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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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64)
  • 승인 2011.06.3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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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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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금강에서 만난 해당화

해당화 뒤편의 바위섬 너머로 자세히 보면 통일전망대가 흰점으로 있다.
비무장지대를 넘어 해금강의 해당화를 만나기 위해 북한 땅으로 넘어간다. 금강산 육로관광으로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버스로 통과하여 북한으로 바로 건너가는 것이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보행금지’ ‘주정차금지’의 팻말과 일정한 간격으로 붉은 깃발을 든 인민군이 지켜보는 가운데 긴장된 마음으로 들어간다. 현재는 일반인들의 왕래가 불가능한 지역이나 몇 년 전에 찾아갔던 해금강의 해당화를 이번호에 소개한다.

해당화의 꽃은 매괴화(花)라 부르며, 방향성이 높아서 간위(肝胃) 기능의 감퇴로 인한 흉복부의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 그리고 여성의 생리가 일정치 않거나 또는 생리 전에 유방이 붓고 아픈 증상에도 이용된다.
서양에서는 해당화 열매에 비타민C가 풍부하여 잼을 만들어 이용한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는 해당화 열매를 꿀이나 설탕에 재어 매과당으로 만들어 먹었으며, 일본에서는 꽃의 색소를 천연 착색료로, 꽃잎은 지사제와 지혈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민간에서는 해당화의 뿌리를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한다.

해금강에 핀 해당화 꽃
해금강 구역은 숙소인 온정각에서 북한측 전용도로를 빌려서 버스로 20여분 달리니 나왔다. 금강산 가는 길과는 달리 해금강행은 북한도로를 달리다보니 길옆의 우체국과 학교도 볼 수 있다. 가까이 지나가니 우체국에 설치된 인민일보 게시판이 보이고, 가로수 사이로 봉화초등학교의 교실과 운동장, 자전거도 훔쳐볼 수 있었다.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니 부지런히 길목 주변의 이곳저곳 풍경을 눈에 담아둔다.

필자는 2박 3일의 금강산 여행에서 해당화를 촬영하기 위해 만물상 등산을 포기하고 선택 관광인 해금강행 버스에 올랐다. 해금강에서 우리 측 안내원은 건너편 멀리 있는 햐얀 건물 같은 모습이 남한의 고성 통일전망대라고 한다.

해금강의 해당화 열매

해금강의 전망대 정자로 가는 바닷가에는 해당화 꽃길이 있었다. 해당화 군락지에서 핀 붉은 꽃이 우리 일행을 반기고 있다. 이 식물을 연구하는 필자는 꽃을 보는 순간, 특종 기사를 찾은 기자처럼 사진촬영에 몰두했다. 더운 날씨 속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여러 노출로서 이 배경, 저 배경으로 아마 100여장의 사진을 촬영한 것 같다.

해안가의 해당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지만, 북한 땅 해금강에서 찾았다는 사실로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열심히 촬영하는 필자에게 북한 안내원이 필자의 가슴에 매단 직업이 기록된 명찰을 보더니 해당화를 연구하느냐고 묻는다.

“해당화 뿌리는 우리나라에서 민간약으로서 당뇨병 치료제로 쓴다”고 하니 그녀는 필자에게 “해당화를 한 뿌리 캐어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간절히 얘기한다. 진솔한 얘기에 필자가 더 미안했다. 일전에 순천대 학생들을 만난 적이 있다고 소개하는 이 안내원 얼굴이 해당화를 생각하면 함께 떠오른다.

일본 아이누족이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해당화 씨가 아이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일본 북해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화는 우리나라에서 뿌리를 당뇨병 치료제로 민간에서 사용하여 왔다. 그래서 한국 과학자들에 의해 당뇨병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해당화 꽃을 지사제나 지혈제로 사용하며, 특히 일본의 아이누족은 열매를 식용으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아이누박물관에서는 해당화 씨를 아이누족 발음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연세대 조선대 중앙대 연구팀들은 해당화 뿌리의 당뇨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 고혈당을 일으킨 실험동물에게서 혈당치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였다.

해당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필자도 해당화 연구결과를 다수의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특화사업으로서 해당화를 이용하고 싶다고 강원도 고성군과 전남 영광군 담당자들과 논의한 적도 있다. 그동안 민간약으로만 사용되어온 해당화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당뇨병 치료효과 등의 효능을 이용하여 남과 북에서 우수한 약용자원으로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박종철 /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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