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한의약의 전문성이 위태롭다
상태바
시평 - 한의약의 전문성이 위태롭다
  • 승인 2012.03.08 1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윤경

김윤경

mjmedi@http://


 

김 윤 경
한의사는 6년동안 정규교육을 받고 국가고시를 치러 보건복지부에서 면허를 받은 의료인으로서 한의치료의 전문가이다. 한의사는 한의치료시 침구행위와 부항, 추나, 도인안마, 기공, 한약약물치료 등을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현재 한의사에게 배타적인 전문성이 확보되어 있는가? 침구사, 경락마사지, 한방피부관리실, 건강원, 한방건강기능식품 등 한의치료의 전문성을 잠식해 들어오는 수많은 분야가 있다.

 

현 상황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 정보의 공개를 들 수 있다. 현재 한의약 서적은 고전으로서 한의사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나 관심 있는 사람은 한의대에 들어오지 않아도 「황제내경」 「상한론」 「동의보감」 「동의수세보원」 등을 읽을 수 있다.
인터넷에 약재 이름을 검색어로 치면 약재사진에서 적응증, 관련 질환, 사용경험까지 정보가 눈앞에 좍 펼쳐진다. 기존의 모든 정보가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어 굳이 한의사에게서 듣지 않아도 단순한 한의약정보는 쉽게 얻을 수가 있다.

두 번째, 정보가 공개된 상황에서 한의사가 전문성을 존중받고 배타적 권리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한의사가 사용하는 의료용 도구의 유통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의 치료도구나 한약재 등도 제한 없이 판매되고 있다.

한약재는 식약공용 품목으로 한의사나 한약사가 아니어도 일반인이 누구나 인삼 당귀 황기 등 189종의 한약재를 식품으로 구입할 수 있다. 최근 한약재 GMP제도를 시행하여 한방의료기관은 GMP시설에서 생산된 규격품 한약재만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제도적 미비로 식품과 규격품의 차이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아서 일반인도 얼마든지 같은 명칭의 좋은 한약재를 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침, 뜸, 한방의료기기도 비한의사 직종도, 일반인도 얼마든지 구해서 사용할 수 있다. 실리콘 부항도 개발되어 심지어 목욕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책보고 공부하고 약재를 직접 구입해서 복용하고, 침을 놓아보고 할 수가 있다.

이는 돌팔이가 양산되기 쉬운 조건으로 배타성이라는 면허의 조건이 무색하며 분명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한의사라는 면허는 무엇때문에 주어지는 것인가?
이렇게 정보가 공개되고 기구도 구입 가능한 상황에서 한의사의 전문성은 무엇으로 확보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일반인이 보기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된 높은 수준의 한방치료는 한의사만이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야 한다. 의사의 경우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아무에게나 가서 수술 등 양방치료를 받겠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을 경우 중한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얼마 전 김남수 씨가 구사자격 없이 뜸을 사용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뜸 시술이 신체에 미치는 위해가 크지 않다고 처벌을 취소하라는 어이없는 판결을 내렸듯이 일반인은 아무나 침이나 뜸을 사용하는 것을 그다지 위험하다고 인식하지 않고 儒醫의 전통이 깊어 스스로 한의약으로 건강을 관리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있으며 무자격자의 시술에도 관대하다.

지금처럼 한의대에서 공개된 단순 정보만을 가르칠 뿐 개인적인 시술의 숙련도가 학부 실습이나 병원실습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졸업 후 개인적 공부와 임상경험에 맡겨진다면 한의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면허 없는 일반인도 환자를 많이 보고 경험하여 한의사만큼 숙련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디서 한의사의 전문성을 담보 받을 수 있겠는가.

이제 공개된 전통지식으로 버틸 수 있는 시기는 갔으며,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수준의 한의약의 새로운 고급정보가 생산되어 학문화되고 한의대에서 배워야 한다.

변증의 세밀한 부분을 기록하고 학문으로 체계화시켜 면허받은 한의사들은 누구나 전문적으로 변증진단 할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필요하다면 학부에서 맥진, 설진을 수없이 실습시키고 이를 계량화할 수 있는 기기도 사용하고 학문화하여야 한다. 그런 능력을 단순히 한의사가 개인적으로 환자를 보면서 경험을 쌓아서 숙련되어 얻는 것으로 취급하면 안된다.

한약이나 한의치료로 독성이나 문제가 생긴 예가 있다면 이를 회피하지 말고 일반인이 아닌 한의사의 처방에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수집·분석하여 원인을 밝히고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전문가답다.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약물사용 포인트를 더욱 세분화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안전한 한약처방을 위해 간독성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한의사가 사용하는 의미 있는 도구들을 개발하여 한방의료기기 또는 진단기기로 등록하고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기기를 한의사들이 공유하면서 정보를 모아서 업그레이드 해나가야 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고전에 기록된 수준의 정보와 기술이 아니라 현대적 발전이 필요하다. 기록되지 않은 부분, 정보를 보다 더 엄밀하게 분류하고 구체화, 계량화하여야 하고 신기술을 개발하여 등록하고 관련 기기와 치료에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반인들의 한의약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이는 한의약의 산업화와도 연계되어 있으며 현대학문으로 체계화를 시켜가는 과정이다. 이제 전통적 한의사의 행태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우리는 부여받았다. 그렇다면 과학화에 힘써서 차별화된 한의사의 전문성을 확보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