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8) - 국제학술대회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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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8) - 국제학술대회 참가
  • 승인 2012.02.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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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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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대회는 학술교류의 장(場)이며 세계화의 통로

들어가며
한의계도 국제 또는 국내 학술대회의 주최 또는 참가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는 타학문분야에 비해서는 좀 더 분발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사실 한의사들의 학문 또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대단히 높은데, 그 특징 중에는 학술활동이 학술대회나 분과학회 중심의 보다 공개적인 활동보다는 개인 또는 소규모 단체를 통한 학술 교류나 학습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면, 첫 번째로 대부분의 졸업생이 병원에서 4~5년간 인턴과 전문의 수련과정을 거치는 양방과는 달리 한의계는 졸업생 대부분이 병원 수련 생활 없이 개원가로 나가는 비율이 높다. 병원 수련생활을 하게 되면 소속 분과학회의 회원이 되고, 적어도 1년에 한두 차례 정도는 전공분야의 학술대회에 의무적으로라도 참여하게 되는데, 이러한 수련 기회가 한의계는 많지 않다.

두 번째로는 한의학 학문의 특성상 여러 학파와 이론이 존재하여 나름대로의 소규모의 그룹 스터디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장점이 있겠지만, 소규모 모임의 경우 활동이 공개적이기 보다는 소수 회원만의 폐쇄적 활동이 되기 쉽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학술대회들이 보다 많은 회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보다 내실을 갖출 필요가 있고, 아울러 국제학술대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보다 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 세계화에 중요하다.

학술대회 참가의 의의

국내 또는 해외를 막론하고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당연히 학술활동, 즉 특정 주제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배우고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를 통하여 웬만한 정보는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술대회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비유하자면, 개인이 개별적으로 찾아서 알아보는 정보는 평소에 음악을 방송이나 CD를 통해 듣는 것이고, 학술대회 참가는 직접 콘서트 현장에 가서 공연을 보며 음악가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노래라도, 방송을 통해 접하는 것과 현장에서의 공연은 분명 감동의 차이가 있듯이 같은 내용이더라도 저자가 직접 자신의 연구나 견해를 슬라이드를 이용하여 논리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보며,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그 지식을 자신의 간접 경험으로 받아들일 때 강도가 다르다.

실제로 평소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을 보며 존경하던 저자들을 학술대회장에서 강연하는 것을 듣거나 나아가 만찬장이나 칵테일파티에서 함께 자리하며 이야기를 직접 나눌 수 있는 경험은 자신이 좋아하던 가수를 직접 만날 때의 감동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소중한 것이고, 더욱 분발할 수 있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
필자 역시 초창기에 하버드대학의 David Eisenberg 교수, Ted Kaptchuk 교수, 메릴랜드 대학의 Brian Berman 교수 등 대체의학 분야에서 유명한 저자들을 직접 만났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국제학술대회의 특징
국제학술대회도 국내학술대회와 기본적인 형식은 같다. 다만, 해외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대회의 경우 기간이 길고 등록비가 국내 학술대회보다 비싸다. 기간은 보통 본 대회일정을 2~3일 정도 개최를 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Pre-Conference라고 하여 1일 정도는 본 일정에 앞서 별도의 특정 주제를 가지고 하루 종일 워크숍을 하는 경우도 있다.

비용은 학회마다 차이가 있지만 2~3일간의 본 대회일정 참여에 한화로 70 여만 원 이상을 받기도 하므로 국내 학술대회에 비해서는 등록비가 비싼 편이다. 여기에 선택적인 Pre-Conference에 참여할 경우 추가 등록비를 내야한다.

또한, 해외인 경우 항공비, 숙박비, 체제비가 들어가므로 비용은 국내학술대회보다는 훨씬 더 많이 든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등록비는 학회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많은 경우 학회 개최 수개월 전까지 사전등록을 하면 할인해 주는 경우가 많고, 호텔 예약도 대회 주관단체에서 연결한 호텔을 조기에 예약하면 가장 편리하고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고, 위치도 학술대회장이 위치한 호텔이거나 교통편이 용이한 곳이므로 가급적 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국제학술대회의 선택
최근 대한한의사협회 국제학술국에서 발표한 2012년 한의학 관련 국제학술대회는 19개였는데, 침구학분야가 가장 많고, 기타 동양의학 또는 통합의학분야가 많았다. 전체적인 한의학 연관 분야로서는 이러한 것들이 주된 것이겠으나, 본인의 관심분야에 따라서는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한 학술대회를 알아보고 참여할 수 있다.

