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해외진출, 위기 아닌 더 큰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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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해외진출, 위기 아닌 더 큰 기회”
  • 승인 2011.09.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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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 기자

석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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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한의사회, 박종배 교수 초청 특별강좌 개최

 

 

국내 한의사들에게 한의학의 세계화 및 한의사의 해외진출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9월 25일, 강남교보타워에서는 서울특별시한의사회 초청으로 박종배 교수의 ‘세계 무대를 생각하는 한의사와 한의학’ 특별강좌가 진행됐다. 박종배 교수는 경희대 한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 교수는 한의사의 새로운 역할을 조명하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대체의학과 한의학 연구에 매진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해외에서 널리 알리고 있는 몇 안 되는 해외진출 성공 한의사다.

참가자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한의 관련 미국, 유럽의 상황을 살펴보는 시간에서 박종배 교수는 “미국에는 침 관련해서 라이센스 제도 자체가 없는 주도 있다”며 “각 주에 있는 의사들이나 침구사들이 할 수 있는 직역을 주 법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려는 주의 법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 한의사에게 그래도 가장 유리한 주가 미네소타, 네바다, 뉴욕, 콜로라도, 뉴멕시코 주다. 이 주들이 한의사 영역을 가장 많이 확보해 놓은 주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에는 현지인들을 위한 클리닉이 많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만 해도 200개가 넘는데 양방 의사들 가운데는 한약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침구 의사는 많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미국 통계청의 지역에 따른 인종 분포를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지역을 선택, 준비하면 좋다”며 “샌프란시스코, 산 로세, 호놀룰루 등 한국 교민들이 많은 곳이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아시아 사람 안에서만은 한계가 있으므로 결정을 잘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비교해서 영국은 어떨까? “영국에는 한의사 제도가 합법적으로 없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영국에는 침구사 제도도 없다. 제도 자체가 없고 대신 침을 놓겠다는 민간 거래 동의 계약을 통해 진료 서비스를 주고받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의료법으로 침구행위를 보호 받는 건 없다.” 영국 이민 웹사이트 같은 고등인력 이주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이어 미국에서의 중의사와 한의사의 위상 차이에 대한 질문에 박 교수는 “중의사 위상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그 수가 많고 중국인의 미국 이민사가 오래되어서다”라며 “논리 있고 설득력 있게 진료한다면 현지인들은 중의사와 한의사의 편견을 갖지 않을 것이다”고 못 박았다.

한편, 박종배 교수는 “현재 한의사들은 한국의 경쟁력 있는 의료문화인 한의를 발전시켜, 세계 의료 발전에 기여하고, 세계의료시장에 동참할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특수가 외국에도 있다는 착각을 하는 분들이 많다. 홍삼 초코렛, 홍삼 사탕처럼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상품과 디자인을 외국 사람들도 좋아한다고 착각 하는 분들이 있다”며, “신개발에 지나치게 흥분하고 노력하다가 정작 판매할 제품을 균일하게 출시할 노력을 하지 못한다. 완성도에 신경을 덜 쓰더라”고 지적했다.

 그럼 박 교수가 생각하는 내일의 한방산업이란 어떤 것일까? 그는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후발주자도 시장에서 건승할 수 있고 어쩌면 더 유리할 수 있다. 신개발에 지나치게 흥분하지 말고, 꾸준하고 안정된 매출을 유지하라”고 그는 충고했다. “세계의학과 의료발전에 소비자만 되기보다 적극적인 생산 동참자가 되자”는 박 교수는 “소비에 치중하는 자는 자주권을 잃지만, 적극적인 생산자는 세계 의학계의 진보에 참여할 길을 꼭 찾을 수 있다”며, “자주적 생산자는 의존적 소비를 절제하고, 생산기술의 원리를 알고 기술 독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박 교수는 하얀 백지를 보여주며 “결론은 이거다. 해외진출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자. 편안함과 익숙함을 버려야 큰 뜻을 얻을 수 있다”고 끝을 맺었다.

석병훈 기자

 

“한의학 위상은 우리 스스로가 높여야”

본지 연구동향팀, 박종배 교수와 한의학 방향성 논의

지난 24일 서울역 글로리 세미나실에서는 본지의 ‘임상한의사를 위한 연구동향팀(이하 연구동향팀)’ 필진과 자문단인 박종배 교수, 원광대 한의대 강연석 교수, 원광대 한약학과 김윤경 등이 참석해 한의학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고, 어떤 연구를 해야 할 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사진>

원광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강연석 교수는 “9월 25일은 한의사제도가 국회를 통과한지 만 60년 된 날이다. 이를 계기로 민족의학신문에서는 한의학이 새로운 방식의 보편적 의학으로써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던 와중에 한의학 고의서도 중요하지만, 국내외의 우수 논문을 읽고 소개하는 리뷰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연구동향팀을 꾸리게 되었다”면서, “앞으로도 민족의학신문은 젊은 한의사들을 발굴하고 육성해 한의계 내부만이 아닌 바깥으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을 키우려고 하며, 신문의 방향도 전문적이면서 한의사가 아닌 일반 독자들도 읽을 수 있는 신문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박종배 교수는 “고민하는 젊은 한의사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연구동향팀 자문단에 참여하게 되었고, 또 이 자리에도 참석했다”며, “갈증을 가지고 사람을 찾을 때 그 사람이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기만 해도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의 풀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한의과대학을 들어간 박 교수는 한의대를 다니며 점점 한의계의 현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독점적인 권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되었다고 그는 느꼈다. “어쩌면 우리의 착각이었을 수 있고, 현재도 우리는 그런 착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결국 그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에 의학연구의 본거지에 가서 그 철학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국으로 가 6년을 공부했다. 하지만 영국은 외국인들이 정착하기에 기회가 제한돼 있다고 느끼던 그에게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 제의가 와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7년 넘게 그 곳에서 지내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임상, 연구방법론 강의도 하고 특강형식으로 학과 학생들한테 침 강의도 하고 있다. 지역 교육도 하고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 미국에 갈 생각도 안했던 박 교수는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 한의사의 정체성에 대해, 자신이 한의사라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는 “현재 한국 내에서는 한의사를 영문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줄 안다. 그런데 내가 분명히 느낀 것은 한국에서는 한나라 한(漢) 자를 쓰지 않고 나라 한(韓) 자를 사용한다. 1987년 의료법을 바꾸면서까지 변경한 것인데 영문으로는 그 개념을 반영시키지 않는다”며, “분명히 의료법을 바꿀 정도로 대단한 명분이 있는 것인데 그 명분을 국제무대에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내가 살리지 못하면 누가 살리겠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한의학이라고 소개하지 않는 한의학을 외국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당당하게 대변하지 않는 사람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 것이 서구의 생각과 행동 원칙이다”고 본지 연구동향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구동향팀은 “오늘 정말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앞으로 한의계를 위해 박종배 교수님처럼 희생과 헌신으로 세계와의 교두보 역할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석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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