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14)-「醫學正傳」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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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14)-「醫學正傳」①
  • 승인 2011.11.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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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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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片丹心 매진한 醫道正學

 

「동의보감」 이후 조선의학에 미친 丹溪학설의 영향은 가히 전반적이라 할 만하다. 단계학파의 저작들은 이미 麗末鮮初에 걸쳐 속속 조선 땅에 들어와 소개되고, 세종대 「의방유취」라는 前代未聞의 巨帙 속에 담겨져 전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의학에 좀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것은 朱震亨의 親作뿐만 아니라 그를 私淑한 再傳弟子에 해당하는 劉純, 虞摶, 李梴 같은 이들의 저작을 통해서이다. 특히 오늘 소개할 虞摶(1438∼1517)의 「醫學正傳」은 조선전기에 단계학설을 학습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특히 영조22년(1746)에 「續大典」을 펴내면서 이 책을 醫學取才考講書로 지정하면서부터는 醫科의 교과서로 쓰이게 되었다. 이후 고종2년(1865) 「大典會通」에도 여전히 의학취재고강서로 남아 있어 조선후기 내내 의학입문서의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보다 앞서 「동의보감」을 통해서도 이러한 정황을 짐작해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인용된 「의학정전」 조문은 총518조에 달한다. 이러한 인용빈도는 명대 임상의서 가운데 李梴의 「醫學入門」과 樓英의 「醫學綱目」 다음으로 높은 것이어서 가히 그 영향성을 짐작해 보고도 남음이 있다.

특히 원작자가 서문을 집필한 저작시기가 1515년으로 표기되어 있고, 일본에 전해진 조선판의 입수기에 1544년이라는 명문이 남아 있다. 이 같은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적어도 1530∼1540년경에는 이 책의 조선판이 간행된 것이 분명하며, 늦어도 1530년경에는 중국으로부터 이 책의 원간본이 조선에 도입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갑진활자 인본이 전해지며, 「고사촬요」 책판 목록에 전주판이 기록되어 있고 서유구의 「鏤板考」에 호남관찰영에 목판이 남아 있다고 적혀 있다. 또 순조 19년(1819)에 내의원에서 교정하여 完營에서 중간한 이 책의 판본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일본에는 궁내성 도서료에 조선전기 간본을 비롯한 다수의 고본이 전해져 오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기록에 의하면 1604년 嘉靖辛卯年(1531) 목각판을 重刻한 것이 남아 있으며, 1622년 平樂寺刊本, 1659년 간본이 전해지고 있어, 明代 이 책이 첫 선을 보인 후 오래지 않아 조선을 거쳐 일본에 전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당시로선 매우 빠른 전파력을 보여주고 있어 그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전서는 8권 8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첫머리에 自序가 있고 다음에 凡例와 目錄이 있다. 제1책 첫머리에는 본문에 앞서 醫學或問 53조를 실어 醫道를 論述하였다. 이어 中風, 傷寒을 설명하였다.

제2책은 瘟疫, 斑疹, 內傷, 中暑, 濕症, 燥症, 失熱, 痰飮, 咳嗽, 哮喘, 瘧症, 泄瀉 등이 차례로 실려 있어 풍한, 온역 등 외감성 질환을 내상이나 잡병보다도 우선한 것을 알 수 있다.

제3책은 痢疾, 嘔吐, 呑酸, 嘈雜, 痞滿, 腫脹, 積聚, 虛損, 勞極, 제4책은 眩暈, 頭痛, 胃脘痛, 腹痛, 腰痛, 脅痛, 諸氣, 疝氣, 脚氣, 痛風, 痿證, 諸蟲, 제5책은 麻木, 耳病, 目病, 口病, 喉痺, 齒病, 鼻病, 血證, 痔漏, 汗症, 痔證, 厥證, 癲狂癎, 邪祟, 怔忡, 健忘, 三消, 제6책은 便濁, 淋閉, 秘結, 黃疸, 瘡瘍, 癩風, 破傷風 등의 질환이 수재되어 있어 잡병과 외형질환을 분간하지 않고 섞어 놓았기에 일목요연하게 체계를 갖춘 「동의보감」의 편제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제7책은 婦人科로 經候, 胎前, 産後, 제8책은 小兒科로 驚氣, 五癎, 諸疳, 吐瀉, 痘疹 등의 순서로 꾸며져 있어 부인, 소아를 권말에 따로 배치한 다른 의방서들과 유사하며, 질환의 범주도 대동소이하다. 다음 회에 저자와 내용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알아보기로 하자.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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