 5천 한의사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뜻을 모아 강력하게 싸워야 할 것임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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