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한약 임상사례(24)-일본한방의 시스템을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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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한약 임상사례(24)-일본한방의 시스템을 배워야
  • 승인 2011.12.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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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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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분쟁
93년도, 95, 96년도 한약투쟁을 했었다. 처음에는 ‘약사의 한약조제금지’가 목표였지만, 이것이 의약분업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이원화된 의약분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고, 한약학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을 했는데, 그런 투쟁의 결과로 한약학과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원화된 제도를 고착화시키기 위해서 동시에 주장한 것은 의료일원화반대였으며, 일원화의 반대 명분은 일본식 양진한치를 반대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즉 일본은 한의사제도가 없어졌으며, 의료일원화 상태였는데 이렇게 되면 그냥 병명에 해당하는 처방을 일대일 대응 식으로 처방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제대로 된 한의학은 사라진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아마도 그 당시 제대로 된 한의학이란 ‘변증시치’를 제대로 하는 한의학이라는 뜻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8년도 추계 중풍학회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서 2008년도 대한중풍학회 추계연수강좌에서 도야마대학 한방진료부의 고토히로조 교수님이 파킨슨씨병의 한방치료에 대해서 소개를 했다. 파킨슨씨병의 stage는 Hoehn and Yahr의 분류에 의하면, 그 정도에 따라서 stage ⅠⅡⅢⅣⅤ의 다섯 가지로 나뉘는데, 이를 한의학적으로는 early stage(Stage 1), middle stage(Stage 2, 3), Last stage(Stage 4, 5)로 나눠서 early stage는 tremor and rigidity of one side에 포커스를 맞춰서 간실증으로 변증하여 억간산 억간산가작약황련 작약감초탕 등으로 치료하였다.

middle stage는 주로 식욕저하 피로 위장관 장애 등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시점으로 기허증으로 변증이 되어 육군자탕을 위주로 처방하였으며, 간혹 bowel movement가 항진된 경우는 계지가작약탕을 처방하였다. last stage는 피부의 위축 근경련 근육의 경직과 약화 등 혈허증이 관찰되지만 사물탕보다는 팔미지황환이 더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last stage의 두 케이스를 발표하였는데, 첫 번째 케이스는 인삼탕만 10주 동안 투여하다가 10주 이후부터 인삼탕합팔미지황환을 처방하였으며, 그때부터 가파르게 호전되기 시작하여 이후 40주 동안 처방이 이루어진다. disability score도 4점대 중반에서 2점대 중반으로 호전된다.

두 번째 케이스는 인삼탕합사물탕으로 20주간 처방하다가 20주부터 인삼탕합팔미지황환으로 처방을 변경하였으며, 그때부터 가파르게 호전되기 시작하여 이후 30주 동안 처방이 이루어진다. 역시 disablility score가 4점대 중반에서 2점대 초중반으로 회복된다.

환자에게 외면받는 의학은 더 이상 설자리 없어
그 현장에서 필자가 한의과대학교에 입학했던 당시 꿈인 난치질환을 한의학으로 다스려나가는 모습을 보았으며, 우리 한의학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2009년도 일본에서 사용된 보험한약 규모는 1천100억엔, 한화로 1조 5천억 원의 규모인데 반해, 2010년도 한국에서 사용된 보험한약 규모는 155억원이었다. 정확히 1/100인 셈이다.

우리가 ‘양진한치’라고 비웃던 일본한방은 표준화된 진료형태를 통해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왔으며, 그런 양적 성장에 힘입어 쯔무라를 비롯해서 양질의 보험한약시장을 만들어온 반면, 우리의 한방시장 특히 탕약시장은 최근 들어 정체하고 있으며, 표준화된 진료형태와 보험한약 사용에 있어서는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만 한의사시대에 아직도 한의사 개개인의 개인적 임상경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존립기반은 당연히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쯔무라와 같은 보험한약 회사가 없음을 한탄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차분히 보험한약 사용을 늘려나간다면, 우리도 일본한방과 같은 시스템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준우 / 경기 탑마을경희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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