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곧 엄마의 자궁과 같은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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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곧 엄마의 자궁과 같은 안식처”
  • 승인 2011.08.0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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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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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 다함 치유마을 박진우 김은경 부부한의사

“자연은 곧 엄마의 자궁과 같은 안식처”
자연치유 실현하는 봉화 산골마을 부부한의사의 삶

한의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시골로 내려가 농사지으며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살아가지만, 대부분 이 같은 소원은 마음속 어딘가에 묻어둔 채, 꿈으로 끝나고 만다. 그런데 경북 봉화군 깊은 산골짜기에는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한의사 부부가 있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함 치유마을 박진우 김은경  부부한의사 가족
산으로, 산으로
“안 가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
한 방송사 개그프로그램에서 모 개그맨이 유행시킨 말이다. 이 같은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차 한 대만 다닐 수 있는 울퉁불퉁 시멘트 길을 따라 차를 한 시간 정도 몰아서야 간신히 깊은 산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깊은 산 속에는 ‘다함 치유마을’이란 이정표가 소박하게 기자를 반겼다. 그 이정표로 부터 10여분을 걸어서 올라간 끝에 산골마을 한의사 박진우(40) 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박 원장은 3년 전 산이 좋다며 가족과 함께 봉화군의 깊은 산골마을로 들어왔다.

“한의대 재학시절, 약초밭에서 일을 하면서 약초를 관찰하고 키우는 일들이 참 재미있었어요. 당시 제 미래가 산비탈을 걸어서 내려오는 삶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그런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확신이 되어갔고, 결국 약초를 위한 산행을 이유로 봉화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봉화 산골짜기에 정착한 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가 산에서의 삶을 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주 치악산 인근 영적인 산 ‘신림’이라는 숲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고향이라 여러 번 방문했던 그 곳은 수년전 저의 1차 귀농장소가 되었죠. 제가 설 자리는 언제나 산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고, 지금 봉화에서의 생활은 제가 살아갈 자리였던 것이죠.”

그가 처음 귀농 둥지를 튼 ‘신림’의 생활을 지켜본 한 지인의 제보로 지난 2009년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별난 한의사 부부’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타기도 했다.

찾아서 한 고생

산을 아무리 좋아하는 박진우 원장이라 해도 그의 귀농생활이 결코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막상 들어와서 터를 닦고, 집을 지어가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산에서 어려운 일을 참아내고 견뎌내면서 우리 가족은 그 안에서 즐거운 점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산속 생활을 통해 그는 약초뿐만 아니라, 또 다른 식물을 보는 자연관찰을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산행에 주변에서는 많은 만류와 걱정을 했다.

“한의대 선후배 등 많은 사람이 도시에서 안정된 한의사의 길을 걸으라고 권유를 했지만 제가 좋아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이 정도 고생은 각오가 되어 있었으며, 제 선택에 아직까지도 전혀 후회는 없습니다.”

이어서 그는 “저 스스로 한의사로서의 실력과,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산을 알고 살아가는 과정이 저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공부의 과정이었던 셈이죠. 산과 함께 하는 자연치유를 많은 사람들과의 징검다리로 활용하기 위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봉화의 깊은 산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TV 방영 이후 많은 사람들이 ‘다함 치유마을’을 찾았다고 한다.

박 원장은 “산 밖에 있을 때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저를 찾아 무수한 인연이 생겼습니다. 이런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인가 봅니다”라며 얼굴 한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집 뒤쪽에서 본 부부한의사의 초가집
가족이 행복의 근원지

현재 박 원장의 아내 김은경(34) 한의사는 뱃속에 세 번째 아이를 갖고 있다. 아내의 배를 보며 연실 웃음을 보이는 박 원장의 얼굴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물씬 스며들어 있다.

아내와 보리, 봄비 두 아이, 그리고 아버지와 형, 뱃속의 아이까지 가족이야 말로 그가 산행을 통해 찾으려던 행복이었다.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과연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일까?”라고.

“산에서 살아갈 터를 꾸미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에 서로 힘든 부분을 의지하며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이 있기에 전 행복한 사람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몸소 산 생활의 어려움을 겪어가고 있는 박 원장의 뒤에서 아버지와 형이 집 짓는 것을 도왔고, 아내는 두 아이의 양육과 살림에 힘을 보탰다.

“아내가 셋째를 가진 후부터는 지금까지 환자진료를 제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도 한의사이기에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는 많은 대화를 통해 의지를 하고 있으며, 친구이자, 선생님이자, 상담사이자, 같이 마음공부를 하는 도반으로서 아내가 있기에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든든합니다.”

자연치유

박진우 원장의 ‘다함 치유마을’에는 하루 평균 2팀의 환자가 방문한다고 한다.

산 속에 있는 조그만 진료실이라도 일반 한의원과 똑같이 탕약, 침으로 진료하고 처방한다. 특히 경옥고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박 원장은 환자가 방문할 수 없는 겨울동안 경옥고를 미리 준비해 놓는다. 멀리서 찾아온 환자에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정성이 듬뿍 담긴 약을 내 놓을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다함 치유마을로 가는 길

“한의계에는 유능한 사람이 많이 있고, 제 실력은 하찮지만, 산림치유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제가 한의사로서의 삶을 완성해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에는 백초가 백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나름대로 풀어서 해석해 보니, 세상의 땅, 나무, 풀들이 인간과 서로 주고받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연은 곧 인간의 자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그 자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육체와 마음과 영성이 함께 조화를 이뤄서 자기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왜곡되지 않는 순수한 조화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되찾고, 육체가 치유되고, 올바른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매개체가 자연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자연의 모든 성분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물들이 우리 몸에 와서 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이라는 태반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제가 산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라고 산골마을 삶의 이유를 확인시켜 주었다.

봉화 =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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