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15)-「醫學正傳」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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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15)-「醫學正傳」②
  • 승인 2011.12.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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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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丹溪要語와 祖傳經驗을 엮어서

「의학정전」

저자 虞摶(1438∼1517)의 자찬 서문에 의하면 그가 조부 때부터 이어온 家學을 밑거름 삼고 朱丹溪를 사숙하여 얻은 지견을 「소문」·「난경」의 체계에 결부시켜 4년여 연구한 끝에 비로소 지름길을 터득하였다고 술회하고 있다.

 또 서문의 한 구절에는 “이 책을 집필하였을 당시 이미 그의 나이가 78세에 이르렀다”고 적혀 있다. 이 문구로 보아 이 책은 그의 말년인 1510년경부터 집필한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평생 공력을 쏟아 부어 의학이론으로부터 임상경험까지를 망라하여, 필생의 심혈을 기울여 지은 역작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그는 갖가지 해괴한 방법들이 자행되어 생명을 해치고 살인에 이르게 된다고 극언하면서 후학들로 하여금 편벽한 방법[偏門]을 답습하지 말고, 근본 원리를 징험하게 하고자 하는 뜻이라고 자신의 집필의도를 밝혔다. 오늘날 현대의학도 환자의 욕구충족과 속효만을 목표로 또 다른 편벽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아야만 한다.

저자는 明代 浙江省 義烏 출신으로 단계의 고향과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여서 자연스럽게 단계의 학술사상에 젖어들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字는 天民, 號는 花溪, 혹은 恒德老人이라 불렸으며, 젊어서 어머니의 病을 救療하다가 醫學에 뜻을 두고 입문하게 되었다고 하니 家傳世醫와 儒醫로서의 특성을 모두 갖춘 인물이라 평할 수 있다.

특히 그는 단계 朱震亨의 학설을 위주로 하고 孫思邈, 張機, 李杲의 학설을 참작하여 이 책을 지었는데, 첫머리에 ‘醫學或問’을 지어서 醫學의 正道를 밝히고자 하였다. 그는 이 책 외에도 「方脈發蒙」 「百字吟」 「半齋稿」 등의 저서를 남겼다고 하는데,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의 조선판은 현재 규장각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목판본은 8책으로 이루어져 있고 내용은 모두 같다. 또 순조 연간에 간행한 후대 목판본이 각 도서관에 산재되어 전하고 있다.

각 병증항목에는 「내경」의 要旨를 중심으로 醫論을 앞에 두어 提綱을 삼았고 이어 王叔和의 「脈經」을 중심으로 한 脈法을 실었다. 그 다음으로 方法이란 제목 아래 갖가지 치방들이 수재되어 있다.
전서에 수록된 처방은 1000여 수에 달한다. 저자가 본문에 앞서 실어놓은 범례에 밝힌 바에 따르면 傷寒은 仲景을 본받고, 內傷은 李東垣, 소아과는 錢仲陽을 본받았다고 밝혔다. 물론 이 치방조에도 단계의 방론[丹溪要語]과 그가 만든 치방들을 우선하여 실어놓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곳에는 ‘丹溪活套’란 조목을 두어 치방의 운용법과 단계 특유의 용약법을 상세하게 부연해 놓았다.

단계의 치방법[丹溪方法]은 盧和가 조술한 「丹溪醫書纂要」를 그대로 채록하였는데, 더한 곳은 있어도 빠트린 곳은 없다고 범례에 밝혀놓았으니, 전문이 모두 그대로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이어 말미에는 저자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祖傳經驗을 수록해 놓았는데, ‘祖傳方’이란 소제목을 달아 역대 명의들의 치법과 구분해 놓았다.

각 항목 마다 끄트머리에는 ‘醫案’이 실려 있는데, 이것은 저자인 우단이 직접 경험한 치료사례를 중심으로 수록해 놓은 것으로 보여 생생한 현장감이 살아 있다. 즉 이 책에 보이는 저자의 서술체계는 醫經-丹溪說-諸家說-祖傳經驗-臨床醫案 순으로 엮어져 있어 그의 학술체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쉽사리 파악할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분량을 개정한 점인데, 古方의 용량을 10첩 분량으로 추산하고, 1회 복용량인 1첩을 기준으로 1/10량으로 고친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古方의 중량을 考正하여 조선의 기준을 새로 마련한 것이 이로부터 비롯된 생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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