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독성학 이야기 (23) | 한약재와 중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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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독성학 이야기 (23) | 한약재와 중금속
  • 승인 2011.07.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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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경

백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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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든 농산물이든 중금속은 있게 마련
학술적 근거없는 중금속 규제기준이 문제

한약재의 중금속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저는 아쉬워합니다. 자연에서 생산되는 한약재는 쌀이나 배추처럼 어쩔 수 없이 중금속의 원죄를 타고 나기 때문이죠. 제제화 된 한약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 몸에 축적되는 대부분의 중금속은 음식과 자동차 등의 환경으로부터 유입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영향을 주지 않는 한약에 대해서는 유독 중금속 덩어리로 매도되는 이유는 재래시장 등에서 아무렇게나 진열돼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한약재가 국민의 눈에 각인이 되어 이미지가 나빠진데다 2005년 식약청에서 고시한 한약재 품질관리기준이 잘못 설정된 데서 기인합니다.

실제로는 유해하지 않으나, 규제기준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고서 거기에 맞지 않게 되자 몽땅 ‘중금속 범벅 한약재’로 기사가 나가게 됐지요. 보건복지부에서 2001년 3천24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또 2006년 소비자시민모임에서 발표한 500개 표본가구 9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품질문제는 지적되었습니다.

평생 한약 한번 복용하지 않은 남성의 정액에서도 중금속은 검출됩니다. 한약 한번 먹지 않고 자란 젖먹이의 피 속에도 중금속은 나오며 모든 사람에서 중금속이 검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우리가 마시는 물, 공기, 땅에서 모두 중금속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기준은 유해할 정도인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중금속 중에는 유해하지 않아 영양미네랄도 불리우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중금속은 비중이 큰 금속이어서 중(重)금속이라 불립니다. 그 중 일부는 몸에 해로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며 대표적으로 수은, 카드뮴, 납, 비소가 거론됩니다.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은 적은 편이죠. 그래서 몸으로 들어가면 조용히 있다가 대부분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 배출됩니다. 그런데 소량은 뇌, 간, 콩팥, 뼈, 머리카락 등으로 이동하여 쌓입니다. 혈액은 이동통로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중금속의 축적은 머리카락 등에서 확인하고, 중금속의 배출은 소변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망자의 뇌, 폐, 신장, 손톱, 고환, 혈액, 심장, 비장, 뼈, 머리카락을 통해서도 중금속 노출정도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 서울·경기지역 거주 사망자 162명과 호남지역 거주 사망자 60명을 대상으로 중금속조사를 했을 때 여성이며 고령일수록 중금속 노출이 많았음이 밝혀졌습니다. 일본에 비해서는 중금속 노출이 적었지만 유럽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었습니다. 아마도 지질학적 특성과 관련이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약재에서 검출된 납은 유통 중에 발생하는 오염으로 추정되고, 카드뮴의 경우엔 원래 이 중금속을 더 민감하게 축적하는 식물 종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광물성 약재는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있기 때문에 축적에 의한 함량증가가 고려됩니다.

한약제제의 중금속은 매우 낮습니다. 탕제의 평균 가용 섭취율은 원래 중금속 함량의 10% 내외로 급격히 줄어듭니다. 환제는 가용 섭취율이 90~100%입니다. 2005년의 규제기준은 학술적 근거 없이 설정된 것이며, 반드시 위해도 평가를 기준으로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현재기준 0.3pp에서 1ppm으로 상향 조정해도 위해가 없다는 것입니다.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기준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한약재의 오염시비와 누명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백 은 경
서울 해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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