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밥상(6)-이유명호 원장(서울 이유명호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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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밥상(6)-이유명호 원장(서울 이유명호한의원)
  • 승인 2011.12.1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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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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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질환 예방에 좋은 '콩 요리' 즐겨드세요”

 

“내가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학위가 있어요. ‘밥사’라고. 마포에 맛집이 굉장히 많아요. 점심시간에 찾아온 환우는 제가 직접 함께 나가 마포의 맛집들을 돌면서 밥을 먹여 보냅니다. 그만큼 제게 ‘밥’은 중요해서 지인들이나 환우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일은 늘 신나죠.”
이유명호(59) 원장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간 한의원에 들어서자마자 밥부터 먹으러가자고 했다.

아침밥이 보약
하지만 이 원장의 어린 시절은 확연히 달랐다. 지금도 조그만 체구이지만 어린 시절 이 원장은 바싹 마르고 눈 나쁘고 새까맣고 작은 아이에다 저체중 저성장의 허약아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25kg였던 몸무게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38kg이 되었어요. 1988년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니 간신히 43kg을 넘어섰죠.”

그가 그렇게 저체중인 가장 큰 원인은 어린 나이에 극심한 편식과 위염, 만성감기를 비롯한 잦은 병치레로 성장부진을 겪은 탓이다. 한의사의 길을 택한 이유도 ‘너부터 건강하게 살라’는 부모님의 간곡한 당부 때문이었다. 그런 이 원장의 둘째 아들이 꼭 엄마를 닮아 편식이 심했다고 한다.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밥을 두 그릇도 먹지만, 없으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라면만 찾았어요. 내가 정성들여 싸준 반찬은 안 먹고 친구들이 싸온 소시지와 고기완자, 돈가스 튀긴 것을 얻어먹기 일쑤였죠.”

책으로만 공부한 육아법은 한의사라 해도 소용이 없었단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밥상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직접 두 자녀를 키우면서 쓴 책이 바로「머리가 좋아지는 아이밥상의 모든 것」이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느낀 엄마의 심정과 비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원장은 식습관이 인생을 만든다며 아침밥 먹기를 강조했다.
“아침밥을 굶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허기를 느끼기 때문에 불규칙한 군것질에 빠지게 되어 과식, 폭식, 비만으로 이어지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성격도 변하죠. 아침이 되면 위는 소화효소들을 준비해놓고 소화시킬 재료가 들어오길 기다리는데 아침밥을 안 먹으면 제 점막을 깎아 내려 속이 쓰려 오는 거예요. 위는 당분을 원한다니 혈당을 올려주는 곡식이나 전분을 먹어서 위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게 좋아요.”

유방암과 골다공증에 먹으면 좋은 음식들
이 원장의 한의원 홈페이지에는 여성들이 이 원장을 마치 친구 대하듯 미주알고주알 물어본다. 이 원장은 일일이 궁금증에 대해 답글을 달아준다. 그가 쓴「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여행」등은 여성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내용들로 가득하다.

“치료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여성의 건강과 사회적 지위, 대한민국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가 여성의 몸과 건강에 관해 책을 쓰는 이유다. 여성들이 겪게 되는 대표적인 질병, 여성암 중에서도 유방암 30~40대에서도 많이 발병하고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을 부정하고 좌절을 느끼면 유방의 생명 에너지가 막혀서 통증이 더 생기고 암까지는 아니더라도 병이 생길 수 있어요."

유방암을 예방하는 음식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이 원장은 다음 음식들을 추천했다.
“에스트로겐이 많이 함유된 제품, 수입 유제품과 수입 고기는 피하세요. 그 대신 방목한 고기를 작게 잘라서 채소 쌈과 같이 먹으면 좋아요. 또 우엉, 도라지, 더덕, 미나리, 민들레, 질경이, 다시마, 고들빼기,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등 울체된 열을 내리고 뭉친 조직을 풀어주며 항암 효과가 있는 채소를 늘 드시도록 하세요.”

매운 음식과 카페인이 많은 커피는 상열을 만들어내므로 피하는 게 좋다. 또 “콩을 전통적으로 먹어온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낮다”며 “된장, 콩장, 청국장, 콩나물 등 콩 제품을 열심히 먹는 것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두려워하는 또 하나의 질병은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엔 여러 변수가 있고 골형성도 마찬가지예요. 전신 건강이 선행되지 않는 한 뼈의 진액이 부족한 것이 쉽게 메워질 리 없죠. 약명 그대로 뼈가 부서진 데 보한다는 골쇄보가 들어간 처방과 ‘홍화약침’으로 치료하고 환자들에게 콩볶음을 간식으로 추천해요. 콩을 감식초에 불렸다가 볶으면 흡수율이 매우 좋아지거든요. 아니면 뻥튀기 장수에게 콩튀김을 만들어 먹어도 쉬운 방법이예요.”
그는 “공기나 물처럼 귀하게 여기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밥상에 늘 건강 먹거리”가 있다며 환자들에게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일러주는 한의사다.

몸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사유해야
끝으로 이 원장은 기존의 남성 중심 의학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한국의 여성들이 이런 질병들을 갖게 된 건 이 사회가 여성의 몸에 가하는 억압이나 스트레스도 큰 영향을 줍니다. 우리가 한의사라고 환자들의 몸에 대해서 다 안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안돼요. 정말 환자들에게 무례하지는 말아야죠. 이제는 몸에 대해 한의사들이 인문학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유해야 해요. 단순히 살덩어리나 몸뚱이로 생각하지는 말자는 거예요.”

이 원장은 또 환자들에게 질환에 대해 병명만 알려 줄 것이 아니라 알기 쉽게 차근차근 다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과의 유쾌한 저녁식사가 끝나고 헤어질 때 이 원장은 “행복하고 멋지게 살아요!”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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