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치의학의 임상운용 실제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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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치의학의 임상운용 실제 (48)
  • 승인 2011.06.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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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의준

노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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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치의학회 처방을 말하다 (2)

“모든 병증에는 ‘그 병증’을 치료하는 ‘그 약방’이 있다”

2. 대황증에 대황, 감수증에 감수를 줄 수 있는 의사.

① 준제는 없다. 증에 맞는 藥毒이 있을 뿐

고법의학(복치의학)의 약물관은 “모든 약은 毒이다”라는 것입니다. 마황, 부자, 감수, 대황 등의 소위 준제 뿐 아니라 인삼, 황기, 감초, 생강 등의 순제도 病毒을 治하는 藥毒으로 봅니다.

상한·금궤 처방들은 약재 하나가 빠지면 다른 처방이 됩니다. 계지탕증에서 작약의 주치증이 없다면 계지거작약탕을 주어야하고, 마황탕증에서 행인증과 계지증이 없다면 감초마황탕을 처방해야합니다. 藥은 毒이기 때문에 해당 약재의 주치증이 없는 경우에는 절대 처방하지 않는 것! 이것은 상한·금궤의 처방을 쓰는 의사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상한·금궤의 모든 처방을 용약하는 첫 번째 원칙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해당 약재의 주치증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 약을 주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老少, 肥瘦, 더위 타는 사람, 추위 타는 사람에 관계없이 주치증이 있으면 주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의 투여를 결정하는 데에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 기준을 “主治”라 부르고 이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고법의학의 가장 주요한 연구 중의 하나입니다.

옛 의인들의 치험례를 보면 열이 펄펄 끓고 번조를 보이는 경우에 부자·건강을 사용하여 치료를 하고, 극심한 오한과 궐냉으로 죽어가는 사람에게 대승기탕을 주어 살려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매우 허약한 노인 또는 임산부에게 감수를 수개월간 투여하여 고질을 끊어내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치험례들은 모두 이 병에는 이 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환자의 몸에서 병독을 찾아내고, 그 병독을 치료하는 그 약독을 투여하는 것! 이것이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의사가 되기 위한 두 번째 원칙입니다.

② 고질병은 없다. 그 病毒에 그 藥毒이 있을 뿐

보약으로 분류되는 인삼으로 치료해야하는 증이 있을 때 그 증이 심하면 인삼을 많이, 그리고 오래 쓰는 것은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준제로 분류되는 대황은 흔히들 오래 쓰면 안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병과 약을 차별하는 태도가 아닐까요? 대황의 증이 심하면 대황을 많이, 오래 써야 그 병이 치료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고법의학(복치의학)의 병을 보는 관점에는 고질병이나 병의 경중의 구별이 없습니다. 인삼으로 치료되는 병, 대황으로 치료되는 병, 대조를 주어야하는 병과 감수를 주어야하는 병의 구별이 있을 뿐입니다.

③ 약의 효과는 독성의 정도와 비례

약의 독은 약의 효과와 같은 의미입니다. 약의 효과가 탁월하려면 독으로써의 역할을 잘 해주어야합니다. 많은 분들이 대황과 마황 등 준제의 부작용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감초, 대조, 생강 등의 순제 역시 부작용이 날 수 있습니다. 소위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작용’은 없는 것입니다.

약의 독성이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잘 못쓰면 패증이 클 수 있는 반면, 잘만 쓰면 탁효를 얻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약의 준순(峻順)을 떠나 모든 병증에는 반드시 ‘그 병증’을 치료하는 ‘그 약방’이 있으며, 때로 ‘그 병증’을 치료하는 ‘그 약방’이 준제라면 준제일지언정 두려워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④ 의사의 역할은 용약 기준을 세우는 것

고방을 능숙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적증에 적방을 꼭 맞추어 투여할 수 있는 고도로 전문화된 진단기술을 능숙하게 익혀주어야 하며, 약물 품고의 선택, 약량의 조절, 탕전법, 복용법 등에 대해서까지도 세세한 고려를 해주어야 합니다.

