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23) -「外科精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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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23) -「外科精義」
  • 승인 2012.02.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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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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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醫에 나올 고려시대 外科術

 

원작은 1335년(元 至元元年)에 齊德之가 지은 것이다. 저자에 대해서는 권두에 적힌 바대로 醫學博士이자 御藥院 外科太醫를 지냈다는 사실 이외에는 별달리 알려진 바가 없다. 특히 이 책은 「東垣十書」에 한 종으로 편입되어 있기에 저자가 李杲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十書의 하나로 들어간 덕분에 조선 의가들에게 교과서처럼 널리 읽혀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285회 조선의관 講讀한 各家學說 - 「醫學十書」, 2006년 3월 27일자 참조)

이 책이 언제 조선에 전해졌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조선 초 「향약집성방」에 인용되어 있고 「의방유취」에 ‘인용제서’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늦어도 14세기 중반 元明 교대기에는 우리 의학에 도입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明 嘉靖 연간에 梅南書屋 간본을 조선에서 번각하여 간행한 조선 초기 판본이 일본에 전해지고 있어 고려 말에서 조선전기에 두루 통용되었을 외과의술의 면모를 추적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헌자료이다. 나아가 「동의보감」 안에도 주요 문헌으로 상당한 분량의 인용문이 수록되어 있어 조선 중기까지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보인다.

원서는 상하 2권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상권에는 주로 외과의론이 들어 있고 하권에는 방론과 각종 외과 처치법들이 실려 있다. 좀 더 상세히 말하자면 상권에는 瘡腫證候立式之法, 氣血色脈之變, 明辨脈形, 辨瘡腫虛實淺深, 辨膿, 辨瘡腫證候逆從, 將護忌愼 등 35편에 달하는 외치이론이 이어져 있어 창종의 병리, 진단, 치료원칙, 창종 치료의 예후와 조리 등 비교적 광범위하고 전면적인 논술을 펼치고 있다. 하권의 방론에는 내복, 외용, 淋洗方, 목욕제, 貼付劑, 燻熨法 등 140여 조에 달하는 각종 외치요법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주로 외과치료에 있어서의 기본개념을 제시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瘡腫이 비록 인체의 국소 부위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온몸의 음양이 조화롭지 못하고 기혈이 응체한데서 원인이 비롯됨을 중시하였다. 나아가 맥진을 중시하여 瘡瘍脈候를 전문적으로 논술하고 임상특징을 결부시켜 26종 맥상에 대해 분석하여 기술하였다.

치료 면에서는 內消法과 托裏法을 제창하였으며, 외치로는 砭鐮, 貼熁, 溻漬, 針烙, 灸療, 追蝕 등 다양한 요법을 사용하였다. 또 별도로 護理편을 두어 간호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환자를 보호 관찰하게 하는 치료대책과 함께 휴양할 수 있는 환경, 환자의 정서, 음식금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하나하나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논술이 정밀하고 처방 선택이 적절하여 외과 전문의서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가치를 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송대 陳自明의 「外科精要」, 명대 薛己가 지은 「外科發揮」와 함께 조선 외과학 발전에 기여한 주요문헌으로 손꼽힌다.

더욱이 이 책은 「東垣十種醫書」 「四庫全書」 등과 같은 총서에 담겨져 전통외과의학의 발전과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말선초 이래 일찌감치 조선에 전해져 읽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에서 간행한 실물이 국내에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근년에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神醫’라는 의학드라마를 기획하다가 콘텐츠가 부족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기획사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 경험이 있다. 요사이 역사드라마가 문헌사료의 한계에서 벗어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허구와 상상력을 동원하여 메워나가는 현실이 자못 우려된다. 하루빨리 전문분야에 천착할 연구자를 길러내 어쭙잖은 스토리텔링과 컴퓨터그래픽으로 粉飾하는 일이 잦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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