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29) -「證治準繩」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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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29) -「證治準繩」①
  • 승인 2012.03.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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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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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代의학 대표하는 임상전서

 

「증치준승」 목차

王肯堂이 펴낸 방대한 분량의 의학전서인 이 책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李時珍의 「本草綱目」과 더불어 明시대 의학을 대표하는 양대 傑作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잡병, 상한, 양의, 유과, 여과 등 6부류로 크게 나누어져 있기에 일반적으로는 「六科準繩」 혹은 「六科證治準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에서 정유재란이 일어나던 1597년부터 1608년까지 장장 11년에 걸쳐 이 책이 집필되었다. 전서는 저자가 저술한 순서대로 묶여져 「雜病證治準繩」 8권, 「雜病證治類方」 8권, 「傷寒證治準繩」 8권, 「瘍醫證治準繩」 6권, 「幼科證治準繩」 9권, 「女科證治準繩」 5권 등 전 4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중에 「四庫全書」에 수록된 것은 120권으로 세분되어 있다.

과별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잡병증치준승」은 13문으로 나뉘어져 있고 중풍, 수종, 담음, 현훈, 황달 등 내과 병증과 목통, 雀盲 등 안과질환에 대한 변증치법이 기술되어 있다.

이 가운데, 권5 神志門의 癲, 狂, 癎과 같은 정신신경계통 질환에 대한 임상증후와 관찰기록은 전서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권7 目部의 五輪八廓說은 역대 의서 가운데 가장 정밀하게 서술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五輪八廓圖는 보이지 않으나 이론적 배경이 충실하게 논구되어 있어 상호보완적인 측면에서 대비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잡병증치류방」에는 여러 의가와 저자 자신의 경험방 2천925수를 분류하여 수록해 놓았다. 「상한증치준승」은 명 이전 제가들의 성취를 증별로 歸類하여 장중경 「상한론」 조문을 개편한 것이다. 「양의증치준승」에는 역대 명의들의 외과방론을 널리 수집해 놓았는데, 모두 1천170여 수에 달한다.
특히 여기에 기재된 인체 골격의 명칭과 형상은 시기적으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전통과학을 대변하는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과증치준승」에는 天花 즉, 두창과 마진에 대한 치료법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끝으로 「여과증치준승」은 陳自明의 「婦人大全良方」을 토대로 역대 의가들의 논설과 방약을 수집해 놓아 17세기 부인과학의 수준을 보여준다. 훗날 武之望이 「濟陰綱目」을 펴낼 때, 이 책을 藍本으로 삼아 여기 실린 내용을 개편하여 책을 펴냈을 정도로 후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개 이 책은 주제별로 내용이 풍부하고 자세하되 요점이 분명하고 체제가 잘 갖춰져 있어 명대 의학을 대표하는 임상의학전서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역대 유명한 의가들의 견해와 장점을 골고루 녹여내고 편벽한 주장을 규명하려고 애를 썼으며, 아울러 치법상 扶正祛邪법을 중시하였고 和平한 약제를 위주로 용약하였기 때문에 후세 의가들로부터 존중을 받았다는 평가이다.

때문에 여러 차례에 걸쳐 번각되었으며, 청대에 이르러 「四庫全書」에 편입되었다. 현재 전해지는 판본으로는 明刻 초간본 이외에 1644년 聚錦堂 각본, 1670년 일본 銅駝書林 각본 및 청대 목판본 등 20종에 가까운 판본이 존재한다. 근대에 이르러서도 여러 종의 연활자본이 발행되어 그 성가를 짐작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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