이에 복치의학회에서는 초심자라할지라도 약독을 운용하면서 패증을 면할 수 있도록 선방기준을 증후(외증과 복후)의 필증, 혹증, 경향성으로 나누어 세세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방의 올바른 품고, 용량, 탕전법, 복용법 등을 제시한 논문 ‘고방분량고’를 매년 업그레이드하여 복치의학회 사이트에 게재함으로써, 초심자들에게 藥毒의 적절하고 안전한 운용법과 주의사항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고방의 약독들은 그 용약법을 체득한 자만이 능숙하고 적절히 운용할 수 있고, 그 용약법을 체득하지 못한 자는 서툰 남용으로 인한 패증을 면치 못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방류입니다. 그러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한의사라는 직능이 아무나 넘볼 수 없는 ‘고유의 전문영역’을 가질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전문성을 체득할 때 우리 스스로도 ‘한약의 전문가’임을 자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⑤ 부자, 마황, 감수, 대황 치료의 실례

그렇다면 고법의학(복치의학)에서는 고방의 약독을 실제로 어떻게 임상운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의학은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실용학문이기 때문에 어쩌면 백 마디의 논쟁보다 단 하나의 실례가 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하나의 실례를 들기 위하여 필자의 지난 의료봉사기록을 예시해보고자 합니다.

복치의학회는 학회창립 이래 수년간 현대의 난치병에 대한 한약치료의 우수성을 일반인에게 홍보하기 위하여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난치병 불우환우를 대상으로 한약무료의료봉사를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대한장애인협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수년전부터 난치병 장애우를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필자의 의료봉사는 08년∼10년간 4회에 걸쳐 각각 3개월간 인천, 부천, 수원 3개 지역에서 90여명의 참관 원장님들의 입회하에 진행되었습니다.

사전조사를 통하여 오래된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된 54명의 환우를 대상으로 고방을 투여하여 그중 90.9%에 해당하는 48명(호전도 50%이상 기준)이 유의성 있는 호전도를 보였습니다. (복치의학회 사이트, 의료봉사 보고서 참조)

필자의 의료봉사 환우들은 장애인이라는 신체적 특성상 중증의 근골동통질환자가 많았고 그 정도도 대부분 (VAS 5 이상의) 중증에 해당되었습니다. 상기 54명 중 근골동통질환을 주소로 하는 대상자는 24명에 달했으며, 그 처방과 경과는 〈표〉와 같습니다.

<표> 근골 동통질환 24례의 처방과 경과

 

 

환자와 주소

처방

경과

일시 장소

부자제

(8례)

60세 부녀 중증 류마티스 관절염,

계지부자탕

매우 호전

10년 봄 수원

63세 남 척추관협착증,

출부자탕

매우 호전

10년 봄 수원

77세 부녀 중풍이후 반신마비 및 통증

오두탕

거의 소실

09년 겨울 부천

62세 부녀 슬통

부자사심탕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호전

08년 여름 인천

52세 남 척수염

부자사심탕

복약거부로 실패

10년 봄 수원

49세 남 디스크

계강조초황신부탕

매우 호전

10년 봄 수원

82세 부녀 견통

계강조초황신부탕

거의 소실

08년 여름 인천

74세 견통 요통

계강조초황신부탕

호전

09년 가을 인천

마황제

(3례)

55세 부녀 디스크로 인한 요각통

마황가출탕

완치

09년 가을 인천

48세 남 항강 견배통

계마각반탕

완치

09년 겨울 부천

40대 부녀 산후 견통

계지2마황1탕

완치

09년 겨울 부천

감수제

(10례)

