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화인민공화국 초기(1945-63)의 중국의학 : 혁명의 의학」을 읽고①-책에 대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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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화인민공화국 초기(1945-63)의 중국의학 : 혁명의 의학」을 읽고①-책에 대한 소개
  • 승인 2012.01.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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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구

김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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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학의 현대화 과정이 갖는 의미

 

지난 2011년 한의계에는 한의약육성법 중 한의약의 정의 부분의 내용을 개정하는 큰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민족의학신문에서는 “한의약의 과학화, 객관화, 정보화, 산업화 및 세계화 등 한의약 발전에 발목을 잡아왔던 ‘한의약’의 정의를, 21세기 의료현실 및 시대상황과 한의약육성법 제정취지에도 부합되게 수정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민족의학신문 2012년 01월 01일자(836호) ‘2011년 본지 선정 10대 뉴스’ 기사 참조). 곧 법 개정을 통해 한의학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공식적인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한의학이라는 개념 속에 이제까지 공고히 자리 잡고 있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이라는 의미에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한의학이라는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지식체계들을 어떻게 질서 있게 재구성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주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것은 실제적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조만간 착수하려고 하는 ‘신(新) 동의보감’ 사업이나 임상지침서 제작 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우리가 참고할 만한 역사적 사례가 있다. 바로 옆 나라인 중국에서 약 40~50여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공산당 집권 후 중국에서는 중의학의 현대화를 위해 종래의 전통의학을 새롭고 과학적이며, 통합적인 의학으로 만들도록 국가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이 중의학의 현대화 과정을 세밀하게 다룬 책이 바로 킴 테일러의 저서 「중화인민공화국 초기(1945-63)의 중국의학 : 혁명의 의학」이다.

2011년 2학기 경희대 대학원 의사학교실에서는 이 책을 읽고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그 내용을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기에는 아쉬움이 남아 민족의학신문의 지면을 빌어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 글을 시작으로 총 5차례에 걸쳐 토론자들이 돌아가면서 게재할 예정이다.

현대 중의학은 고대의 개념이 계획적으로 증류된 것
“오늘날 우리는 ‘중의학(TCM 혹은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는 용어를 역사나 국경과 같은 시공간적 구분 없이 극도로 느슨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용어는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출현하였으며, 그것이 형성된 인식론적인 배경 역시 명백히 존재한다. TCM이라는 용어를 몰역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것이 나타내고자 하는 지식체계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TCM은 중국공산당이 진흥시키고자 하는 의학의 명칭으로서 국가 주도의 의학이다. 이 의학은 국가 기구 안에서 수행되고 그 지식체계는 공식적인 교과서 안에서 조직된다. 중의학의 기구화와 표준화는 곧 공산주의 중국하의 중의학의 특징을 규정하며, 따라서 우리가 오늘날 일컫는 ‘중의학(TCM)’은 오직 이러한 설정된 요인 안에서 기능한다.”

위 내용은 책 서문의 일부이다. 킴 테일러는 그녀의 저서 「중화인민공화국 초기(1945~63)의 중국의학 : 혁명의 의학」에서 중의학(TCM)의 본질 또는 기원을 역사적인 시각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의 중요한 전제는 현대 중의학을 과거로부터 이어진 연속적인 전통이 아니라 20세기에 국가의 지시에 따라 고대의 개념이 계획적으로 증류된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조작이 시작된 시기를 중국공산당 집권의 초기 연간(1945~64)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중국공산당의 의도적인 조작이 없었다면 중의학은 오늘날과는 매우 다르게 존재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공산당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중국본토에서의 중의학은 자체 사회 내에서 조화롭게 존재할 수는 있었겠지만, 과학의 영역으로 스며드는 데에는 실패했을 것이 자명하며 중국과 달리 전통의학의 영역을 넓히거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못했던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홍콩 등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공산주의 혁명에 포함된 전통의학 쇄신
보건의료체계가 지난 역사 동안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변화해온 것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마오쩌둥이 상정한 강력한 적-서양의학의 과학적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점이 특이하다.

서양의 과학적 권력에 대한 대항마를 키우기 위해 마오는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의 장점을 결합시킨 제3의 의학을 생각해 냈다. 그러나 오랜 내전을 거치며 전통의학 종사자들의 급격한 감소를 겪은 데에다 서양의학에 대한 외경과 공산정권 초기의 구습타파 분위기에 경도되어 전통의학은 상당히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다.

마오는 이러한 전통의학을 쇄신하여 서양의학과 결합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고자 했다. 따라서 그 쇄신은 서양의학체계에 부합하는 형태를 지향하였고, 그 중심에는 과학화와 표준화라는 기치가 있었다. 이렇게 마오의 의지에 따라 공산주의 혁명에 포함된 전통의학은 공산당이 추구했던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특별한 기능을 하게 된다.

이후에 이 책의 세부내용을 다루면서 누가 어떠한 목적과 방식으로 어떠한 집단의 의지를 반영하여 이러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나갔는지, 그리고 혁명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주 속에 전통의학이 어떻게 TCM으로 변화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우리 내부로 시각을 돌려 과연 무엇이 전통의학을 살리는 길인가에 관한 심각한 고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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