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 풍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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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풍산개
  • 승인 2011.09.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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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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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을 넘나드는 남자, 그에게 주어진 사상 초유의 미션

감독 전재홍  출연 윤계상, 김규리
평소보다 이른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사상 초유의 정전대란이 일어났다. 정부의 안일한 대비가 문제이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조금만 덥거나 추우면 참기보다는 무조건 전기 제품에 의존하여 점점 더 전력 사용량이 많아지는 우리네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에너지절약이라는 구호가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 많은 반성을 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정전의 주범이었던 늦더위도 어느새 사라지고, 쌀쌀한 가을 날씨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영화계 역시 추석연휴 동안 뜨거웠던 영화들에 이어 차분하게 다양한 영화들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때 지난 6월 개봉되어 많은 이슈를 낳았던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를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기덕 감독의 제자들이자 남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개봉 당시 장훈 감독의 ‘고지전’과 비교가 되기도 했지만 ‘풍산개’는 익히 봐왔던 이전의 영화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휴전선을 넘나들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남자(윤계상)는 물건이 아닌 사람을 빼오라는 사상 초유의 미션을 받는다. 그녀는 바로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고위층 간부의 애인 인옥(김규리)이다. 남자와 인옥은 철조망을 넘다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를 눈치 챈 남한 요원들은 이들에게 위험한 제안을 해온다.

한편, 망명한 고위층 간부를 처단하기 위해 서울에 머물고 있던 북한 간첩단은 인옥을 납치하는 계획까지 세우게 된다.

영화의 제작과 각본을 김기덕 감독이 맡아서 그런지 영화 곳곳에 김기덕 감독만의 특성을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영화 끝날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마치 모든 것을 통달한 달인 같은 포스가 풍기는 윤계상이 맡은 역할은 ‘빈 집’에서 재희가 맡았던 역할과 비슷하다.

그리고 통일이나 한민족임을 강조했던 이전의 영화들과는 달리 ‘북조선이야? 남조선이야?’라는 질문을 받으며 답변을 강요당하는 주인공을 통해 어쩔 수 없는 우리 민족의 딜레마를 표현하고 있다.

결국 영화 끝부분에 남북한 요원들이 남자에 의해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이는 모습은 약간 황당한 시추에이션이기도 하지만 정작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부분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제목인 ‘풍산개’는 북한 담배의 이름이자 북한이 원산지인 용맹스러운 개의 이름이기도 하다. 잘 뛰어 다니고, 주인을 잘 따라다니는 특성을 갖고 있는 풍산개처럼 영화 속 주인공도 평양까지 3시간 안에 왕복하고, 휴전선을 자유자재로 뛰어 넘어 다니며,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단지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석하는 사람들로 인해 그는 주인을 잃어버린 개처럼 방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계상의 주인공에 빙의한 듯한 몰입된 연기는 ‘풍산개’의 최고의 수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며, 일본의 유명배우인 오다기리 죠가 10초 가량 출연한다. 물론 뒤로 가면 갈수록 이야기가 약간 이상해진다는 아쉬움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진정 영화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며 색다른 한국 영화를 만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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