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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역사를 대하는 자세
Story & History(60)
2011년 07월 07일 () 11:07:14 차웅석 contributor@mjmedi.com

일본 동경에 있는 기타사토연구소는 일본의 감포의학(漢方醫學)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이며,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 柴三郞, 1853~1931)가 1914년에 세운 연구소이다. 그는 독일에서 유학한 일본의 대표적인 내과의사이자 세균학자로서 미국에서 蛇毒을 연구한 노구치 히데요 (野口英世, 1876~ 1928)와 함께 근대 일본 서양의학의 선구자로 꼽힌다.

일본은 1875년 의학고시에서 전통의학과목을 없앤 이후, 1896년 국회에서 전통의학을 인정하는 ‘의사면허규칙개정법안’을 부결시킬 때까지 일본 내 전통의학을 제도권에서 없애는 과정을 일사천리로 단행했다.

그동안에 전통의학자들은 온지사활동, 각기병대회, 자결시위 등을 통해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메이지유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던 일본정부는 전통과 관련된 그 어떤 것들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서양의학을 전공한 대체인력을 양성하며 인재들을 선발해서 구미지역으로 유학을 보내주며 서양의학을 기초에서부터 일본화 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기타사토와 노구치는 그 배경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일본의 대표적인 의학자들이다. 그러나 전통의학을 없애고 서양식의학을 일본화하는 첨병역할을 했던 기타사토연구소는 아이러니하게 거의 100년 만에 일본 내 최고의 전통의학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균학을 깊이 전공하면 그것이 한의학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타사토연구소의 100년 만의 대변신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여기에 싣지 않는다. 다만 생명의 보존과 연장을 모토로 하는 모든 인간의 행위는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명제로 모이게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결국 의학의 역사라는 것은 절대적인 원리에 입각했다기 보다는 소위 말하는 잘 낫고 몸에 좋다는 것은 뭐든지 해보고 범주화시키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량화시키고 기록했던 역사이다.

동아시아 근대화 과정에서 한·중·일 3국 전통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척결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기타사토연구소에서 일본 전통의학을 다시 받아들인 것, 70년대 80년대를 지나면서 한국 한의사의 사회적 입지가 향상된 것, 중국에서 중의학을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 이 모든 행위는 어느 누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된 것이 아니다.

동아시아의학 자체에 지금의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근대화 초기 폭풍변화를 지나고 잠시 숨을 돌리게 되었을 때, 애써 없애려고 했던 우리의 전통의학에 우리 조상들이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쌓아놓은 보물과 같은 지혜들이 너무도 많았다는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역사는 그 지혜와 경험을 쌓아온 과정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우리 선조들이 보다 나은 치료기술을 어떻게 이어오고 발전시켜 왔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이다. 흔히들 생각하기를 동아시아의학의 역사는 반만년의 역사이며, 아주 오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아시아의학의 역사는 한 번도 같은 모습이었던 적이 없었다. 「황제내경」과 「상한론」을 폄하했던 사람들은 없었지만, 「황제내경」과 「상한론」에 나온 그대로만 의학을 했던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다. <끝>

 차웅석 /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 교수


그동안 귀중한 원고를 제공해 주신 필자와 ‘Story & History’를 애독해 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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