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민족의학신문사에서 주관한 사상의학 강좌가 있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체질진단과 체질치료를 하는 강좌내용도 좋았겠지만, 무엇보다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방법을 경청하고 교류하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한의계의 현실을 바라보면 안타까운 면이 많다. 학생 때 사상의학 탄생 100주년 행사를 지켜보면서 21세기에는 사상의학이 한국 한의학을 대표할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이후 사상의학이 한의학에 어떻게 자리매김했는지 다시 물어본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몇 년 전부터 체질을 감별하고 체질에 맞춰 약물을 쓰고 음식지도를 하는 입장에서 사상의학이 한국 한의학을 대표하기 위해서 몇 가지 꼭 넘어야 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3가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꼭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다.
첫째, 체질의 존재 유무다. 갑자기 체질의 존재를 묻는 것은 사상의학과 기존 한의학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체질을 감별하진 않지만 특정 질환이나 특정 증상에 사상의학 처방을 쓰는 한의사들을 보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체질에 대한 이해보다는 하나의 진찰수단이나 병증에 대한 이해 수준으로 사상의학을 이해하고 있다. 반면 사상의학만을 고집하는 한의사들은 체질감별에 따라서 약물을 써야 제대로 치료가 된다고 주장한다. 즉 체질이 기본적인 전제조건이고, 그 나머지 한의학적 진찰이나 치료가 그 이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역사가 짧다는 한계 때문에 현재와 같은 애매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후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서 체질에 대한 유무를 확실히 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의사 간 진찰의 통일성이 유지될 수 있고 환자들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 한의사들의 체질감별 능력을 향상하는 보수교육이나 대학교육 강화도 필수다. 반면 체질이 아니라 변증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면 사상의학에서 말한 일부 내용만 수용하는 것이 되고 그 내용만 널리 알리면 되는 것이다.
둘째, 체질감별의 가이드라인 제시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체질감별 방법만 해도 너무나 다양하다. 다양한 방법을 쓰지만 결과적으로 약물을 쓰고 치료해서 효과가 좋아야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환자를 대면하고 처음 몇 분 동안 파악할 수 있는 체질감별과 실제 치료를 해서 좋아지는 과정의 체질감별은 체질감별이라는 목적에서는 동일하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성격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단기간 내의 체질 감별, 치료도중의 체질감별,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체질감별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하고 3가지 각각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체질이라는 진단 기준으로서의 가치가 있고 마치 혈액형처럼 환자한테 알려줄 수 있는 기본적 요건을 갖출 수 있다. 앞으로 사상의학을 연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3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거기에 맞는 기준을 내놓는다면 체질 감별에 대한 논란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셋째 약물과 음식에 대한 정리이다. 약물에 대한 논란은 그나마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음식에 대한 정리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학회마다 다른 경우도 많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내용은 전부 다 다른 경우도 많다. 이래서는 체질을 환자한테 알려주는 경우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약물과 음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면 사상의학이 아무리 좋은 의학이라 할지라도 일반인들에게 함부로 알려주는 것은 삼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식품관련 학계 및 업체와의 공동연구도 필요하며 음식관리에 대한 한의사의 영역을 확장시키는데 꼭 필요하다.
장욱승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