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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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
  • 승인 2011.06.23 1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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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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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진단한다

임동우 지음 / 효형출판 刊

얼마 전 유행한 유튜브 동영상 중에 ‘평양스타일’이 있다. 이탈리아 국적의 중국인 사진작가 스티브 공이 ‘허락 없이’ 평양사람들의 일상을 찍어서 공개한 것인데, 그야말로 담장 넘어 형님네 식솔들 표정을 슬쩍 보여준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발소 영상이다. ‘어케 깎으시갔습니까?’라는 아리따운 이발사의 질문에 ‘평양스타일’이라고 대답하면서 시작된다.

앞서의 공씨가 남쪽 사람들의 눈에 들러붙은 편견의 장막을 잠깐 걷어내고 그 동네의 인간미를 보여줬다면, 도시설계 전공의 저자는 평양 ‘건설’에 내재된 아이디어를 화려한 기법을 동원하여 입체공간으로 보여준다. 6.25전쟁 당시 평양인구 30만에 미군이 평양에 내지른 폭탄이 35만. 폭격을 피한 유일한 건축물이 평양성 남문이었다는데, 그것도 미군이 지표로 삼으려고 내버려 둔 것이었다니 참 모질게도 해댔다. 그러나 북쪽 수장은 수도 평양을 포기하는 대신 이상적 도시건설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하여 거듭된 마스터플랜을 통해 탄생한 평양은 사회주의 국가들의 부러움을 받는 도시가 되었다.

기본 개념은 단순하다. 첫째, 생산의 도시. 도보 가능한 거리 안에 직장과 교육시설, 주민편의시설 등을 모두 갖추도록 구획을 나눴다. 통근거리와 시간이 최소화되고 대중교통이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

둘째, 녹지의 도시. 자본주의 도시에서는 개인 소유의 토지가 주 세금수입원이므로 ‘사유지 최대화’가 도시계획의 주요 논리이다. 공공영역이나 녹지공간은 종종 무시된다. 그러나 땅값 없는 나라에 그런 걱정은 없다. 또한 서울의 그린벨트가 서울과 지방을 확실히 나누는 테두리라면, 평양의 녹지는 농지를 도시 깊숙이 끌어들여 농촌과 도시를 연결한다.

셋째, 상징의 도시. 사회주의적 특징을 가장 극명하게 반영해주는 특징이며 주로 광장과 기념비를 통해 드러난다.

분명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평양 인민들의 살림집과 주거환경을 둘러보면서 집값과 실업과 교육 문제가 번갈아가며 흔들어놓은 정신줄이 잠시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았다. 자본주의 육십 년에 겹겹이 쌓인 묵은 때를 언젠가는 어떻게든 씻어내야 할 텐데. 극복하기 쉽지 않은 이질감이 가로막고는 있지만 북의 얼굴 평양이 걸어온 길 일부는 반면교사가 될 듯도 하다. 저자는 도시계획자의 입장에서 향후 평양이라는 도시가 시장개방이라는 상황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목에서는 자꾸 말뜻을 놓치게 된다. 시장논리로 평양을 ‘우리식으로’ 바꾸려는 고민보다 우리 발등의 불똥 끌 궁리가 더 급하기 때문인가 싶다. (값 1만 8천원)

홍세영 /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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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2011-06-30 09:56:21
흥미로운 영상 잘 봤습니다~
책도 궁금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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