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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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 승인 2011.11.1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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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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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상징물로 불교의 세계관을 들여다 보다

 

허균 저, 돌베개 刊

우리나라 문화유적의 답사를 다니다보면 전국의 곳곳에서 만나는 많은 사찰이 있지만, 답사여행에서는 언제나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는 말이 있듯이, 모르면 지나치기 쉬운 상징물들을 이 책은 선명한 사진과 더불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단순히 불교를 신앙으로 가진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한민족과 더불어 수천 년간을 숨 쉬어 왔던 우리 민족의 혼이 담겨있는 흔적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그것은 신앙적 교감과 더불어 생활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민족의 정서와 정신적 고양을 통해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의 행복과 질병과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이 포괄되어 있기 때문에, 이 땅에 살아온 모든 이에게 중요한 삶의 흔적이기도 하다. 특히나 불교는 토속신앙과 불교의 융합이라는 과정을 거쳐 왔기에 우리 민족의 통합적 신앙관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예를 들면, 회암사(會巖寺)의 계단과 표충사(表忠寺)의 대문, 그리고 고운사(孤雲寺)의 서까래와 통도사(通度寺) 궁창 등에서 태극무늬를 볼 수 있는데, 이들 태극문양은 실제론 불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면서도 여러 사찰에서 관찰되는 무늬다. 태극의 도형은 송나라 주돈이(周敦頣, 1017~1073)에 의해 처음으로 도상이 만들어졌지만, 그보다 약 400년 전에 이미 경주 감은사(感恩寺) 터의 장대석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 주돈이가 성리학의 체계를 설명하기 훨씬 이전에 한반도에 있는 문화가 불교와 융합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감은사지에 있는 태극보다 300년 정도 앞선 시기에 만들어졌던, 경주 계림로 14호 고분에서 발견된 금제감장보검(金製嵌裝寶劍, 일명 황금보검)에서 삼태극이 보인다는 점에서, 법흥왕 때 이차돈(異次頓)의 순교(527년)로 불교가 공식적으로 들어오게 되는 시기보다 앞서는 것이고, 그 후 감은사가 창건(682년)되었기 때문에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에 태극문양은 이미 황금보검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티벳의 사찰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태극의 문양은 그들에게 복을 주는 길상(吉祥)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여덟 길상 가운데 하나로 법륜(法輪)의 한 가운데인 바퀴의 축(軸)에 삼태극이 놓여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법륜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말하는데 수레바퀴를 굴려 중생의 모든 번뇌를 굴복시키는 것을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들 위로도 바퀴가 굴러가는 것을 보면 그 바퀴에 돌들이 굴복되는 것이니, 모든 번뇌도 그처럼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굴복된다는 인식이다. 그 바퀴의 중심축에 바로 삼태극의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 말하자면 그 바퀴를 굴리는 원동력을 삼태극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즉, 천지인(天地人)의 합일된 기운이 서로 맞물려 돌아감으로써 바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늘의 양기와 땅의 음기가 사람을 움직여 생명활동을 가지게 한다는 한의학의 기본 사상과 일치하는 상징이다. 이는 신라의 무상(無相, 684~762)대사가 티벳에 선종으로 교화시켰던 결과물로써, 한의학의 기본사상이 당시에 일반화 되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상징물이 불교와 융합한 형태로 사찰에 태극이 표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값 1만 5천원>

金 洪 均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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