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엔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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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엔트로피」
  • 승인 2011.12.0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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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엔트로피는 인류가 발견한 유일한 진리

제레미 리프킨 저, 최현 역, 범우사 刊

한 달여 전인 10월 31일자로 지구촌 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뉴스가 다른 분들에겐 어떤 생각을 불러 일으켰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고교시절 접했던 멜서스(Malthus)의 「인구론(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내용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이후 식량과 인구 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 떠올랐습니다.

이어서 2015년엔 80억, 2055년엔 160억에 이를 것이라 예견한 오래 전의 책 「엔트로피(Entropy)」를 다시금 꺼내 들었고, 급기야 이렇게 소개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나온 지 30년도 더 된, 이미 고전(古典)의 반열에 오른 책을 새삼스레 언급한다는 게 마음에 좀 걸렸지만, 왜 마크 트웨인(Mark Twain)도 그랬잖아요? “고전이란 누구나 한 번은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읽은 사람이 별로 없는 책이다”라고.

저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기계적 세계관에 바탕한 현대의 물질문명을 통렬히 비판하는 세계적인 환경 철학자입니다. 아시다시피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에서는 첨단 기술의 진보가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실업자를 양산한다고 주장했고, 「육식의 종말(Beyond Beef)」에서는 쇠고기 탐식 문화로 유발되는 환경적·경제적·인간적 해악을 지적했으며,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는 이른바 ‘접속’의 시대에 들어선 우리 인류의 미래상을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에 걸맞은 번역서 제목 탓에 ‘종말론자’라는 얼토당토않은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요즘말로 치면 딱 생태주의 ‘종결자’라 할 수 있지요. 이번에 소개하는 그의 대표작 「엔트로피」에서도 인류의 발전사를 생태환경 중심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엔트로피 법칙[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사용이 가능한 것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변화한다]에 입각한 새로운 문명관의 필요성을 역설하지 않았습니까?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됩니다. 1장에서는 뉴턴적 세계관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엔트로피의 개념을 제시하고, 2장에서는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양사상의 역사를 고찰하며, 3장에서는 테크놀로지의 실체를 밝히면서 기술혁신에 따른 실제적 득실을 따집니다. 4장에서는 선진 공업국 사회의 모순과 폐해를 적시하고, 마지막 5장에서는 엔트로피 법칙에 근거한 새로운 세계관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물론 전체를 일관하는 주제는 우주의 삼라만상이 상호 유기적 관계에 있음을 하루 빨리 깨닫고 엔트로피 세계관, 곧 생태주의적 세계관을 확립하자는 것입니다. 첨단 과학기술의 기계만능을 진보로 착각하지만, 진보라는 말은 기계의 완성에 보조를 맞춘다는 의미일 뿐이라면서…….

고전은 단순히 ‘옛날(古) 책(典籍)’이 아니라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 해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높이 평가되는 작품일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을 “스스로[自] 그러하다[然]”는 형이상학적 도(道)의 관점으로 파악하는 우리 한의학의 「황제내경」이야말로 지구상 최고의 고전임에 분명한데……. (값 8천 원)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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