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치의학은 ‘음양오행 없는 한의학’ 모색하는 학문적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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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치의학은 ‘음양오행 없는 한의학’ 모색하는 학문적 시도”
  • 승인 2011.06.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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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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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치의학의 임상운용 실제 (50) - 복치의학회 처방을 말하다 (4)

4. 처방의 분석은 이론이 아닌, 病과 藥으로.
복치의학회는 처음부터 현재까지 「상한론」과 「금궤요략」의 처방, 즉 고방만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의론과 치험례, 논문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초기 많은 시행착오 과정을 통하여 현재의 학문적 의학적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과정을 거칠게나마 전하고자 합니다.

①六經을 내려 놓은 傷寒論
「상한론」 본문은 太陽, 陽明, 少陽, 太陰, 少陰, 厥陰 등 六經의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한론에 대한 연구는 이 六經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六經 중심의 상한론 연구에 대한 회의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육경은 고도로 추상화된 생리·병리적 개념입니다. 이는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상한론의 처방과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방의 종류도 六經으로 명확히 나누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도 六經은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괴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복치의학회는 “처방에서 시작하는 상한론 연구”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처방 속에 숨겨진 처방 운용의 법칙을 궁구한지 벌써 수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六經을 내려놓은 상한론, 六經을 상한론의 기본 원리에서 제외한 상한론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②陰陽五行을 내려 놓은 한의학
역사적으로는 17~18세기 중국의 고증학에 의하여 주자학이 부정되고 천인합일사상이 수정되면서 한의학의 根幹理論이었던 음양오행설 역시 비판에 직면합니다. 이 시기 일본 고방파의 태두였던 吉益東洞은 음양오행설을 아래와 같이 통박합니다.

“陰陽은 天地의 氣이니 醫家에서 취할 것이 아니다....소문, 난경에서는 五行으로써 천하의 모든 이치를 총괄하고 人身의 모든 병을 연구하고자 하여 그 설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아 보이지만 대체로 모두가 說에 그칠 따름이니 지금 그 說을 가지고 의술을 시행하면 잘못이 千里에 미친다...(醫斷)”

한의학의 근간이론인 음양오행설에 대한 회의는 현대 한국 韓醫學에서도 제기되기 시작합니다.
“「黃帝內經」 이래 지금까지 이것(陰陽五行說)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을 뿐 아니라, 현실에서 오류가 생기면 모두 자신이 이 오묘한 진리에 미숙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인체의 생리 병리 진단과 치료에서 음양론을 벗어나면 안 될 뿐만 아니라, 韓醫學 그 자체의 가치도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韓醫學은 무엇인가? 음양론의 산물인가? 음양론이 있음으로써 필연적으로 이루어진 것인가?...그러나 오늘날까지 엄연히 韓醫學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임상적인 치료효과이고, 그 치료효과는 침구나 한약에 있는 것이지 반드시 음양오행의 이론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오랫동안 음양론에서 헤어나지 못함으로 한의학 발전은 답보한 것이다.” (강순수, 「바른방제학」)

古法의학(복치의학)의 학문적 목표 중의 하나는 현대의학과도 소통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韓醫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복치의학회는 음양오행설이 아닌 知見之道(누구나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만을 논하는 의학적 방법론)를 근간이론으로 삼고 있습니다.

③상한론 처방의 실용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
이렇게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과연 음양오행이 없는 한의학은 더 이상 한의학일 수 있을까요? 음양오행의 이론 없이 인체의 질병을 한의학적으로 해석하고 진단하여 치료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지난 수천 년 간 한의학은 음양오행설을 근간이론으로 삼아 훌륭한 의학적 체계를 이루고 임상적 성과를 내어왔는데 이제 와서 굳이 새로운 한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일까요?

의학이란 질병을 치료하는 실용학문입니다. 때문에 보다 높은 치료율과 뛰어난 치료효과를 낼 수 있는 의학적 방법론이 있다면 그것이 의학에 있어서의 최선일 것입니다. 한의학이라는 의학의 최선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의 최선은 반드시 음양오행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일까요? 혹시 이 시대의 한의학은 음양오행을 고수하여 오히려 최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의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더 이상 음양오행설이 보편적 진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과학의 시대’에 있어, 한의학의 근간이론을 음양오행이 아닌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또 다른 무엇’에서 찾아보고자 하는 복치의학회의 모색이 반드시 불필요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복치의학회에서 주창하는 ‘知見之道’라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또 다른 방법론’은 보다 높은 치료율과 뛰어난 치료효과를 낼 수 있는 의학적 방법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복치의학회에서 현대의 난치병을 정복하기 위하여 고방을 운용하여 이루어낸 지난 5년간의 수많은 치료사례들과 의료봉사를 통하여 공개적으로 검증된 고법의학의 우수성은 그 가능성의 일례가 될 것입니다.

작금의 한의학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이 ‘기존의 고수’가 아닌 ‘새로운 모색’에서 나올 수 있다면 한국 한의학의 부흥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음양오행이 없는 한의학이란 기실 복치의학회에 대한 오해 중의 하나가 아니라 복치의학회에서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한의학, 새로운 패러다임의 요체입니다. 음양오행의 부정은 한의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음양오행이 없는 한의학 역시 의학적 치료효과마저 없는 한의학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모색은 현대의학과도 소통할 수 있는 한의학, 보다 뛰어난 치료효과를 낼 수 있는 최선의 한의학, 한국한의학을 부흥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의학에 대한 모색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하여 한국 한의학에서 ‘음양오행이 없는 한의학’을 모색하는 하나쯤의 학문적 시도, 하나쯤의 학회나 의가 정도는 있어도 무방할 수 있다는, 오히려 그것이 한국 한의학의 학문적 다양성과 역동적 학문풍토를 조성할 수도 있다는, 실은 그러한 모색이 한국 한의학의 학문적 고양과 부흥을 위한 충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복치의학회가 평가될 수 있기를, 강호제현의 넒은 아량을 구하는 바입니다.

