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철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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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철의 여인
  • 승인 2012.02.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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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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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초 여성 총리가 되기까지

 

감독 : 필리다 로이드
출연 : 메릴 스트립, 짐 브로드벤트

2012년은 선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거기에 여기저기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국회의원 출사표를 낸 예비후보들의 모습 속에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올해의 가장 큰 이슈는 각 당의 수장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으로 이는 그간 남성 정치인들 일색이었던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들의 민심이 담겨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서양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영국의 대처 수상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철의 여인’이 개봉하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이 영화는 ‘맘마미아’에서 호흡을 맞췄던 여성 감독 필리다 로이드와 메릴 스트립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으며, 정치계의 여풍(女風)이 영화계의 여풍으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스물 여섯의 야심만만한 옥스포드 졸업생 마가렛(메릴 스트립)은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지방 의회 의원 선거에 나가지만 낙선하고 만다. 실망한 그녀를 눈 여겨 본 사업가 데니스(짐 브로드벤트)는 특유의 유머와 따뜻함으로 그녀를 사로잡으며 평생의 후원자가 되기로 약속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남편의 전폭적 지지 속에 마가렛은 꿈에 그리던 의회 입성에 성공하고, 곧이어 모두가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되어 연거푸 3선에 성공하며 막대한 권력과 세계적 정치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떨치게 된다.

필자가 어릴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외국 정치가 중에 하나가 대처 수상이었을 정도로 그녀는 전 세계적인 정치가였으며, 그러한 그녀의 정치 행보는 영화 제목이면서 별칭이었던 ‘철의 여인’이라는 단어만으로도 한 눈에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는 대처 수상이 어떻게 정치계에 입문해서 총리가 되었고, 총리가 된 이후의 정치 과정들이 꽤나 독특한 구조로 나열되어 있다. 영화는 세상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물가가 비싸다며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고, 그녀가 치매에 걸려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실제로도 대처 전 수상은 치매에 걸려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는 현재 주인공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그녀의 과거 이야기들이 실제 뉴스 화면들과 함께 나오는 약간 복잡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로 인해 영화는 대처 수상의 패기 넘치는 정치가로서의 성공 등을 다루기보다는 현역에서 은퇴하고 노쇠해진 현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남성 정치가들 사이에서 여성 수장으로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모습을 통해 느껴지는 심리적인 갈등과 회한들을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대처 수상의 정치적인 평가는 미흡할 수밖에 없어 뭔가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약간 밋밋하고 아쉬운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처 수상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모습을 멋지게 소화해내며 2012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빛나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진정 명불허전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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