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보화사업과 한의학용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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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정보화사업과 한의학용어위원회
  • 승인 2011.07.2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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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한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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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요일 저녁 '한의학용어위원회'가 서울역에서 있었다. 이 날 모임에는 경원대 이충열 교수님(위원장), 임형호 교수님, 부산대 이병욱 교수님, 윤영주 교수님, 원광대 엄동명 교수님, 한국한의학연구원 송미영 박사님이 참석하셨다.

지난 정부 때 복지부 내에서 ‘보건의료정보표준화사업’을 진행한 바 있는데, 필자는 2005년경부터 ‘한의학용어 표준화’와 ‘보건소 한의용어정보표준화’관련 일에 조금 관여한 바 있다. 이 사업시작 당시 대한한의학회 학술이사를 하다가 제도이사로 있었던 탓에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해야 할 여러 가지 일 중에 하나’로 인식하고 하는 수 없이 이 일에 참여했었다.

한의학용어위원회는 대한한의학회에 있는 3개의 상설특별위원회 중 하나로 ‘한의학용어 및 정보표준화를 다루는 곳’이다. 처음 대한한의학회에 이 위원회를 기존에 있던 기초한의학발전특별위원회 임상한의학발전특별위원회와 함께 상설특별위원회로 추가해야한다고 제안하고, 위원장은 당연직 부회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한의학회 회칙 개정안을 만들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등 국가 공공의료망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표준화된 의료정보시스템이 우리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이 분야에 韓醫가 일부분이라도 참여하는 것이 시급하고 필수적이라 생각했고, 이 기회를 잘 이용해야한다고 판단했었다.

비록 우리의 기반이 약하고 준비가 덜 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한걸음이라도 함께 가야 한다고 믿었었다. 그리고 공공의료조직 내 임상한의학용어 및 한의정보표준화는 ‘한 개인의 뛰어난 식견이나 열정만으로 유지 발전되는 것이 아니고 관리하는 조직과 예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속적이고 책임감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 일은 대한한의학회에서 전문가위원회를 상시적으로 만들어 관리해야한다고 판단했었다.

당시 이 일에 참여할만한 動因을 굳이 하나 더 찾는다면, 나름대로는 잘 다니던 자생한방병원을 3년 만에 퇴사하고 동국대학교로 옮긴 후 일산병원과 한방병원 개원준비를 위한 일에 참여했는데, 덕분에 최초의 한·양방이 통합된 형태로 병원의료정보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호사(?)를 누렸던 것이다.

요즘 소위 말하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EHR(electronic health record)이라 부르는 병원정보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이전에는 겨우 건강보험청구시스템(EDI)이나 처방전달시스템(OCS)정도 알고 있던 나에게는 머릿속에 정보의 홍수가 밀려들어오는 때였다.

병원 개원을 실무적으로 준비하면서 할 수 없이 우리병원 전공의들 및 전임의들을 독려(?)하여 각 임상 전문과목에서 환자진료에 사용하는 용어, 증상명, 병명 사전 등을 만들었고, 통합병원의료정보시스템의 플랫폼에 맞추어 각종 서식 템플릿을 만드는 일들을 도왔던 기억이 있다.

미력하지만 ‘보건의료정보표준화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업을 함께한 훌륭한 도반들과 교우하면서 좋은 만남을 이어온 덕일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한계와 제약 속에서도 훌륭하게 이 위원회를 이끌고 계신 K 대학 이 모 교수님의 열의와 지지가 중심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시기 한의계는 우리나라 보건의료계가 내외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 복판에 있었으며, 혁신하지 못하면 낙오하게 됨을 이전보다 강력하게 요구받는 때였다.

이번 위원회 개최 안건은 한의학 광고문안에 사용되는 용어부분에 대한 심의와 표준용어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안과 위원회의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 방안에 대한 논의였다. 그리고 최근 한의학표준연구원에서 진행한 사업 중 ‘임상분야 진단용어 KS 표준안’에 대한 검토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의계가 어렵다고 한다. 한의학에 입문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길을 제시해주기 보다는 과거의 영광에 대한 넋두리나 현실의 막막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만일 나의 미래가 어둡고 그 어둠을 뚫고 나갈 방법을 현재 알고 있지 못하다면, 이 세상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 나아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 모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마치 햄릿이 그랬던 것처럼.

한창호 / 동국대 한의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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