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 관점을 아웃소싱(outsourcing)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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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 관점을 아웃소싱(outsourcing)하라
  • 승인 2012.02.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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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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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한의원 원장

아웃소싱(outsourcing)이란, 기업 업무의 일부 프로세스를 경영효과 및 효율의 극대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3자에게 위탁해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네이버 백과사전>

한의사들에게 아웃소싱은 생소한 단어지만 기업에서 아웃소싱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공정이다. 옛날에는 제조업을 하는 업체에서 제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 홍보 판매를 모두 했지만, 최근에는 일부 공정을 다른 회사에게 맡김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비용절감까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의원에서는 ‘원외탕전’이 아웃소싱에 해당한다.

그럼 한의학 홍보도 아웃소싱하자고 한다면 ‘홍보대행사’에게 맡기자는 말로 들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홍보비만 충분하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보 파트는 인맥이 매우 중요하므로 언론계와 광고계를 잘 알고 있는 건전하고 일 잘하는 홍보대행사 하나만 잘 알아두어도 홍보의 절반은 이미 성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한의계의 홍보비는 넉넉하지 못하기에 홍보대행사에 홍보를 맡기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은 것이 홍보자문팀이다. 홍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을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의학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홍보사업을 진행해보면서 일선 한의사분들이 바라보는 시야가 대체로 비슷한 것을 발견하였다. 대다수의 한의원 원장님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색감, 글자체 등이 매우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금 튀는 디자인이나 새로운 홍보문구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글을 올리면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조금 추상적인 한의학 이미지 광고를 진행하려고 하면 많은 댓글에서 “이런 광고로 환자가 늘지 않는다” “구체적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하지만 많은 대기업과 재단 정부 등의 단체는 이미지광고를 통해 오히려 매출이 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70~80년대의 장학퀴즈에는 항상 당시 선경(현재 SK)의 공익성 이미지광고를 꾸준히 볼 수 있었고, 아파트광고에서도 아파트의 장점을 나열하는 대신 ‘진심이 짓는다’와 같이 추상적이고 모호하지만 감성적인 광고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음료수광고에서도 ‘우리 음료수는 탄산이 강하고 목 넘김이 짜릿하고 건강에도 좋은 재료로 만들어집니다라는 광고’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멋진 이성과 함께 바닷가를 거니는 광고’ 중 어느 광고를 보고 이 음료수를 많이 사서 마시게 될까? 여러분이 예상하고 있는바 그대로이다.

한의계 뿐 아니라 의료계는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튀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으면 국민들이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그래서 많은 한의약 광고에서 아직 ‘구체적인 질환이나 자동차보험’ 관련 광고로 안전하게 홍보를 진행하거나 아니면 ‘우리 한약재는 자연입니다. 안전합니다!’와 같이  국민의 가슴 한 구석을 전혀 때리지 못하는 모호한 홍보만이 가득한 실정이다. 그래서 한의계의 홍보에는 외부인사들의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IBM이 컴퓨터 제조업체로 명성을 날리기 전 사무기기를 판매하던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1930년대 당시 IBM은 금융기관에 납품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대공황의 여파로 공들여 개발한 사무기기는 납품도 하지 못한 채 재고로 쌓아두기만 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IBM의 사장이었던 토마스 왓슨은 어느 만찬회에서 중년의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부인은 “왓슨씨, 왜 우리에게는 사무기기를 팔러 오지 않으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부인은 뉴욕 공립 도서관 관장이었다. 이 질문에 왓슨 씨는 어리둥절했다. 조용히 공부만 하는 도서관에 사무기기가 왜 필요한지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무기기가 필요한 것은 금융기관뿐만이 아니었다. 다음 날 바로 도서관에 찾아가 납품에 성공한 후에 미국의 수많은 공립 사립 도서관에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IBM은 엄청난 자금을 모으게 되고 그 자금력으로 지금의 IBM이 된 것이다. 그 당시 IBM의 사장이었던 왓슨씨는 ‘금융기관만이 IBM의 고객이다’라는 패러다임에 사로 잡혀 있었던 것이다.

우리 한의계도 80년 전의 왓슨씨와 같은 착각에 빠져있을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우물 속에서 동그란 하늘만 하늘이라고 믿고 있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구체적인 설명이 아니라 마음을 ‘확’ 때리는 광고 문구, 그 문구의 글자체, 디자인, 색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조합되고 감성을 자극하는 기타 선율에 따스하게 흘러가는 영상으로 한의학에 대한 호감이 상승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시대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한계를 보완해주는 ‘홍보만 생각하는 창조적인 팀’이 필요하다.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오로지 홍보만 생각하는 한의사들과 이들의 부족한 시야를 넓혀 줄 수 있는 외부 인사로 팀이 꾸려진다면 어느 순간 우리 한의계에도 뉴욕 공립 도서관장과 같은 구세주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90년대 후반에 한의과대학과 한의원의 부흥은 한의학 스스로의 역량이 아니라 드라마 ‘허준’의 힘이 더 컸음을 생각해볼 일이다. We Need Team from the Outsi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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