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20) -「藥性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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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20) -「藥性歌」
  • 승인 2012.01.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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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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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사로 암송한 藥材效能

 

藥性歌란 본초학적 기미론에 근거하여 약물에 대한 지식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하고, 이를 암기하기 쉽고 임상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결의 형태로 만들어 정리한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약성가란, 한의학에서 쓰이는 개별 藥材의 性味와 效能을 讀誦하기 쉽도록 4언4구 또는 7언2구의 한문가사로 만든 것이다.

본초서가 하나하나의 약물에 대한 종합적인 지식을 담고 있는데 반하여 약성가는 임상활용을 전제로 훨씬 실용적이고 臨症施治가 간편하게 이뤄지도록 작성된 하나의 지식체계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가결(한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약물 지식을 보다 쉽게 암기하고 터득할 수 있어 교육적인 효과도 뛰어나다.

이러한 가결형식은 한의학의 여러 전문분과에서 다양한 주제로 사용되었는데, 경락의 유주순행과 경혈의 위치를 가결로 만들어 기억하기 용이하게 한 經穴歌, 또 湯劑의 약물구성과 주치, 효용을 요령 있게 압축하여 만든 湯頭歌訣 등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약성가가 가장 대중적이고 실용적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우리 문헌에서 약성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799년 「濟衆新編」 간행 이후이다. 「동의보감」에서 본초학적 지식을 탕액편으로 열거한 데 반해 보다 임상적인 활용성을 중시한 「제중신편」에서 약물지식을 약성가로 정리하여 수록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레 귀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형태적인 측면에서 약성가의 채용은 이 시기보다 앞서 도입된 「의학입문」이나 「만병회춘」을 통해서 이뤄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의 실제 활용에 있어서는 오히려 조선의학에서 좀 더 범용적으로 응용되지 않았나 싶다. 「제중신편」 간행 시 이미 기존의 약성가에 83수를 새롭게 더하여[新增] 수록하고 있으며, 이러한 내역을 저자 강명길은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제중신편」에 약성가가 처음 등장한 이후 조선후기에 간행된 의서 중 약성가를 수록한 문헌을 살펴보면, 황도연의 「醫宗損益附餘(1869)」 「方藥合編(1884)」 「若山好古腫方撮要(1800년대)」 「入門醫鑑本草總括(19C말)」 「醫鑑重磨(1922)」 「舟村新方(1930)」 등이 있으며, 「東武遺稿」에도 실려 있다.

물론 여기 실려있는 약종과 내용은 책마다 다소 출입이 있으나 대략 「제중신편」 약성가를 기본으로 첨삭하여 개편한 것이 대종이다. 또한 넓게 보아 형태적인 측면에서 4언4구 형태의 「제중신편」 약성가와 7언2구로 이루어진 「方藥合編」 약성가 계열로 양대분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위에서 황도연의 「醫宗損益」에서는 「제중신편」 약성가를 토대로 약종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본초학적 지식과 임상효용, 속방까지 다양한 지식을 보완하여 편찬한 반면, 10여년 후 이 책에 기반을 두고 임상지식을 종합하여 개편한 「方藥合編」에서는 아예 원문을 7언2구의 형태로 다시 압축하는 획기적인 변모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바로 한국의학사에서 약성가로 대변되는 본초지식의 임상활용 체계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를 계속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약성가는 종합의서의 내용 가운데 1편으로 구성되어 소개되어 있을 뿐, 별개의 印本으로 간행된 책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적인 이용자들은 이 약성가를 채록하여 접철식 염낭본으로 만들어 휴대하거나 자신만의 약초지식을 덧붙여 자작약성가를 만들어 소지하고 수시로 암송하면서 활용해 왔던 것이다. 조선의학에서 藥性歌는 실용적인 임상본초 지식을 압축한 최고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으며, 시대의 변천에 따라 면면히 계승, 발전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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