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 산책(526) -「詩名多識」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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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526) -「詩名多識」①
  • 승인 2012.03.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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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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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한반도의 藥用資源

200년 전 한반도의 藥用資源

「시명다식」 규장각본 표지, 한길사 번역본 수록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는 시점을 목전에 두고 생물자원을 산업적으로 이용해 온 여러 분야에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동식물 원천자원을 한약의 원재료, 바꿔 말해 본초자원으로 활용해온 한의계도 그 적용대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설혹 한의학 이론의 대개와 한약재의 약용 지식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수백 여 년 전부터 공유되어온 보편지식으로 상호 인정하거나 권리주장을 유예하기로 합의된다 할지라도 장차 자원보유국을 중심으로 유전자원이나 전통지식에 대한 권리 주장이 거세어질 것으로 전망되어 소위 전통의학에 관한 지식 전반에 걸친 조사와 발굴, 분류체계 구성 및 보전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만 한다.

이유는 좀 다르겠지만 다행히도 200년 전 한반도를 중심으로 이 강토에서 자생하거나 재배되었던 농작물과 산야초, 약초, 화훼자원을 조사하고 역대 문헌을 통해 고증해 놓은 작업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서명만 보아서는 그다지 연관 있어 보이지는 않으나 고대식물 자원의 원천지식이 출발하는 「詩經」에 기록된 여러 가지 초목과 금수를 중심으로 실용지식을 기술한 실학자의 책이다.

서명의 ‘다식’이란 용어는 「논어」에서 공자가 시를 읽으면 새와 짐승, 풀과 나무 이름을 많이 알게 된다고 한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多識於鳥獸草木之名] 저자는 서문에서 「禽經」 「菜譜」 「爾雅」 「本草」를 서로 비교하여 이름을 조사하고 부류를 나눈 다음, 부류에 따라 부연하여 설명을 달았다고 밝혔다. 8가지 부류는 草·穀·木·菜·鳥·獸·蟲·魚로 구분되어 있다.

수록 내용을 개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제1권에는 識草와 識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식초류에는 荇菜(노랑어리연꽃) 葛(칡) 卷耳(도꼬마리)로부터 筍(죽순) 蓼(여뀌) 茆(순채)까지, 식곡에는 麥(보리) 黍(찰기장) 稷(메기장)으로부터 來(밀) 牟(보리) 稌(메벼)까지 다루고 있다.

제2권은 識木과 識菜로 나뉘는데, 식목에는 桃(복숭아나무) 楚(모형) 甘棠(팥배나무)부터 檿(산뽕나무) 柘(구지뽕나무) 梧桐(오동나무)까지, 식채에는 匏(박) 葑(순무) 菲(무)로부터 韭(부추) 芹(미나리) 瓞(북치)까지 들어있다.

제3권은 識鳥, 識獸, 識蟲, 識魚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식조에는 雎鳩(물수리) 黃鳥(꾀꼬리) 鵲(까치)으로부터 梟(올빼미) 桃虫(뱁새) 玄鳥(제비)까지, 식수에는 馬(말) 兕(외뿔소) 兎(토끼)부터 犬(개) 豺(승냥이) 駽(돗총이)까지 다루고 있다. 식충에는 螽斯(여치) 草蟲(베짱이) 阜螽(메뚜기)부터 蠆(전갈) 螗(매미) 蜂(벌)까지 들어있다. 식어에는 魴(방어) 鱣(철갑상어) 鮪(다랑어)부터 鼉(악어) 台(복어) 鰷(피라미)까지 다루고 있다.

이렇게 수록된 물명은 식물 170종, 동물 156종 모두 합해 326가지로 풀 나무 곡식 푸성귀 날짐승 길짐승 벌레 물고기 8가지 부류로 분류되어 해당 物名과 설명이 달려 있다.

물명 아래에는 「시경」에 해당하는 장과 편명을 쓰고 설명을 달았는데, 일반적으로 南宋 朱熹가 지은 「詩傳」, 陸璣의 「毛詩草木鳥獸蟲魚疏」, 송대 「證類本草」 「爾雅」, 郭璞의 「爾雅注」 순으로 관련 내용을 열거하고 마지막으로 저자 본인의 의견을 실어놓았다.

비록 「詩經」에 기록된 물명을 중심으로 국한된 문헌지식을 정리했다지만 18∼19세기 생물자원을 기록한 원천자료여서 연구가치가 크다. 다음호에 저자와 내용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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