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57] 藏珍要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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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57] 藏珍要編
  • 승인 2003.05.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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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稟과 氣質을 우선한 秘傳鍼法


오래 지난 일이지만 독자 한 분이 이 책의 소개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마침 일본에서 출판된 원서가 지방에 있는 대학도서관에 소장되어있어 이리저리 탐문해 보았지만 쉽게 구해볼 수가 없었다. 또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 이번엔 주요 내용을 抄譯한 복사본을 만나게 되었고 역자를 찾았지만 연락이 닿질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봄 한국을 방문한 茨城大學의 眞柳誠교수에게 부탁하게 되었으며, 절판된 지 오래인지라 시중에서 구하지 못하고 일본판 편자인 池田政一씨에게서 남은 1부를 어렵게 구해 보내왔다. 비록 책 한권에 불과하지만 무척 힘들게 만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원저자는 조선 사람 松又溪로 자세한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판을 출판할 때 다방면으로 원작자를 수소문 했으나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으며, 한국의 배원식 선생으로부터 松氏의 조선 전입 사적만을 입수한 경위가 밝혀져 있다.

또 원저의 서문에는 ‘上之三十一年甲午’라 기록되어 있으니 고종 31년인 1894년에 작성한 것이다. 그가 자신을 後學 江陽後人이라고 표기한 것으로 보아 본관이나 世居地가 江陽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곳은 지금의 경남 합천 땅에 속한다.

그는 서문에서 오장의 정기가 부족한 틈을 타 外邪의 침범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다고 전제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사람의 氣質을 살펴보고 그 다음에 병의 輕重을 따지는 것이 치료의 대원칙이라고 천명하였다. 또 정기의 성쇠와 질병의 경중을 가려 치료해도 오히려 해를 보는 경우는 天稟이 부족한 것을 모르고 단지 병세가 심한 것으로만 여긴 까닭이라고 지적하였다. 아울러 다음과 같이 자신의 소신을 펼쳐 놓았다.

“나는 식견이 부족하고 배운 것이 많지 않지만 몇 년간 지켜본 바에 따르면 확실하게 효험을 본 것이 많으므로 그 중 몇 가지를 간추려 필요한 경우에 널리 볼 수 있도록 갖추어 놓았다. 근래 세속에서 몸이 아프면 약을 지어 먹을 줄만 알고 침 치료법에도 補瀉溫冷의 妙法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탄식할 일이다.”

이 책이 언제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편자의 서문을 보면 뒤늦게야 빛을 보게 된 경위가 밝혀져 있다. 이것의 원본은 寫本으로 일본의 침구학자 柳谷素靈이 소장했었다. 그가 1957년 初譯한 내용을 미처 출판하지 못한 채, 이듬해 56세의 나이로 사망하자 원고는 그의 유품이 되어버렸다. 그 뒤 후인들이 원문을 번역하고 해설하여 1988년 겨우 책으로 꾸며져 나오게 된 것이다. 본문은 맨 먼저 침구치료의 원칙이 되는 오장육부의 허실과 장부병리를 논한 臟腑總論이 실려 있다. 이어 자침시의 요령인 刺法이 수록되어 있는데, 자법에는 入針法, 銅針法, 補法, 瀉法, 補中之冷法과 瀉中之溫法, 取穴法, 入分數之法, 呼吸法, 骨度法, 投針法 등이 차례로 소개되어 있다. 補瀉手技는 주로 徐疾補瀉法을 이용하고 있다.

이어 본편에 해당하는 一般病症의 치법에는 臟腑中風症, 暴음症, 口眼와斜症을 시작으로 123항목의 병증에 대한 치료법이 들어있으며, 부인병증과 소아병증에는 각각 9항목과 13항목에 걸쳐 병증치법이 들어있다. 매 병증 항목에는 대개 간략한 병인병기와 치료요령을 설명한 다음 치료혈이 수록되어 있다. 選穴은 대개 2~3개에서 많아도 7~8개를 넘지 않으며, 穴位마다 刺針深度와 補瀉法이 일일이 明記되어 있다. 특징적인 점은 자침의 깊이가 적게는 1分, 보통 2~3分이며, 깊이 찔러도 1寸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침자한 상태로 머무르는 시간을 호흡수로 계산하여 일일이 기록하고 있는데, 짧게는 3호흡에서부터 길게는 40호흡에 이르기도 한다. 끝으로 주요 경혈의 주치증에는 八總穴인 公孫, 內關, 後谿, 申脈, 臨泣, 外關, 列缺, 照海穴에 대한 부위, 치법, 주치증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판에는 편자가 東醫寶鑑, 千金方, 鍼灸重寶記, 鍼灸資生經, 鍼灸大成, 金궤要略, 傷寒論 등의 고전에 수록된 치료경혈을 조사하여 대조해 놓았으며, 현대적 해설과 주석을 곁들여 놓았다. 진작 소개되었어야 할 일이지만 뒤늦게라도 日譯本에 의해 소개하게 되어 다행스럽고, 원서의 전문을 구해 완역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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