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규장각 그 역사와 문화의 재발견」
상태바
도서비평-「규장각 그 역사와 문화의 재발견」
  • 승인 2012.01.01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홍균

김홍균

mjmedi@http://


살아 숨 쉬는 역사를 품은 규장각의 어제와 오늘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 뒤로 어수문을 통해 계단을 오르면 2층으로 된 주합루에 이른다. 어수문은 왕과 신하가 만나는 상징적인 문으로, 부용지의 물고기가 현명한 물을 만나 어룡(魚龍)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등용문이다. 그러기에 어수문의 받침에는 삼태극(三太極)이 절묘하게 그려져 있다. 삼태극이 그려져 있는 곳은 하늘과 교통하는 곳에만 그려지는 우리 겨레의 상징물이다.

왕실도서를 보관하고 있는 1층의 규장각(奎章閣)이나 도서를 열람하고 학문과 정사를 논하는 2층의 주합루에 오르자면 어룡이 하늘로 오르듯 이 삼태극과 마주친다. 정조임금이 인재를 등용하고 도서의 보관과 확충을 꾀하기 위해 그가 즉위하던 1776년 3월에 설립되었지만, 이를 확장하여 나중엔 학술 및 정책 연구기관으로 성장해 나갔던 것이 규장각이다.

규장각의 기능은 점차 확대되어 승정원·홍문관·예문관의 근시(近侍)기능을 흡수하였고, 교서관(校書館)의 출판기능까지 겸하여 활자를 주자하였으며, 이를 통해 많은 국내외 도서의 수집과 더불어 간행도 하게 되었다. 또한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목록화 하는 작업도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그 이후 소장되었던 많은 자료들과 함께, 서울대학교 내에 ‘규장각’을 새로 짓고 첨단 장치 속에서 총 20만권의 장서를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책 「규장각」은 그간의 사연들을 담아, 시대별로 정조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규장각의 역사를 소상히 밝히고, 소장된 주요자료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내에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개는 무관심 속에 지나기 쉬운 것을 이 한 권에 망라하여 보여주고 있어 규장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오늘날 우리 한의사들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한의서적들이 꽤나 많기 때문이다. 대강은 여강출판사에서 엮은 「韓國醫學大系」에 들어 있지만, 실제의 모습은 규장각에 가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필자가 이번에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과제로 「本草精華」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의학대계」에 영인되어 실려 있는 것으로 볼 때 꼭 필경사가 철필로 긁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조선 후기나 일제강점기 때에 만들어진 책으로 보였지만,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실물을 확인해 본 결과, 놀랍게도 가는 붓으로 세밀하게 수려한 필체로 쓴 조선 중기의 「東醫寶鑑」과 같은 시기의 책이었다. 원본을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자료였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가 여력도 없었거니와 대개는 무관심 속에서 방치된 책임이 큰 것이었다. 하루 속히 이들에 대한 접근과 연구가 필요하므로 이 자리를 빌어서 토로해 본다. (값 1만 6천원)

金洪均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