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의계 기부문화 더욱 확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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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의계 기부문화 더욱 확산돼야
  • 승인 2003.05.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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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 육성기금에 한의대·동문 한마음 한뜻


최근 들어 한의학 발전을 위해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한의사 인사가 늘면서 기부문화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희대의 경우 올 상반기만 해도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장이 1억, 김연수 전 한의대 동문회장이 1억, 김용 신임 한의대 동문회장이 7천만원을 기탁하거나 약정하는 등 기부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준식 회장은 한의대 본초학교실 박사학위자 모임인 우초회에도 1천만원을 기탁했으며, 몇 년전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에 3천만원 상당의 고의서를 기탁한 바 있다.

각 대학 한의대 동문회 차원에서도 소속 대학 발전기금 조성에 부단히 애쓰고 있다. 각종 동문회별 기수별 모임에서 조성된 기금을 동문회 발전기금으로 소속 대학에 전달하고 있다. 원광대 한의대의 경우 졸업 20주년이 되는 때마다 1억원씩을 갹출하여 학교발전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동국대는 한의사 개인의 성금이나 골프대회를 통해 모아지는 기금을 학교에 전달하고 있다.

개원가에서도 기부의 생활화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함소아한의원은 한의학연구원의 연구환경 향상과 병원수익의 환원이라는 취지에서 향후 10년간 1억원의 발전기금을 약정했다.

경기 일산에 있는 자인한방병원 류은경 병원장은 여러 사람이 출연해 만든 병원의 특성상 공익적 성격을 띄어야 한다고 판단해 올해부터 병원 수익금의 1%를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기금 납부자는 의료기관 경영에 성공한 재력가도 있지만 재력이 뛰어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재력이 취약한 개인기부자는 틈틈히 적립하여 목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일선한의사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 기부자 최근 잇따라

기증의 동기는 한의학 발전이라는 대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신준식 병원장은 조정원 경희대 총장에게 발전기금을 기탁하면서 “기초학 교실 조교 지원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안타까왔다”고 밝혔다.

기초한의학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은 김연수 회장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의학을 발전시키려면 기초학이 튼튼해야 하고, 더 많은 연구프로젝트를 수주하려면 연구실적이 필요한데 한의대는 기초연구기금이 조성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자신의 기증약정사유가 기초학 발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발전기금을 내는 기증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기증의 동기를 기초학의 발전에 두는 것은 기초학이 중요하다는 사실 외에도 기초학에 지원하는 사람이 없는 최근의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

안규석 경희대 한의대 학장은 “우수인재가 임상으로 지원하다보니 기초학을 지원하는 사람이 없고 특히 전문의제 시행 이후 기초학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설명했다.

최호정 동국대 한의대 총동창회장은 “기금은 대부분 장학금 이외에는 기초한의학 발전을 위해 쓰인다”면서 “기초한의학 발전이 없으면 한의학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동창회와 학교에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방대는 조교 지원자가 없어 차세대 교수요원 양성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방의 유력 한의대도 전 기초학교실을 통털어 조교지원자가 1명이 될까말까 하는 실정이다. 생활비는커녕 학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교수당으론 우수인력을 유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 대학 모학장은 호소한다.

경희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기초학 위기를 예측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한 결과 한의대당국과 경희대 총동문회의 위기의식을 일선 동문들이 공감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는 이런 분위기를 확산시키고자 5월 14일 경희대 종합강의동에서 홈커밍데이를 개최하여 학교측의 구상을 전동문회 회원과 공유했다.

기부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한의대 관계자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의계의 기부문화 정착에 관심이 있는 한 한의사는 “한의계의 기부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의문이지만 그나마 잇따르는 기부금이 소수 대학에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의 지원이 거의 없다”면서 “기부금을 내는 주체가 한의계 밖으로 확산되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양의계는 거대한 시설이 요구되므로 자연스럽게 대기업 및 독지가의 관심을 끌어 기부가 끊이지 않는 반면 한의계는 상대적으로 외부의 기부가 매우 드문 편이다.

□ 기금 사용 투명해야

발전기금이 곧바로 한의학을 발전시키는 것은 아니다. 액수가 문제다. 금리가 현행대로라면 소규모 발전기금으로는 쓸모가 적다.

10억원을 조성한다해도 조교 한두 명의 월급밖에 줄 수 없는 형편이다. 꾸준한 기금의 기탁과 수십년간 적립해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이제 한의계는 권리의식에 눈을 떠가고 있다. 학문을 지켜야 나의 의료기관이 발전할 것이라는 상관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부문화도 싹이 돋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시간이 흐르면 잘 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도 없다는 데 기부문화 확산의 어려움이 있다. 필요성을 끊임없이 알리고, 고무하는 후속조치가 없으면 기부자의 확산 열풍이 식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의계의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한의계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기부를 저해하는 요인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기부문화 확산을 희구하는 한의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이들은 내가 내는 기금이 한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일, 기부금을 받는 주체가 기부금을 적정하게 사용하여 기부자의 기부의욕을 고취시키는 것, 바로 그것이 한의계의 기부문화 확산의 핵심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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