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임상연구의 길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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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임상연구의 길이 열리다
  • 승인 2011.06.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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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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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구란 직접 사람(환자)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연구로서 질병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을 규명하고 진단법의 타당도와 치료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질병의 자연사를 연구하는 학문분야이다. 따라서 진료는 환자를 위한 치료 또는 중재행위로서 환자가 목적이 되며 수단이 되지 않는 반면, 임상연구는 지식생산을 위한 행위로서 환자가 수단이 되어 진료와 임상연구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이러한 임상연구는 연구자 측면에서는 남보다 먼저 새로운 약품이나 의료용구를 사용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토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정립해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었던 환자 진료에 적용하고, 진료 현장에서 가졌던 과학적 호기심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환자 측면에서는 질병 치료에 대한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연구자 특히 상당수의 임상의들은 본인이 진료를 하면서 경험한 치료법을 검증하여,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환자 대상 임상연구를 시행하고자 한다.

그러나 과거 국내외에서 있었던 비윤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임상연구로 인한 폐해로 인해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형태의 임상연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라는 ‘연구기관에 독립적으로 설치되어 인간대상 연구의 생명윤리 확보를 위해 연구계획서를 사전에 심의하는 상설위원회’의 사전 심의와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임상연구의 성격에 따라서는 식약청 등의 정부기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임상연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 한방병원, 한의원 등을 포함한 지방이나 소규모 연구기관 등 인적, 재정적 여건이 열악한 기관에서는 독립적으로 IRB를 설치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임상연구의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었다.

이러한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공용생명윤리위원회(이하 공용 IRB)이다. 공용 IRB는 독립적으로 IRB를 운영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도 인간 대상 연구에 대한 연구윤리심의를 균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서, 주로 기관에서 위원회를 설립하기 어려운 경우 IRB의 업무를 대행해 주고, 기관에 IRB가 존재하나 연구의 성격상 심의를 의뢰받아 IRB의 업무를 대행해 주거나, 이상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지니나 그 운영이 상업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공용이긴 하지만 영리를 추구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현재 국내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공용 IRB가 있다. 이 위원회에는 각 분야의 다양한 실무경력을 지닌 전문가 2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성 인원도 의학, 한의학, 간호학, 체육학, 법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위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공용 IRB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임상시험 관리기준 제9조3항 및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9조4항에 의거하여 해당 기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시행하고자 하는 임상연구에 대한 관련 서류를 제출하여 심의를 받으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임상연구에 대한 길이 열린 것은 아니어서, 공용 IRB 승인만으로 곧바로 임상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조성, 신제조방법, 함량증감, 신적응증 등의 천연물신약 범주의 한약을 이용한 임상시험은 공용 IRB 승인 이외에 별도로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므로, 아직까지 개인 한의원에서 시행하기에는 제도적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중소한방병원 및 한의원 등에서 시행 가능한 임상연구의 형태는 침구 관련 임상시험이나 GMP시설을 갖춘 제약회사에서 제조한 허가사항 내의 보험 혹은 비보험 엑스제제 임상시험, 건강기능식품관련 임상시험, 후향적 연구 등이 가능할 것이며, 이 이상의 임상연구를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관련 법규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향후 공용 IRB는 ‘연구자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용생명윤리위원회 지정’을 포함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 1809713)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확대 실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이 법안은 2010년 10월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2011년 3월 4일 국회 소관위원회에 상정, 심사를 마치고 가을 정기국회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연과학분야 및 인문사회분야 연구뿐만 아니라, 인체 유래물 활용 연구 등 모든 인간 대상 연구에서 기관 IRB 심의가 필요하게 되어 단순 개인정보의 수집부터 소변, 혈액, 조직 등 모든 인체 유래물 대상 연구에 있어 IRB 심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법의 저촉을 받게 되므로 개인적인 사소한 연구라도 예외가 되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병철
경희대한방병원 한방6내과 교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IRB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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