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디센던트 (The Descend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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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디센던트 (The Descendant)
  • 승인 2012.02.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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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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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인생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딜레마

 

바쁜 일상에서 떠나고 싶을 때마다 우선순위로 꼽히는 여행지들이 있다.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 여행지들은 지상 낙원과 같은 이미지로서 누군가에게는 항상 매력적이고, 즐거움이 가득한 곳으로 인식되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곳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곳과 별반 차이 나지 않는 생활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디센던트’는 이렇게 시작된다.

따뜻한 날씨와 서핑, 훌라춤 등으로 대표되는 하와이는 외지인들에게 손꼽히는 휴양지이지만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생활 터전일 뿐이다.
후손, 유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디센던트’는 이렇게 마냥 행복할 것만 같은 하와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우 현실적으로 담으며 소통 부재의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다.

최근 가족에 대한 영화들이 부쩍 증가한 편인데 아마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 속에서 점차 붕괴되어 가는 현재의 가족 모습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다시 하나가 되는 가족의 상을 찾기 위해 영화계가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잘 나가는 변호사 맷(조지 클루니)의 아내가 어느 날 보트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아내의 사고에 절망한 맷은 막내 딸과 함께 기숙사에 있는 큰 딸 알렉산드라(쉐일린 우들리)에게 엄마의 상태를 전하러 가지만, 그간 일에 매달려 가족에게 소홀했던 사이 부쩍 커버린 딸들과의 소통이 어려울 뿐이다. 거기다가 큰 딸은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고 맷에게 고백한다.

평소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깃거리를 영화로 만들었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디센던트’는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로 인해 평소 제대로 된 소통을 나누지 못했던 가족들이 함께 하면서 생겨나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그간 일 때문에 바빴던 아버지는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는지에 무심했고, 그로인해 딸들은 아버지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신의 아내가 외도를 하면서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지만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누워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족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매우 현실적이고, 이러한 일을 통해 가족들이 서로를 믿고 함께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유산으로 물려받은 하와이 땅의 소유권을 개발업자에게 넘길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를 하와이 사람들의 역사와 개인적인 추억과 맞물리면서 표현하고 있다. 카우이 하트 헤밍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디센던트’는 다소 밋밋한 전개일 수 있지만 하와이의 멋진 풍광 속에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위트와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그리고 조지 클루니의 아버지 연기가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으로 2012년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하여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으며, 2012년 아카데미 5개 부문 후보작이기도 하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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