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중시, 치료 위주의 학문으로 범위 넓혀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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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중시, 치료 위주의 학문으로 범위 넓혀가야”
  • 승인 2011.06.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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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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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차 한의학미래포럼, ‘한의학의 정의와 범위’ 집중토론

한의학적 원리란 무엇이며, 서양의학과 어떤 식으로 구별되어야 하는지, 또 현재 한의학의 개념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모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의학미래포럼(대표 백은경)은 지난 17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한의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제33차 포럼을 열고 한의학적 원리가 임상치료영역을 전부 커버할 수 없으므로 한·양방 공통영역을 주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사진〉

이날 발제자로 나선 부산대 한의전 김기왕 교수는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3호를 보면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렇다면 과연 ‘한방의료’의 판별기준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현대의학과의 관계설정을 중심으로 설명을 구체화했다.

김 교수는 “현행 의료법에는 한방의료와 양방의료의 공통 영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순수하게 한방의료만을 가지고 진료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한의계에서는 1차 보건의료를 수행하기 위한 한·양방 공통영역을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의사의 직능범위는 ‘한방의료행위+한·양방 공통의료행위’로 바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과거 한의학은 원리에 의해 정의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생체와 생체현상, 치료도구 등의 대상을 가지고 정의하기도 한다”며, “역사에 근거한 정의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의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인과단위를 나누어 정의할 수 있는 다수의 정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략적으로는 한방 의료행위에 대해 미리 한정적이고 확정적인 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에 경희대 한의대 침구경락센터 인창식 교수는 “한의학적 원리로 알고 있는 것들 중 이미 한·양방 공통영역인 부분이 많다”며, “과거 많은 분들이 한의학적 이론과 원리를 좁게 정해놓았는데 좁은 정의 안에서는 한의학의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 교수는 또 “기본적으로 한의학이 의학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며, 결국 한의계에서 고수하는 도그마에 발목을 잡히고 서양의학이 한의학을 포괄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도그마를 고수하기보다는 실효성을 중시하고 실제 임상으로 연결되는 치료위주의 학문으로 범위를 넓혀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광대 한의대 강연석 교수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현대에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학문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한의학의 과거 기록들을 볼 때 원리와 도구는 중요한 팩트는 아니었다. 과거 우리의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의학이 담당하는 질병을 관찰하고 인체에 대한 관찰, 처치와 투약 등 전 과정에서 누적된 경험이 전통의학(경험의학)으로 된 것”이라며, “경험의학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원리가 더해지고, 더 잘 치료할 수 있게 도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원리나 도구에 한의학을 짜 맞추기보다는 한의학의 의미와 가치를 이어받아 다양한 치료사례들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한한의사협회 김득현 고문변호사는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도 좋고 치료영역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도 좋지만 단순히 철학적 원리와 용어만으로는 다수를 설득할 수는 없다”며,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차별되는 특징이 무엇인가를 보다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상지대 한의대 이선동 교수는 “과거 한·양방의 차이는 생명관에 대한 시각에 따라 구분됐지만, 지금은 서양의학적 생명관이 한의학적으로 바뀌었다”며, “앞으로 한의학은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며, 의학은 응용과학으로서 인간의 건강과 질병의 문제를 해결해 주면 되는데, 한방과 양방 중 어떤 의학이 임상치료를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다만 안타까운 것은 드러내서 좋은 게 꽤 있는데, 우리는 그 방법을 모르고 그 가치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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