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방병의원 임상시험에서의 고려사항 - 대조군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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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한방병의원 임상시험에서의 고려사항 - 대조군 설정
  • 승인 2011.10.2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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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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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을 프리드만(Friedman)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각종 치료법의 효과와 임상적 가치를 대조군과 비교 평가하는 전향적 연구’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임상시험에 있어 대조군은 시험하고자 하는 약이나 처치 등의 효능을 비교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임상시험에 있어 대조군이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임상시험의 역사상 최초로 대조군을 사용한 비교임상시험은 1898년 피비거(Fibiger)가 시행한 디프테리아 혈청실험이었으며, 이때 사용한 대조군은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은 무처치 대조군이었다.

그리고 1950년이 되어서야 감기치료제로서의 항히스타민제제 임상시험에서 현재까지 임상시험에 많이 사용되는 위약 대조군이 최초 사용되었다. 이후 위약 대조군의 사용은 임상시험에 있어 가장 흔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임상시험약의 효능을 판별할 수 있는 비교대상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 임상시험에 있어 위약의 사용은 여러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그 사용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일반적인 위약대조군의 사용은 해당 질환이나 증상에 대한 치료효능이 널리 인정받는 표준 치료법이 없는 경우, 표준 치료법에 대한 명확한 부작용이나 금기증이 있는 경우, 위약을 사용해도 해당질환으로 인한 영구적 손상이나 비가역적인 질병의 유발, 응급상황의 유발, 생명을 위협할 만한 문제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 사용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의학 임상시험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며, 특히 위약 제조 및 사용이 원활하지 않는 한의원 임상시험의 경우에는 위약대조군의 사용보다는 다양한 대조군의 사용이 임상시험의 진행에 있어 훨씬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한의원 임상시험에서 응용할 수 있는 대조군의 종류를 소개하자면, 첫째 환자 대조군 비교임상시험을 들 수 있다. 이는 기존의 표준 치료법과의 효능 비교로서 예를 들어 감기환자에 양약인 종합감기약과 한약과의 효능비교 임상시험이 있다. 이때 효능 판정의 비교 유형에 따라 시험약이 기존 치료법보다 우수함을 전제로 하는 우월성 시험(Superiority trial), 동등할 것을 전제로 하는 동등성 시험(Equivalence trial), 시험약의 효능이 대조약보다 나쁘지 않음을 입증하는 비열등성 시험(Non-inferiority trial) 등이 있다.

둘째 add on연구가 있다. 이는 기존의 치료법에 새로운 치료법을 더하는 것으로 기존치료법+새로운 치료법 대 기존치료법으로 비교하는 것이다. 이는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만성질환에 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동서협진의 치료대상 질환에 활용할 수 있다.

셋째 교차시험이 있다. 이는 두 집단 간의 특성 차이에 의해서 임상시험약의 결과가 영향을 받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실험군과 대조군을 바꾸어 진행하는 임상연구방법으로 많은 피험자 수 확보가 어렵거나 이중맹검이 어려울 때 응용 가능하나 한 명의 피험자가 두 가지 치료법을 모두 경험하게 되므로 피험자의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개입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넷째 대기군시험이 있다. 이는 대상 질환이 비교적 경증이거나 위약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적용 가능하여, 임상시험 기간 동안 아무런 처치를 받지 않고 효능평가만을 받으면서 대기하다가 임상시험 종료 후에 해당 처치를 받게 해주는 것이다. 이 시험방법의 장점은 무처치라는 윤리적인 문제를 피하면서 대조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 임상시험 기간이 길면 길수록 무처치로 인한 위험 증가를 감수해야하므로 비교적 경증의 질환을 대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학 임상시험의 경우 주로 침 치료 임상시험에서 침의 위약효과(placebo effect)가 크고 가짜침의 맹검(blind)이 어려울 때 응용 가능하다.

다섯째 adaptive시험이 있다. 이는 고정된 프로토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연구진행과정의 중간결과에 따라 연구계획이 수정 가능하여 진행되는 방법으로 병원 현실에 따라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치료만족도, 치료결과, 결과지표, 그리고 수용성조사결과를 비교 분석하여 최상의 치료시스템을 찾을 수 있는 시험방법이나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임상시험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밖에도 위약 시험약투여 후 악화소견이나 해당증상 발현까지의 시점 비교를 통한 유효성 평가방법으로 불안정 협심증(unstable angina) 등 중중질환의 경우에 피험자의 안전성과 동시에 치료법의 유효성 평가가 가능한 방법인 ‘Early escape study’, 위약을 장기간 복용시키지 않고도 장기간 치료효과를 관찰하고자 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Randomized withdrawal’, 치료의 효과가 확실한 경우에 기초 전임상연구(pre-clinical study)를 우선 시행하여 안전성 및 유효성, 그리고 최적의 치료 용법 용량을 설정한 후 임상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에 사용하는‘Enrichment study’등의 방법이 있다.

이상과 같이 현대에 있어 과거 전형적인 위약대조 임상시험에서부터 윤리적 과학적 이유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임상시험기법이 개발되고 있다. 한의학 역시 이러한 변화와 그리고 한의학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적절한 임상시험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다양한 그리고 많은 임상시험의 실시가 필요하며 이는 한의원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 병 철
경희대 한의과대 부속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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