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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나고야 의정서가 한의계에 미치는 영향
중국, 5~6년 전부터 전통지식 DB화 등 발빠른 준비
2012년 02월 23일 () 10:45:52 신은주 기자 44juliet@mjmedi.com

생물자원·전통지식에 대한 국가차원 연구지원 시급

생물유전자원 보유국의 주권을 인정함으로써 생물유전자원을 활용하여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한의계의 경우 중국과의 마찰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정채빈 의무이사는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중국 측에서는 「동의보감」의 일부가 중국의 의서들을 인용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로열티를 달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진단하며, “그러나 「동의보감」은 단순히 기존 의서의 인용에 그친 것이 아니라 허준 선생이 기존의 처방을 직접 경험하고 효능을 입증해냄으로써 한국한의학의 특징을 살려 재창조해낸 창작물로, 중국 측의 주장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나고야의정서의 핵심인 ABS(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Sharing,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원칙에 따르면, 생물자원과 생물자원에 대한 지식자산의 보유국은 법적으로 주권을 주장하고 그에 합당한 로열티를 이용국에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즉 다른 부분은 고려하지 않고 「동의보감」의 90%가 중국 의서를 인용했다는 중국 측의 주장만을 고려해본다면 한의학에 대한 기원이 중국이라는 주장은 형식적으로는 충분히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안상우 단장을 “「동의보감」은 400년 이상 이어져오며 이미 한국화 된 전통지식인데, 단순히 책에 기록된 인용과 기원만을 가지고 주권을 주장하면 안된다”며, “중국의 주장에 제대로 대응할 만한 체계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지식 뿐 아니라 생물자원 역시 550여 종의 한약재 중 국내에서 재배, 가공, 유통하는 것은 50~60종으로 수입 한약재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가져다 쓰고 있어, 중국이 생물자원에 대한 보유국으로 로열티를 요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채빈 이사는 “한국에 약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봤을 때 중국은 넓은 땅과 값싼 노동력으로 대규모 한약재 생산이 가능하지만,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한약재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어찌됐든 중국에서는 중국의 한약재를 수입해 쓰기 때문에 나고야 의정서에서 말하는 ABS원칙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나고야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한의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해야할 사항은 무엇일까?
정 이사는 “자원에 대한 이용국인 동시에 보유국에도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쳐야 하는데, 그와 같은 주장을 위해서는 오래 전부터 국내 여기저기 산재돼 있는 전통지식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야 하고, 수집한 것들을 데이터화함으로써 주장에 대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생물자원 역시 생물에 대한 총칭과 더불어 오랜 세월동안 전통지식으로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를 연결함으로써 생물자원의 보유국임을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동의보감」 「의방유취」 「향약집성방」 등 국가에서 발행한 책 이외에도 각 관청이나 지방청에서 그 지역 특산물에 맞춰 발간된 책자라든가, 그 지방만의 풍토병이나 서식하는 생물에 대한 총체적인 자료 등 방대한 자료 축적과 그 자료에 대한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상우 단장은 “나고야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생물자원이나 전통지식에 대한 범위 등 제도가 어떻게 변모할지 정부나 한의계에서는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에 비해 중국은 5~6년 전부터 전통지식에 대한 자료 구축과 관련 연구에 적극 지원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염려했다.

문헌연구로 예를 들자면,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한의학 관련 책자가 1천500권 정도로 그 중 데이터화한 책은 500여 권에 불과하며 나머지 1천 권 정도는 실체파악이 아직 덜 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중의학 관련 서적이 1만 5천 권 정도로 제목과 그 책을 누가 소장하고 있고,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데이터화는 물론 이미 두 세 차례에 걸쳐 버전업된 상황이다.

더불어 최근 중국에서는 동북공정 차원에서 한국의 한의학을 중국 내에 있는 조선족이 쓰고 있는 의학이라고 선언한 바 있으며, 중의학에 대한 발표를 할 때 조선족의학을 중의학의 일부로 표현함으로써 한의학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정 이사는 “나고야의정서를 산업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면,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한의학과 생물자원을 정밀하게 조사해 데이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한국한의학연구원을 비롯해 몇 군데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속도로는 다른 나라를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이와 관련된 조직 및 기구를 설립해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지원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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