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 탯줄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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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탯줄 코드
  • 승인 2011.07.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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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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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줄, 뱀, 탯줄의 문화사

김영균·김태은 지음  / 민속원 刊

역사와 신화는 인간문화의 보편적 인식을 바탕으로 그려지는 공통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보편적 인식 속에서 어떻게 신화의 픽션된 요소를 정제하느냐에 따라 역사적 사실을 적확하게 이끌어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정제되고 정화되는 과정을 통하여 저자는 우리 문화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탯줄의 코드를 읽어내고 있다.

즉, 신화와 민속, 그리고 의학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뱀과 새끼줄에서 탯줄의 상관성을 인류학적인 성찰을 통하여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과 인문학이 결합되어 문화사적 성과를 이루는 작업을 통해 인류탄생의 비밀을 밝혀냈는데, 새끼줄처럼 꼬인 뱀의 문화와 새끼줄처럼 꼬인 탯줄을 연관시킴으로써 탯줄의 의미를 담고 있는 삼줄의 미스테리를 풀어냈다.

아울러 그 꼬이는 방향과 연계하여 삼태극에 접근함으로써, 성스러운 숫자 ‘3’이 우리 민족문화에 어떻게 뿌리박고 있는지를 제시하고 있음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단순히 성형외과 의사이면서도 저자는 문화사적인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직접 답사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족문화를 근원적으로 재해석했던 그의 용기와 노력이 대단하다.

아쉬움이 있다면, 왕릉에서 출토된 곡옥이 아직 태아의 상태에 이르지 못한 배아의 형상이라는 것을 얘기하면서도, 그것이 태극의 한 쪽을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 연관 짓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다산을 기원하는 것만의 의미만이 아니라, 창조의 시발이자 힘의 근원적 형태를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한 신라의 淨衆無相 선사가 티벳에 無憶·無念·莫忘의 禪法을 전함으로써 불교를 크게 일으켰는데, 이후의 티벳불교에서 상서로운 상징으로 쓰이는 八吉祥의 한 가운데에 놓인 法輪은 그 중심에 삼태극을 그리고 있으니, 이는 생명활동의 근원을 나타내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이미 2천 년 이상의 세월동안 삼태극을 생활 속에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태극부채나 북의 중심에 그려진 삼태극 외에도 지하철 노선도에 그려져 쓰이고 있고, 지난 올림픽에서나 월드컵에서 보듯이 국가적인 행사에는 반드시 이 삼태극이 그려지고 있는데, 그보다도 한의학에 이러한 모습이 이미 담겨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지면의 한계로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天地人, 三才, 精氣神, 三部九候, 三陰三陽, 三焦, 丹田有三, 背有三關, 風寒濕 등의 생명활동의 상호작용에 관한 얘기가 무수히 많다. 그러므로 우리 의학의 중심에 삼태극이 계승되고 있는 이상 한의학은 다이내믹하다. <값 2만 3천원>

김홍균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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