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 순서 >
1. 책에 대한 소개
2. (1장) 중국의 내전(1945~9)과 새로운 침구학
3. (2장)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통합(1949~53)
4. (3장) 현대화와 TCM 창조(1953~6)
5. (4장) 중의학의 표준화(1957~63)
박 민 정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석사2기
마오쩌둥 시절 중국공산당의 정책방향은 마오 개인의 의지에 의해 주로 좌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9년에서 1953년은 중의학의 준비기간으로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통합’이라는 마오가 제안한 슬로건 아래 진행되었다.
마오는 전통의학에 별다른 관심도 애착도 없었다. 마오가 원한 것은 서양의학의 탄탄한 기반 위에 중국만의 독특한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서양이 갖지 못한 특출난 의학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 중의학의 구태를 벗겨내야 한다고 여겼으며 통합은 사실상 그 뒤의 문제였다. 그리하여 나오게 된 것이 중의학의 과학화이다.
중의학을 훼손시킨 주요 정책들
마오는 1944년에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협업을 선언하였고, 이것은 당원들에 의해 ‘중의학의 과학화 그리고 서양의학의 대중화’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1949년 이후 슬로건은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통합’으로 변경되었으며, 이것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중의학과 서양의학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마오의 지시와 보편적으로 만연한 과학화에 대한 문화적 풍토에 따라 보건부 책임자는 근대의학을 사용하여 중의학을 서양의학과 통합 가능한 수준으로 올리고자 하였다.
새 중국의 새로운 의학을 위해 제도 개정이 이루어졌다. 중의원에 대한 규칙과 규정이 1951년 11월 말 즈음에 공표되어 환자 기록 그리고 약 표기는 모두 서양의학 형식으로 실시되었다.
여러 개혁들 중에서 중의학을 가장 훼손시킨 정책은 1952년에 도입된 새로운 의료면허시험이었다. 중의사들 대다수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임상으로부터 격리되었다. 중의학 종사자를 불리하게 한 또 다른 제약은 새로 도입된 의료보험체계였다. 여기에 중의사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결국 많은 전통 중의사들이 직업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서양의사들의 중의사 교육
한편 새롭게 설치된 중의학 관련 기관이 목표로 한 것은 중의학을 과학화시킴으로써 중의학과 서양의약의 통합을 강화하는 일이었다. 당시에 중의사들을 재교육하기 위해 베이징에 설치된 학교에서는 서양의학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졌다. 교수들은 대부분 서양의사들이었으며, 중의사들의 서양의학 지식을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1950년대 초반에 중국 지도자들은 침술에 대한 연구를 강조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침체되었던 침술의 부활을 의미했으며, 정부기관 주도로 서로 다른 지역에서 침구학 전문서적이 연이어 출간되었다.
각 책의 말미에는 질환별 침구치료 혈 자리가 소개되어 있는데, 책마다 선택된 질환이나 혈 자리에 차이가 있고 설명방식도 모두 다르다. 그리고 일부 책에서는 서양의학이 침술영역에 침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침술을 서양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질병 치료에 있어서는 기존의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중의학의 가치나 치료효과는 외면
1953년 말이 되자 보건부의 중의학 정책에 대해 심한 비난이 일어났고, 이후 몇 해에 걸쳐 마오가 주장했던 ‘새로운 의학’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접근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의학은 중의사들의 서양의학 지식 흡수를 강조하였다. 또한 중의학을 서양의학과 통합 가능한 단계로 증진시키기 위해 소련과 일본의 연구 성과를 받아들였다.
이 시기는 서양의사가 보건부의 수장이었고 전통의학에 대한 비전문가들이 주축이 되어 중의학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였으며, 이러한 방식은 이후에도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리하여 중의학의 실질적인 가치나 치료효과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으며, 초기 공산주의 중국의 이데올로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 현재의 관점에서 이 시기는 중의학의 쇠퇴기로 평가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