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07)「入門醫鑑本草總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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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07)「入門醫鑑本草總括」
  • 승인 2011.10.0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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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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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로 엮어낸 本草 效能

 

조선 후기 향약본초를 중심으로 藥性歌括에 「醫學入門」과 「東醫寶鑑」에 나오는 본초지식을 수합하여 재편한 본초서이다. 원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소장본으로 전문은 125장에 달하며, 28.5×20.8cm 크기의 필사본 의서이다. 지은이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해제를 참고해 보면 책표지 背面에 ‘淸河松溪朴氏家寶’라고 되어 있으며, 여기에 적힌 淸河松溪란 지명의 표기는 조선시대 행정구역으로 전라도 전주부 우림면(雨林面, 현재 완주군 구이면 중인리) 母岳山 아래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예부터 密陽朴氏가 비교적 잘 알려진 士族으로 世居해 왔으며, 그들이 대대로 모여 살아온 마을에 淸河祠라는 사당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이 책이 어쩌면 이들 가문에서 사용하던 것이 아니었는지 추정된다고 하였다.

쉽사리 확인해 보긴 어렵겠지만 표지의 이면에 배서한 기록으로 보아 이 책을 모아 쓴 사람은 어쨌든 朴氏 姓을 가진 인물이 초록한 것이 틀림없다고 하겠다. 또 해제에서는 지질이나 글씨체로 보아 편찬 연대가 적어도 19세기 말 정도로 소급되는 것 같다고 하였다.

약성가의 대문이 7언의 「方藥合編」 약성가를 택하지 않고 4언4구로 된 「濟衆新編」과 7언4구로 이루어진 「의학입문」 약성가를 취한 것으로 보아 대략 추정하는 연대가 근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본편에서는 본초를 효능에 따라 治濕門, 治燥門, 治寒門, 治風門, 治熱門, 治瘡門, 食治門 등 7개 門으로 분류하였고, 식치문은 米穀部와 菜部로 세분해 놓았다. 각 문에는 해당 병증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재를 배열하였고, 약재마다 약성을 노래형식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여기 실린 약성가와 「방약합편」것과는 다소간 차이가 있다.

이 책의 맨 첫머리에 등장하는 ‘人蔘’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즉, 「방약합편」의 약성가는 “人蔘味甘補元氣, 止渴生津調榮衛”라고 7언시로 되어 있다. 반면에 이 책에서는 2가지 종류의 약성가를 대문으로 적어 놓았는데, 첫 번째는 “人蔘味甘, 大補元氣,  止渴生津, 調榮養衛”라 하여 4·4조로 되어 있다. 한눈에 보아도 「제중신편」의 약성가에 등장하는 어구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두 번째 7언시로 소개된 것은 “人蔘甘溫補五臟, 止渴調中利濕痰, 明目開心通血脈, 安魂定魄解虛煩”이라고 효능이 더욱더 세밀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것은 「의학입문」 본초의 약성가를 채용한 내용이다. 또 각 본초의 상단에는 唐藥과 향약을 큰 글자로 구분해 놓았다. 아울러 병증 해설과 처방편 등의 상세한 기재 사항은 「동의보감」에 실려 있는 내용을 주축으로 요모조모 알차게 엮어져 있다.

특히 여러 가지 내용 중에서도 治瘡門과 食治門의 처방은 거의 「동의보감」에서 따온 것임을 확인할 수가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기재 내용은 「의학입문」 본초총괄과 「동의보감」 탕액편의 내용을 씨줄과 날줄로 골고루 엮어서 초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통해 기존 의서에 기록된 약초지식을 토대로 전승지식과 도입된 신규지식을 결합한 실용지식의 재편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이 한권의 본초서를 통해서 당대 의학에 입문하는 초보 醫生들이 실지로 기존의 의서에 수록된 여러 가지 의약지식 가운데 어떠한 내용을 주로 이용했는지 간접적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조선 후기 본초약물학의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통의학사의 소중한 자료로 보존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조선 후기 지방의 의약을 공부하는 의학입문자가 자작으로 엮어낸 본초입문서로서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향약본초서이다.

  안 상 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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