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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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통증
  • 승인 2011.09.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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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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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가 느끼는 사랑의 통증

감독 : 곽경택
출연 : 권상우, 정려원, 마동석

햇빛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할 정도 비를 쏟아내던 하늘이 여름을 보내기 아쉬웠는지 근 2주일 동안 늦더위를 선사해주었다. 덕분에 무더위와 열대야로 인해 잠도 설쳐 보는 등 나름대로 여름을 느꼈는데 어느덧 선선한 바람과 함께 이른 추석으로 인해 더 빠르게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추석 연휴가 되면 바빠지는 영화계도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의 태를 벗고 가을 냄새 나는 영화들로 갈아입기 위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중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멜로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작품마다 영화화가 되는 인기 웹툰 작가인 강풀의 원안을 바탕으로 제작된 ‘통증’은 강풀의 이전 작품들과 달리 미리 완성된 웹툰이 아니라 간단한 컨셉만을 가지고 있던 상태에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는 그만큼 컨셉 자체가 독특한 설정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을텐데 실제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작은 상처에도 통증을 느끼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어릴 적 자신의 실수 때문에 가족을 잃은 죄책감으로 온 몸의 감각을 잃어버린 남순(권상우)은 어느 날 본인을 흡혈귀라 부르는 동현(정려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한번 피가 나면 멈추지 않아 작은 통증조차 치명적인 혈우병을 앓고 있다. 남순은 자신과 극과 극인 고통을 가진 동현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난생 처음 가슴에 지독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친구’, ‘똥개’, ‘태풍’ 등을 통해 선 굵은 경상도 남자의 이야기를 주로 표현했던 곽경택 감독이 영화 속 주무대를 서울로 옮기면서 추석 연휴 상영작이라는 프리미엄답게  남녀의 사랑을 담은 멜로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어찌 보면 과연 곽경택 감독이 멜로 영화를 제대로 만들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지만 결론은 권상우와 정려원이라는 배우를 적절하게 캐스팅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평소 혀 짧은 소리를 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 권상우와 너무 마른 몸매를 소유한 정려원의 단점을 대사로 직접 표현하고 있는 장면은 이 영화가 맛있는 소스와 양념으로 세련된 맛을 낸 영화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투박하지만 진실성 넘치는 내용이 담긴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은 이러한 맛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점점 빠른 템포와 자극적인 장면이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뻔히 내다보이는 결말과 마치 아날로그 시대의 멜로 영화 같은 느낌이 과연 어떻게 비쳐질지는 미지수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점차 무뎌져 가고 있는 우리네의 감성이 마치 통증을 모르고 살고 있는 남순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빠르게 찾아온 추석 연휴에 풍부한 감수성을 갖고 ‘통증’을 감상하며 두 남녀가 느끼는 사랑의 통증을 함께 나누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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