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98) - 「東西醫學新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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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98) - 「東西醫學新論」
  • 승인 2011.07.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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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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轉換期의 화두, 東西折衷

 

조선말 과거제가 폐지되고 한의는 입지를 찾지 못해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 전통의학의 활로를 찾기 위해 腐心해야만 했던 조선의학계에서는 趙憲泳 등 당대 여러 논객들이 참여하여 한의존폐론과 동서의학 논쟁이 이루어졌다. 몇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 논쟁의 요지는 「한의학의 비판과 해설」이라는 책자로 묶여져 나왔다.

 

이렇듯 의료계에 관심을 집중시킨 저변에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비교하여 설명한 의학계몽서 「醫界之鐵椎」가 있었고,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275회 근대 東西醫學 比較論/ 2006년 1월 16일자) 이 책은 바로 동서의학 논쟁에 활약했던 東渠 張基茂가 和田啓十郞 원작의 「醫界之鐵椎」를 번역하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펴낸 것이다. 고종의 典醫를 지낸 洪哲普와 牛痘接種術을 도입한 池錫永의 서문이 연달아 붙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나온 것으로 상업출판사가 아닌 和平堂藥房에서 발행하였다.

저자는 권두에 배치한 ‘述者告白’이라 이름붙인 凡例에서 원저의 내용을 다소 增刪하여 가급적 학술용어를 쓰지 않고 언문일치체로 대의를 얻게 하고자 했으므로 제목을 바꿔 달았다고 집필의도를 밝히고 있다. 또한 조선 재래의 舊醫術은 대개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므로 ‘漢醫’라고 부르지만, 東國에서 수천백년을 거치면서 자연 조선의 고유한 의술이 되었으므로 편의상 東醫 혹은 漢藥이라 쓰고 신의술은 서양으로부터 전래한 것이므로 西醫 혹은 西法이라 적었다고 밝혀놓았다.

자신의 의중은 마지막 단락에 적혀 있는데, “본서 중 記述이 다소 西法을 논박한 것 같으나 이것은 모두 경험을 쌓아 처음으로 발표하는 것인즉 비록 한 사람의 주장일 뿐이지만 충분히 東西의 權衡을 折衷하는 徑路를 지시할 만한 지라 述者의 뜻은 이 책을 읽는 자 西醫의 기술이 오히려 완전발달의 域에 이르지 못하고 東醫의 藥方이 또한 西法을 능가할 자도 있으나 동서가 각자 長短이 있어 偏廢치 못할 것을 명료하게 인식하여 더욱 연구를 거듭하여 東醫의 新發明이 西醫에게 까지 代用될 것이 있게 하면 望外의 다행한 일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이상 필자 윤문)

다음으로 역시 역자가 쓴 小弁이라는 글이 이어지는 데, 같은 해 “鉢谷精舍에서 東渠識.”라고 되어 있어 저자 장기무가 직접 쓴 것임을 알 수 있다. 글 가운데 “披瀝東醫之眞髓, 觀破西醫之僞裝”이라 표현하였으니 그가 한의학의 정수를 밝혀내고 양의학의 허세를 가려내고자 노력하는 입장에서 기술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목차를 살펴보면 본문이 전, 후편으로 나뉘어 있으며, 전편에서는 서언과 함께 東西醫의 구별, 東醫는 非陳腐之學, 東醫書에 多妄誕之言 등으로부터 18장 後鑑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있다. 그는 대체로 동양의학의 특장을 논하면서 동의학에 대한 세간의 비난에 대해 변론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울러 동양의학이 진부한 학문이 아니고, 서양의학 입장에서 취할만한 것이 적지 않다면서 맹장염을 비롯한 갖가지 치험례를 사례로 제시해 놓았다.

후편은 漫錄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듯이 醫事隨筆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논의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藥力萬能, 混沌時代, 藥不能治病 등 주로 당시 의약계의 병폐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다분히 시사적인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은 주로 국한문 혼용체로 적혀 있는데, 번역이라기보다는 원문에 토씨만 붙여놓은 듯하다. 본문 중에 간혹 ‘(按)’이라고 적은 논평은 아마도 편자인 장기무 자신의 의견을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시대를 뛰어넘어 한양방일원화의 논의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현시점에서도 다시금 되짚어볼만한 내용이 들어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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