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언터처블 : 1%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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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언터처블 : 1%의 우정
  • 승인 2012.03.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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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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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내기로 시작된 상상초월 특별한 동거스토리

 

얼마 전 한 시트콤에서 정현종 시인의 시 중에 하나인 ‘섬’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시켰던 것을 봤다.

섬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두 줄 밖에 안 되는 시이지만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그 어떤 시보다 더 많다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 역시 대학교 때 이 시를 접하고 난 후 단편 영화로 만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서 얘기하는 ‘섬’은 각각의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다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3월, 새로운 직장, 학교, 학급, 친구 등 새롭게 시작되는 만남이 많은 달이다. 바로 이 시기에 누군가는 평생의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외롭게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새로운 만남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면 바로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룬 영화인 ‘언터처블 : 1%의 우정’을 본다면 해답을 찾기 쉬울 것이다. 

하루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자신을 돌봐줄 간병인을 구한다.

그때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가 지원을 하게 되고 필립은 거침없이 자유로운 성격의 드리스에게 호기심을 느껴 특별한 내기를 제안한다. 바로 2주 동안 필립의 손발이 되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자신을 간호하며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보겠다는 것이다. 참을성이라곤 거의 없던 드리스는 오기가 발동해 엉겁결에 내기를 수락하게 되고 그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상위 1%의 남자와 하위 1%의 남자가 만난다는 이야기 자체로만 본다면 현실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내용에, 결말이 뻔히 내다보이는 전형적인 영화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엔드 크레딧에서 보여지는 실제 두 주인공의 모습이 영화의 내용과 겹치면서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영화의 제목인 ‘언터처블’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유래한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을 뜻하는 것으로 드리스의 어려운 가정환경을 빗댄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 단어는 ‘누구도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그들만의 우정’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완전히 극과 극의 삶을 살았던 두 사람이 어떻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우정을 나누게 되었는지는 앞서 제시했던 시와 영화를 보고나서 확인하길 바란다. 

2011년 프랑스에서 쟁쟁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물리치고 10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염을 토해내며 세상을 놀라게 한 ‘언터처블 : 1%의 우정’은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전역에 전대미문의 흥행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웃음과 감동으로 물들이고 있다. 일교차가 큰 꽃샘추위처럼 싱숭생숭한 봄을 맞이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우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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