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12)-「敬信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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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12)-「敬信編」
  • 승인 2011.11.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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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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善惡과 禍福의 感應

 

조선말기로 넘어오면서 사회가 불안하고 국운이 흔들리자 사람들은 도교신앙에 기대어 행복과 건강에 대한 염원을 빌고자 하였다. 이 때 민중들 사이에 널리 유행했던 내용 가운데 「太上感應編」과 「太上玄靈北斗本命延生眞經」,「新增靈驗記事本末」 등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저자는 별도로 알려져 있지 않으며, 목판본 1책으로 되어 있다. 다만 책의 말미 考異편에 ‘新增靈驗’에는 “印刊前, 係是抄施, 屢經筆削, 故各本不同, …… 今改正.”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책의 내용 가운데 靈驗記 부분은 간행 전에 이미 여러 차례 베껴서 나누어 보는 과정에서 서로 달라진 곳이 생겼으며, 이러한 오류로부터 혼란을 막고자 바로잡는 과정을 거쳐서야 비로소 편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에 민간에서는 勸善書류가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것의 유래를 살펴보면 조선 초 태종 때로 소급된다. 당시 明나라 成祖가 「善陰즐書」 600부를 보냄으로써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때 곧바로 널리 유행되지는 않았고 상당 기간 공백을 거친 후에 1796년 종합적인 권선서인 「敬信錄」으로 모아졌다가 곧이어 「敬信錄諺釋」이라는 제목으로 한글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 뒤 「경신록언석」은 1880년 고종의 명에 의해 다시 간행되는 경과를 거쳤다.

「경신편」은 위에서 언급한 「경신록」과 서명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 「경신록」에서는 19종의 勸善書를 모아놓았는데, 이 책에서는 3편의 도교 관련 문헌만을 선정해 실어놓았다.

가장 큰 특색 가운데 하나는 ‘太上感應編’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상감응편’은 중국의 도교 경전으로 언제 누구에 의해 저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며, 다만 12세기 중엽에 갑자기 주목되었다는 사실이 전해지고 있다. ‘태상감응편’은 「文昌帝君陰즐文」 「關聖帝君覺世眞經」과 함께 민중도교의 ‘三聖經’으로 받들어지며,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서이다. 총 1천227자 밖에 되지 않는 짧은 글이지만 도덕적 행위규범을 예시하여 민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적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천상의 주재자인 太上老君(노자)이 선하고 악한 행실로 인하여 禍福이 달라지는 이치에 대해 밝히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감응편’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감응하는 것이 마치 몸에 그림자가 따르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이는 유교에서 인간의 도덕규범으로서 충, 효나 인의예지신 五常을 내세우는 것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慈悲, 報施와 같은 덕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덕목의 실천 여부가 개인의 수명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고 설명하는 방식에서 도교적인 특징이 잘 드러난다고 하겠다.

「태상감응편」은 고종 17년(1880)에 「경신편」과 별도로 독자적으로 간행되기도 하였다. 다른 한편 「太上感應篇圖說」이라는 책도 같은 해에 간행되었는데, 이 책은 ‘태상감응편’의 내용에 그림을 첨가하였고, 본문에 선과 악에 대한 應報 사례를 첨부하였다. 또한 모든 내용을 한글로 번역한 언해가 달려 있어서, 민간에 널리 보급하기 위할 목적으로 간행하였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新增靈驗記事本末’은 「경신록」에 수록된 각종 靈驗記 중의 하나로 보이는데, 종종 이러한 영험기에는 治病과 건강장수에 관한 체험적 사례가 소개되곤 한다. 한편 ‘太上玄靈北斗本命延生眞經’은 본래 「道藏」에 실려 있던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보급되었다. 여기서는 인간의 선악을 심판하고, 화복을 내리는 주체로서 北斗七星을 설정하고 있어, 전통적으로 이어 내려온 칠성신앙과의 관련성을 짐작하게 한다. 조선 말엽에 간행된 대표적인 권선서 가운데 하나이다.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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