즉, 질환중심으로 한다면, 거의 모든 의약계열 학술대회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너무 세부적인 분야의 것들은 이해하기 어렵거나 배우고 응용하기에 관련이 적은 것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대체로 관심 있는 질환이나 분야의 통합의학적 접근 관련한 대회들이 무난하리라 생각한다.

침구나 한의학 관련 전문학술대회의 경우 아주 새롭거나 당장 임상에 적용할 것들이 많지는 않지만, 비슷한 내용을 갖고서도 외국인 학자들은 어떻게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발표하는가 보는 것은 늘 흥미롭다.

단순참가보다는 발표를 하자
단순히 청중으로서 참가할 수도 있으나, 필자는 가능하다면 구연발표 또는 포스터발표를 하기를 권장한다. 단순히 참가하는 것이 마음은 편할 수도 있고, 시간도 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국제학술대회 참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일이니만큼, 본인의 연구 또는 진료내용을 잘 정리해서 발표할 기회를 얻는다면 고생한 것 이상의 보람이 있을 것이다.

우선,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정리할 수 있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발표 내용뿐만 아니라 그 대회 참가자들에게 본인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구연발표는 언어 등의 문제로 부담이 된다면, 포스터 발표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일반적인 경우 포스터발표는 내용을 한 장에 정리하여 대회 기간 동안 지정게시판에 붙여놓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포스터발표에도 각각 시간을 배정하여 자신의 포스터 앞에서 방문객들에게 연구내용에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학회에 따라서는 경쟁이 치열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포스터는 큰 어려움 없이 채택이 되는 경우가 많으니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만찬과 티타임은 소셜네트워킹의 기회
해외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를 가면 함께 간 동료들끼리만 어울리기가 쉽지만, 이는 학술대회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네트워킹의 기회를 잃는 것이다. 대회 기간 중 하루 저녁쯤은 만찬 내지는 적어도 칵테일파티가 있는데, 별도로 추가비용은 들지만 꼭 참석하기를 권장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보의 공유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외학술대회를 꼭 가야할 이유는 없다. 온라인상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관련 학자들과의 오프라인 네트워킹이다. 만찬의 목적도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보다는 참가자들끼리 보다 편안하게 식사를 하며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것에 있다.

대회 기간 내 휴식시간인 티타임도 평소 관심 있던 학자들이나 관심분야에 대해 발표한 사람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며 명함을 교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기념으로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며 다시 한 번 친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만, 주의할 것은 초면에 갑자기 다가가 사진을 찍자고 하면 분위기도 어색하고 난처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서로의 공통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정중히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것이 좋다.

국제학술대회 참가의 효용성
이제는 의료도 경쟁의 시대이다. 홍보에 있어서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홍보도 근거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앞서가는 한방병의원들은 이제는 연구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하고 있는데, 연구 주제의 효과 및 기전에 대한 규명이 1차적 목표이겠지만, 부수적인 홍보효과도 큰 목적 중 하나이다.

홍보의 근거로는 유명 학술지에 게재되면 가장 좋겠지만, 이는 대다수의 병의원급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술대회의 발표, 특히 포스터 발표는 부담은 적고 채택률은 높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의 분야에 내세울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이를 잘 정리해서 국제학술대회에 발표하고 관련분야의 학자들에게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자기 개발의 소중한 기회가 되고, 발표자체만으로도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좁은 진료실을 벗어나 넓은 세상에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자체가 국제학술대회를 참가하여 얻을 수 있는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소통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올 한해에는 모처럼 학창시절 이후 잠들어 있던 외국어 능력을 흔들어 깨워서 국제학술대회 참가에 도전해 보는 용기를 내어보자.

이상훈 / 경희대 한의대 침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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