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 교육 환경, 교수와 학생 모두에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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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교육 환경, 교수와 학생 모두에 최악
  • 승인 2011.09.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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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기자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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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및 교수확충 없이 정원 외 입학은 의대의 8배
▲ 한의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가 인정하는 한평원의 평가 인증 의무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2011 전국한의과대학 교육문제 토론회’개최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의장 이동윤)은 지난 24일 경희대 한의학관에서 ‘2011 전국한의과대학 교육문제 토론회’를 개최, 한의학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의대생들이 꼽은 당면 문제로는 임상과 동떨어진 커리큘럼, 열악한 실습환경, 정원대비 턱없이 부족한 전임교원 수 등이었는데, 특히 ‘임상실습’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주1회, 1학기 동안 실습이 진행된다. 하지만 환자 치료 과정을 보는 일은 거의 없고, 하는 일 없이 세미나실에 방치되어 있다가 출석만 체크 한 후 귀가하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학비가 비싸 졸업하면 학자금 대출 이자까지 합쳐 1억 원 가량의 빚을 지게 되는데, ‘한의학에 비전은 없다’는 공공연한 말들에 미래가 불안하고 대학 커리큘럼이 실용적이지 않아 비싼 사교육비까지 지출해야 하는데 큰 일”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원 외 입학률’이 높은 것도 문제였다. 전국의과대학의 ‘정원 외 입학률’이 평균 2.10%인데 반해 한의대는 15.95%로 8배 가까이 높았다. 심지어 D대학의 경우 정원은 40명인데, ‘정원 외 입학’이 20명으로 50%에 육박했다. <1면 참조>이는 한의학 교육에 필요한 시설 및 실습실이 정원 기준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학생 수가 초과된 만큼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대 교육환경의 열악함은 비단 학생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의과대학 인정평가’를 토대로 지난 2009년 1월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원장 박동석, 이하 한평원)이 발행한 ‘한의과대학 인증평가 기준 및 규정’에 따르면, “모든 한의과대학은 의무적으로 기초교수 32명 이상, 임상교수 26명 이상(학생정원 80명 이상인 학교는 교원 수 78명)일 것”을 명기하고 있으나, 전국 한의과대학에서 필수기준에 만족하는 학교는 단 1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1명의 한의대 전임교수가 담당해야 하는 학생 수는 평균 11.35명으로, 학생들과 교류할 시간은 물론 교수가 연구해야 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토론회에 익명의 편지를 보내 온 한 지방 한의과대학의 본초학 교수는 “과학화와 표준화를 연구 중이다. 연구비 지원이 안 돼 개인 월급을 털어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 정도의 의지가 없다면 연구는 꿈도 못 꾸는 실정”이라고 밝혀 왔다.

이날 참석한 각 단체의 패널들은 기본적으로 ‘교육기관 평가인증 의무화’에 관해 맥을 같이 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정구영 이사는 “가장 실용적인 학문이어야 할 의학인 한의학이 어떻게 진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임상진료 매뉴얼이나 가이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한의학의 특성상 ‘정설(定說)’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교수들의 강의내용이 상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갈피를 못 잡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런 일련의 문제들이 결국 한의학 표준화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어 말했다.
이에 한평원의 송호섭 이사는 “현재 몇몇 한의과대학의 교육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하는 한편 “표준화를 위해서는 각 한의과대학의 교육 여건과 교육 과정의 질적 수준에 관한 평가 및 인증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힌 후 “평가 인증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 한평원에 대한 정부 인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족의학신문사의 강연석 사무총장은 학생들에게  “1회성으로 끝나는 ‘말잔치’가 되어선 안 될 것”임을 경고하고,  "앞서 논의된 사항들은 당장 바뀔 수 있는 것들이 아님"을 강조함과 동시에 "진정 변화를 원한다면 장.단기 목표를 설정한 후 후배들에게 이런 문제의식을 물려줘, 지속적인 노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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