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시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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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시봉 이야기
  • 승인 2003.05.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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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과 고즈넉한 백련암 소식


필자는 솔직히 뚜렷하게 의탁하고 믿음을 두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누군가 종교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라 했다는데, 필자가 죽음에 대한 확연한 깨달음을 가진 탓은 전혀 아니다. 다만 하나의 종교만을 선택해서 따르기엔 모두 다 좋은 점이 많다고 핑계를 삼는다.

또 야심한 밤에 종로나 명동에 나갈 일이 있으면 조계사든 명동성당이든 아무런 거부감 없이 찾아뵐 수 있는 작은 행복을 가지게 되었다고 위안한다.

사실 불교신자도 김수환 추기경과 같은 분과 같은 하늘 아래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영적 위안을 느낄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철 스님과 같은 분이 열반에 들었을 때 타 종교인들도 이별의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영적인 큰 스승이란 이렇듯 종교적 울타리를 넘나드신다. 그리고 많은 대중들로 하여금 고뇌의 긴 밤을 그 숨결만으로 편안히 잠들게 하신다.

성철 스님은 살아 계신 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時會大衆과 접촉 없이 지내셨다. 조계종 종정으로 계실 때는 물론이고, 80년대 민주화 운동 때도 참여를 거절하셨다.

어찌 보면 큰 스승으로 무심하다 싶으실 정도로 철저하게 山僧으로써 길을 가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분의 不存에 많은 시간이 지나고도 그리워함은 무슨 연유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필자는 마치 백련암 툇마루에 걸터앉으신 큰스님을 친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조실에서 솔잎으 로 공양하시는 모습을 모시는 것 같기도 하고, 가야산 오솔길로 산책을 따라 나서기도 한다. 시봉 스님과 더불어 큰스님의 그 우렁찬 목소리에 야단 맞기도 하고, 아이들과 천진난만한 시간을 보내는 스님의 모습에 미소 짓게도 된다.

이 이후에 필자는 용기를 내어 성철 스님이 설법한 내용을 녹취한 글들을 읽어보았다. 참선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 선문답에 대한 참선이 얼마나 치열한지 반 이상을 짐작하기조차 어려웠다.

어찌 보면 이 책이 필자로 하여금 큰스님에게로의 무모한 용기를 내게 한 탓이리라. 그리고 한발 더 가까이 가서야 필자의 작은 존재를 깨닫게 된다. 다만 자기 눈높이에 맞추어 진리의 세계를 발견하도록 하라는 當機承當이란 말에 위안을 느낀다.

많은 법어를 남기셨다. 그 중 한 구절로 스님의 쩌렁한 숨결을 여러분께 전하고자 한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 자기는 큰 바다와 같고, 물질은 거품과 같습니다. 바다를 봐야지 거품은 따라가지 않아야 합니다. …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함께 길이길이 축복합시다’ 큰스님 법어 1982년.

박 근 도(서울 상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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