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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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헬프
  • 승인 2012.03.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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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세상을 바꾼 용기있는 고백

 

감독 : 테이트 테일러
출연 :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작년에 개봉하여 잔잔한 감동을 전했던 ‘헬프’를 보고 난 후 갑자기 ‘반두비’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와 여고생의 사랑을 다룬 영화인데 남녀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여고생 주인공이 버스를 탔는데 한 자리가 비어있었다. 그러나 여주인공은 그 자리에 앉질 않는다. 왜냐하면 그 옆에 검은 피부색의 방글라데시 사람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가 내린 후에 여주인공은 자리에 앉는다. 물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이 만나게 되지만 이 장면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에 하나로 떠오른 ‘다문화’ 시대에 한 번 정도 생각해 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그동안 다문화 교육이 많이 이루어지면서 우리도 한민족을 강조하며 혈연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점차 글로벌화 된 사회 속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를 알고는 있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체화하는 데에는 아직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예전부터 다문화 사회였던 미국의 경우, 특히 백인들의 집에서 가정부 생활을 하는 흑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헬프’를 보면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정원과 가정부가 딸린 집의 안주인이 되는 게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친구들과 달리 대학 졸업 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 스키터(엠마 스톤)는 살림 정보 칼럼의 대필을 맡게 되면서 베테랑 가정부인 에이빌린(비올라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스키터는 에이빌린에게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자신과 흑인 가정부들의 인생을 책으로 써보자는 위험한 제안을 한다. 때 마침 주인집의 화장실을 썼다는 황당한 이유로 쫓겨난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가 두 여자의 아슬아슬하지만 유쾌한 반란에 합류한다.

원작자 캐서린 스토킷이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흑인 가정부에 대한 향수와 유년 시절 겪은 다양한 경험들에서 영감을 얻어 쓴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헬프’의 원제는 ‘The Help’이다.

사실 우리나라 제목만 봤을 때는 무슨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인가 했는데 원제를 직역하면 ‘가정부’ 또는 ‘하녀’라는 뜻이다. 물론 우리나라 김기영 감독과 임상수 감독이 만들었던 ‘하녀’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미국 내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가했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위트 있고, 감성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자신의 집에 있는 흑인 가정부들에게는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아프리카 아동 돕기 모금 활동을 하는 백인들의 이중적인 삶의 표현과 흑인 가정부들의 인터뷰 장면 등 ‘헬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들도 많다. 미국에서는 ‘인셉션’ 이후 전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의 기록을 보이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초콜릿 파이 하나로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전해주었던 가정부 미니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가 2012년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배우들의 멋진 연기를 감상하며 다문화 시대의 꼭 한 번 봐야할 영화 ‘헬프’. 과연 에이빌린이 홀로 걸어가는 맨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 답을 찾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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