④상한론 立方의 법칙을 밝힘 : 病과 藥으로만 처방을 분석
의사는 병을 진찰하고 약을 주는 사람입니다.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것은 병에 맞는 약을 처방하는 것이지요. 모든 약에 대한 이론들은 병에 약을 맞추기 위한 도구인 것입니다.
복치의학회는 병과 약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추구합니다. 하나의 약을 사용하는 데에 하나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복치의학회에서는 이러한 방법론이 상한론 처방이 만들어진 방식과 가장 흡사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상한 처방 자체가 약재 하나가 바뀌면 다른 처방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재 하나하나는 약재 고유의 기준이 있었고, 그 기준을 명확하게 지키는 것이 立方의 법칙이었을 것입니다. 복치의학회의 일차적인 목표는 상한론 처방의 성립을 가능케 한 처방의 구조 속에 숨어있는 법칙을 밝히는 것입니다.

⑤더 다양한 상한론 연구의 방법론을 기다립니다.
고법의학(복치의학)의 상한론 연구는 중국이나 일본의 상한론 연구와는 구별되는 한국만의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복치의학회는 ①고법의 개요 ②상한론에 대한 독창적 해석과 발전적 보완 ③고방의 임상활용을 위한 수많은 팁과 방법론의 고안 ④고방의 운용을 위한 독창적인 임상디자인의 고안 ⑤고방으로 현대의 난치병을 치료해 낸 수많은 임상사례 ⑥그것을 통한 고방의 임상활용에 대한 새로운 지평의 확장 ⑦질환별 클리닉에 대한 임상적 접근법의 발명 ⑧복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간명한 제 규정 등의 연구성과를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⑥미래의 韓醫學에 힘을 더하겠습니다. 
복치의학회(고법의학회)는 중경의 古醫學으로 복귀하여 상한금궤방으로 현대의 난치병을 정복하고, 현대의학과도 소통할 수 있는 객관적, 실증적 韓醫學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한의학의 부흥을 도모하고자 창립되었습니다.

복치의학회는 창립 5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4천명에 이르는 일반회원, 400여명의 정회원, 전국 11개 한의과대학 300여명의 학생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굴지의 학회로 발돋음 하였고, 역동적인 학술활동을 통하여 韓醫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韓醫學史에 있어 복치의학회에 대한 전무후무할만큼의 폭발적인 반향은 고방에 대한 의학적 관심을 넘어 현대의학과도 소통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한의학, 새로운 한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의 발로로 사료됩니다.

‘복치의학회. 처방을 말하다’는 창립 5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학회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초기의 미숙함과 정체성의 혼란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위한 自評의 글입니다. 창립 5년을 즈음하여 복치의학회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더욱 몸을 낮추고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韓醫學의 부흥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복치의학회의 행보에 강호제현의 애정 어린 관심과 지적을 당부 드립니다. 〈끝〉

노의준 / 복치의학회 부회장


(그동안 귀중한 원고를 제공해 주신 복치의학회 여러 필자와 성원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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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 2011-07-21 08:51:47
궁금하니 '객과적이며 실증적'이면서 '현대과학과의 소통'을 어떠한 방법으로 접근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설명 부탁드립니다. 통계학이면 통계학, 서양기기에 따른 진단법이면 진단법, 약의 사용에 있어서는 약의 성분들의 복합작용을 통한 증상의 완화 등등. 현대의학과의 '소통'을 내걸고 있는 학회로서 다른 한의학파들과 다르다는 점들을 제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윤식 2011-07-21 08:50:09
그렇지 않은 이론들은 한의학적인 개념에 기대는 그런 자세보다는, 정말로 '소통'을 원한다면 그들이 제시하는 방법론에 입각을 하여서 소통을 시도하는게 옳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서양의학 전공자들에게 우리의 주장은 결국 무신론자인 과학자들 앞에서 신의 가설을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만큼이나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김윤식 2011-07-21 08:47:41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써 이러한 양의학적 진단과 치료가 무비판적으로 옳다고 옹호하고 싶진 않습니다. 이에 따른 한계점들도 충분하고 그에 대한 논의는 많이 이루어졌길래 여기서 생략하겠습니다. 하지만 현대의학과의 '소통'이라는 맥락에서는 분명히 이러한 점들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생각됩니다. nonoverlapping magistery와 비슷한 개념으로 필요할 때에만 서양의학적인 이론들을 골라 사용하고,

김윤식 2011-07-21 08:45:23
가령 많은 한의사들이 논하는 정확한 '진단'과 정확학 '치료율'에 대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양의학적인 '진단'이란 증상을 현대과학적기기들을 통한 증거들의 제시로 시작하여 해당 증상의 소멸이 6개월 이상 재발현하지 않는 경우에 '치료'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해당 증상의 소멸이라고 할 때에는 마찬가지로 현대과학적인 기기들을 통한 증거의 제시로 이루어지지요.

김윤식 2011-07-21 08:42:39
글은 잘 읽었습니다. 아직은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지만 복치의학회의 글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의문이 있어서 질문을 올려봅니다. 현대의학과 소통할 수 있는 객관적이며 실증적인 의학을 목표로 한다고 하셨는데, 그 '소통'을 위해 복치의학회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어떠한 성과들을 이루었는지가 궁금합니다. 어디에 어떻게 검색을 하면 자료들을 볼 수 있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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