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11)-「人蔘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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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11)-「人蔘譜」②
  • 승인 2011.11.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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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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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만나는 高麗蔘의 자태

 

우리나라 삼에 대해 「人蔘譜」에 기록한 내용을 찾아보면 모두 제1권 眞參類에 들어 있다. 산출지에 따라 백제삼, 신라삼, 요동삼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기실 품종은 모두 고려삼, 즉 조선의 인삼종이다. 또 조선 품종으로 밝혀 놓은 信州人蔘, 조선에서 고려인삼의 종자를 얻어다 이식했다는 御藥院人參, 또한 원종이 고려삼으로 저자가 일본의 막부로부터 특명을 받아 가장 주력하여 키워낸 산물이다.

바꿔 말해 이 책을 집필한 궁극적인 목표도 역시 막부 쇼군의 명을 받아 닛꼬의 御藥院에서 생산한 인삼의 효능과 품종을 인정받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다른 한편 당시 인삼시장의 국제표준은 조선산 고려삼 이었고, 이 품종을 기준품으로 유사 參種을 판별하고 眞僞에 대한 감별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어지는 2권, 3권, 4권에서 假參類, 冒參類, 俗參類에 대한 기술이 이어지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특별히 제4권에서는 “시골사람들이 인삼이 아닌데도 도라지 비슷한 것을 ‘金剛山人參’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약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런 이야기들은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산 고려인삼을 얼마나 선망의 대상으로 여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화라 하겠다.

제5권의 인삼총론에서는 고려삼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인삼 기르는 법[養參之法]에는 고려인들이 즐겨 부르는 人蔘讚에 “三椏五葉, 向陰背陽, ……”이라 하여 예부터 고려에 인삼에 대한 기록이 전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인삼 제조법[製人參之法]에서는 저자가 일찍이 「參傳」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조선 인삼과 중국산 인삼[唐産人參]의 제조법이 따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하였다. 이로보아 인삼 산출지의 토질이나 원종의 품종도 중요하지만 재배기술과 제조기법도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오래 전부터 이미 잘 인식하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또 “고려에서 나는 삼은 색이 희고 바탕에는 밝은 기운이 돈다. 그러나 멀리 요동에서 나는 것은 질박하고 무거우며, 맛이 탁하다. 겨울에 캔 것은 힘이 있으나 그 밖의 계절에 채취한 것은 여리고 힘이 약하다”고 평하여 고려삼의 품질이 가장 훌륭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표현해 놓았다.

이 밖에도 인삼을 주재로 처방한 약방문이 이미 오랜 세월을 거쳐 각종 방서에 여러 군데 기재되어 있음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약재로서 처방에 다양하게 이용되어 온 기나긴 역사에 반하여 인삼의 植種이나 재배, 수확, 제조기법이나 품종관리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며, 1700년대에 이르러 이 책의 저자에 의하여 점차 정리되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평할 수 있다.

사실 저자가 이 책의 준거가 되었다고 밝힌 것은 「和漢三才圖會」에 실려 있는 76종의 인삼류에 대한 기록이다. 「和漢三才圖會」(혹은 「倭漢三才圖會」라고도 부른다.)를 지은 士島良安 역시 대대로 의원을 지낸 집안의 의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여기에 실린 약종을 자세히 분변하여 기준이 되는 표본과 그릇된 위품종을 5권에 나누어 그림을 그리고 글로 설명하여 구별하고자 한 것이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권미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人參或問편이다. 일본어음을 섞어 쓴 이 글은 이 책의 백미로 독자들이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일반적인 궁금증을 예상하여 미리 도출한 후 이에 대한 답변을 알기 쉽게 제시하여 기술해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이미 객관화된 답변과 아울러 그동안의 체험과 견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저자 자신의 의견도 들어 있다. 스스로 예상문제를 제시하고 질문에 답하는 기술방식은 유가들에게 四書或問이 유행한 이후 朱丹溪를 私淑한 明代 虞摶의 「醫學正傳」 첫머리 ‘醫學或問’에서 채용되었기에 의학도들에게도 익숙한 것이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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