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페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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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페이스 메이커
  • 승인 2012.01.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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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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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달린다

 

2012년 1월, 영화계 최대 성수기 중에 하나인 설 연휴를 맞이하여 ‘마이웨이’ 이후 한동안 뜸하던 한국영화 4편이 동시에 개봉되어 상영되고 있다. 이 중 ‘페이스 메이커’는 속칭 연기 본좌로 알려진 김명민의 출연과 올해 개최되는 런던 올림픽을 먼저 볼 수 있는 스포츠 영화라는 것 때문에 더욱 더 관심이 가는 영화이다.

고독한 레이스라고 일컬어지는 마라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 밋밋하고,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1등을 달리는 주인공이 아닌 1등을 만들기 위해 옆에서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페이스 메이커’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관객들에게 많은 감동을 전달해 주고 있다.

마라토너로서 각광을 받는 선수였던 주만호(김명민)는 부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페이스 메이커의 길을 걷게 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만호는 치킨집에서 배달을 하는 등 힘겹게 살아가다가 올림픽 메달이 시급했던 대표팀 감독(안성기)의 부름을 받고 페이스 메이커로 다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메달 유망주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며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란 마라톤이나 수영 등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로 이들은 오로지 남의 1등만을 위해 달려야 하는, 메달을 목에 걸 수 없는 국가대표다. 그 의미를 되새겨 보면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픔을 가진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는 느낌이 든다. 1등만 기억하는 우리 사회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주는 의미는 영화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한 마라토너의 모습을 담담하면서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여타의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페이스 메이커’도 초반에는 약간 지루함이 없지 않지만 점차 클라이맥스로 가면서 관객들의 눈물을 적셔내기 바쁘다. 물론 설마했던 결말 부분이 예상대로 이루어졌을 때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실제 그런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니 우리 삶이 진정한 드라마틱한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있다.

그리고 극 중 김명민이 ‘너는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에 한 가지 고르려면 어떤 거 할래?’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에 대한 대답을 통해 2012년의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런던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올림픽을 미리 만날 수 있는 재미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인공 치아까지 끼고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김명민의 연기 등 설 연휴 온 가족이 감동을 느끼며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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