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질병예찬」
상태바
서평 -「질병예찬」
  • 승인 2012.02.23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홍균

김홍균

mjmedi@http://


우리가 미처 몰랐던 질병의 진짜 모습

 

베르트 에가르트너 저, 홍이정 옮김,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刊

질병은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동안 단 한 순간도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은 적이 없다. 국가간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갑작스런 사망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지만, 실제로는 전쟁에 의한 사망자보다도 언제나 질병에 의한 사망자가 훨씬 웃도는 것은 이미 통계로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질병에 대한 대처가 인류에게 주어진 중대한 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의학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겐 이를 여하히 극복할 수 있느냐가 중대한 관건이었다. 그리하여 현대에는 이를 위해 깨끗한 위생의 계몽과 더불어, 각종 항생제와 예방접종법을 개발하여 보다 건강한 생활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인류공통의 이러한 질병에 대한 극복에 저해되는 새로운 위협의 요소로 오히려 이러한 현대의학의 발전을 꼬집고 있다.

실로 건강불안을 강요하는 시대를 살게 하는 현대의 의학적 발전은 질병을 나쁜 것으로만 규정하여 왔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불안한 예방주사와 수상한 건강검진이 우리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즉, 질병이란 장기적으로 다시 평형을 이루려는 육체의 시도인 것이며, 감염을 통하여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게 하나로 만들려는 과제의 수행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따금 질병을 앓고 나면 오히려 더 건강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질병을 해가 되며 불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병을 반겨야 한다는 지론이다. 예를 들어 열이 38도 이상 올라갈 때 그것을 떨어뜨리려고 금방 해열제를 쓸 것이 아니라, 열은 병균을 약화시키고 동시에 면역체계를 단련하기 위한 이상적인 작업환경의 조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질병에 대한 인식은 동양의학의 질병관과 상당히 닮아 있다. 예를 들어, 감염으로 인한 병을 앓고 있을 때 현대의학이 세균박멸에 신경을 쓰며 이의 전염을 막기 위해 예방접종을 서두르고 접근제한의 격리를 하고 있는 동안, 한의학은 이를 사기(邪氣)로 규정하고 겉에 있으면 몰아내고 속에 있으면 빼내는 방책을 쓰면서 영위기혈(營衛氣血)의 조화에 신경을 쓰며 음식으로 약력을 돕고 있다. 인체의 정기(正氣)를 바로 잡고자 하는 처치법은 음양의 조화와 균형을 맞춰줌으로써 스스로 병을 이겨나가는 것으로써 어느 하나 자연과 인체의 순리를 깨뜨리는 법이 없다.

더구나 현대의학이 그러했던 것처럼 중국의학에서도 질병의 가짓수를 늘리고 각종 치방을 늘려왔지만, 우리 의학은 그러한 치방서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우리의 실태에 맞춰서 조직적이며 간단하고 명료한 치법을 구사해 왔다. 보라, 우리 의서가 그렇지 않은 것이 어디 있던가. 의료지식정보의 통찰과 성찰을 통해서 보다 종합적이며 압축된 우리 의서들은 질병과 치법에 대한 간이명(簡而明)한 접근방식을 가지고 발전해 왔다. 이 책을 빌어서 현대의학의 이해도를 높이고 그 맹점을 간파하여, 매력적인 우리 의서의 가치를 알고 그 활용을 높여갈 수 있도록 사계의 관심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값 1만 5천원>

金洪均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