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13) - 「大邱普惠藥房紀念新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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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13) - 「大邱普惠藥房紀念新書」
  • 승인 2011.11.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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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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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기 韓藥製劑 산업의 일면

 

「보혜약방기념신서」(한의고전명저총서DB)

한일합병으로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에 병탄되면서 한의계도 설자리를 잃고 자생의 길을 암중모색해야만 했다. 자력 생존을 위해 선택한 길 가운데 하나로 초창기 제약산업에 투자한 한의약업인이 있다. 이 시기 한약제제는 조선시대 납약제조 전통을 이어 뛰어난 제조기법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한말부터 차츰 설비된 우편통신망과 원거리 철로이송이 원활해지면서 활기를 띠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 소개할 자료는 「普惠藥房紀念新書」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에 소개한 바 있다.(254회, 일제치하 藥種商의 賣藥販賣, 2005년 7월 25일자) 1912년 경상북도 대구에 문을 연 보혜약방이란 곳에서 발매를 기념하여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서적으로 발행한 것이다. 당시 보혜약방 주인 李觀化가 東西 여러 나라에서 입수한 賣藥 220여종의 판매 허가를 획득한 것을 기념하여 이를 한국어로 풀 것은 풀어서 기록하여 발행한 것이다. 설명문을 참조하면 이 책은 여러 차례 간행되었고 다시 간행할 때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내용이 추록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뒤쪽에는 「家庭敎本」, 「農業要覽」이 첨부되어 있는데, 쪽수를 새로 시작하여 하나의 책 속에 합본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재판을 거듭하면서 새로 덧붙여진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大邱普惠藥房紀念新書 第初版繙譯印刷는 以下로 如하고 第二版, 三版에 繙譯印刷할 目的 水沓肥料紫雲英種法과 牛馬牧草苜蓿種法과 松茸及諸茸養成法과 蜜蜂飼養法及採蜜法과 人蔘薄荷及黃連栽培法과 實驗柞蠶法과 牛馬牧畜及疾病治療法과 藥用草木栽培法과 果樹剪定整枝法과 瓜類栽培法과 花草養法을 添附홈.”

책의 앞 쪽에 목차가 있고 뒤에는 社主인 이관화에게 경상북도 경무부의 명의로 발급된 약종상 허가증과 매약업자 허가증이 인쇄되어 있다. 그 뒤로는 각종 제품에 대한 賣藥業者許可證이 한 면에 여섯 종씩 인쇄되어 있는데, 모두 1912년에 허가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제제품목으로는 消痰鎭咳散, 慈惠保命丹, 回春丹, 平胃散, 蛔蟲消滅散, 痢疾靈藥, 小兒咳嗽散, 去惡生新膏, 消積丸, 濕腫全治膏, 大腫拔根膏, 疥瘡水藥, 輕腫根治膏, 救急丸, 鐵精丸, 養兒寶丸, 咽喉散, 疥瘡速治膏, 補益丸, 小兒靈效散, 複方平胃散, 治瘡白神膏, 耳膿速治液, 解熱丸, 淸明眼藥水, 六味丸, 六味湯, 八味丸, 雙和湯, 人蔘敗毒散 등 30종이다. 대개 전통적으로 호평을 받아온 자양강장류나 건위소도제, 구급류 약제들이 대부분이다.

권미에는 발행인 이관화가 쓴 서문형식의 글이 있어 이 책을 발행하게 된 전말이 기록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앞에 열거한 30종의 처방들은 보혜약방이 官의 허가를 받아 제조한 약물들이고, 뒤에 기록된 220여종의 약물들은 동서양의 諸國에서 나온 약물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면서, 아울러 이 자료집을 활용한다면 자신의 질병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으며, 필요할 시에는 지체 없이 본사에 신청만 한다면 보내줄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제제품목집은 아마도 자사생산 제품에 대한 설명서로서의 기능과 수입제제의 판촉을 위한 홍보물의 역할을 동시에 구비한 셈이 된다.

자사 생산품목에 대해서는 주효, 용법을 한문과 국문으로 병기해 놓았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복방평위환의 경우, “(主效) 上焦에 淸熱通氣하며, 中焦에 消滯養胃하며, 下焦에 止瀉去濕하고, 胸腹痛과 霍亂急症과 酒醉와 眩暈과 水土不服에 神效홈”이라고 한문으로 써 놓고, 바로 뒤이어 “(주효) 상초에, 열을 말키며, 귀를 통하고, 중초에, 체증을, 나리며, 비위를 보하고, 하초에, 설사를 긋치며, 습긔를 제하고, 흉복통과, 곽란급징과 술취한데와, 현긔나난데와, 수토불복에 신효홈”이라고 해석해 놓았다. 초창기 한약제제산업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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