48세 남 엘보로 인한 주관절통

십조탕

완치

09년 가을 인천

77세 7개월간의 원인모를 협통

십조탕

완치

09년 가을 인천

61세 남 강직성척수염

십조탕

실패

10년 봄 수원

54세 남성 TA로 인한 협통

십조탕

완치

08년 여름 인천

45세 부녀 경추디스크로 인한 견항통

대함흉탕

거의 소실

08년 여름 인천

57세 부녀 경추디스크로 인한 견통

대함흉탕

거의 소실

09년 겨울 부천

50대 부녀 고관절통

대황감수탕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호전

08년 여름 인천

58세 남성 좌하지통

대황감수탕

거의 소실

08년 여름 인천

47세 남 좌하지 부종 통증

대황감수탕

거의 소실

10년 봄 수원

76세 남 좌반신불수로 인한 하지부종통

대황감수탕

완치

09년 가을 인천

대황제

(2례)

44세 부녀 손저림

사심탕

완치

09년 가을 인천

57세 부녀 견통

도인승기탕

거의 소실

08년 여름 인천

기타

(1례)

42세 부녀 6년된 背痛

계지가작약생강인삼탕

완치

09년 겨울 부천

(50%이상 호전도 기준)유효율 91.7%

완치~거의 소실 66.7%,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매우~호전 25%, 실패 8.3%

 

상기 24례 중 경증의 배통을 호소하는 1례에서 대해서만 계지가작약생강인삼탕이 투여되었고 나머지 중증의 통증을 호소하는 23례에 대해서는 모두 부자, 마황, 감수, 대황의 소위 ‘준제’가 투여되었습니다. 그 결과(호전도 50%이상을 기준) 유효율은 91.7%에 이르렀습니다. 그중 66.7%가 3개월 가량의 투약으로 ‘완치’되거나 ‘거의 소실’되었을 정도로 그 치료효과 역시 매우 뛰어났습니다.

⑥ 그래도 오래 복용하면 해가 되지 않을까?

준제를 장복하면 혹 병이 나을지라도 정기가 손상되어 결국은 해를 입게 된다는 설이 있습니다. 병을 치료하되 정기를 손상시키는 방법이라면, 그 치료율과 치료효과가 아무리 뛰어나다할지라도 의학적 효용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에 대하여 임상에서 고방을 장복시켜본 사례가 많았던 필자가 제 나름대로의 견해를 피력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상기 의료봉사의 기록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장복시킨 사례들이니까요.

필자의 의료봉사 대상 환우들 역시 수개월간 준제를 상복해 병증의 호전과 더불어 기력이 회복되고 체력이 증진되는 경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에 필자는 임상에서 마황탕, 부자탕, 대함흉탕, 대승기탕 등이라 할지라도 적증에 적방으로 투여된 경우라면 ‘그 사람의 정기를 보하는 그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할 수 있었고, 이러한 약을 보약으로도 활용해 정기를 보강시킨 많은 사례들을 졸저 「고방유취」를 통해 소개한 바 있습니다.

⑦ 병독과 약독 깊이 탐구하는 학회

고법의학(복치의학)의 학문적 목표 중의 하나는 한의약으로 현대의 난치 고질의 중병을 정복해 한의학을 치료의학으로 정립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고방의 약독들은 그 개성 있는 독성만큼이나 현대의 난치 고질의 중병에 매우 뛰어난 치료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고방은 한의학을 치료의학으로 정립시키고자하는 길에 없어서는 안 되는 방류입니다. 이에 고법의학(복치의학)에서는 고방의 준제와 순제를 가리지 않고 모두 능숙하게 운용할 수 있는 치료기술을 겸전코자 연구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독의 적절하고 안전한 용약법을 부단히 연구하여 초심자들조차도 임상에서 고방의 처방들을 운용하여 적효를 얻을지언정 패증을 면할 수 있는 치료기술의 전수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복치의학회는 학회창립으로부터 아직 5년이 지나지 않은 신생학회에 불과합니다. 한의약으로 현대의 난치 고질의 중병을 정복해 보고자 하는 치료의학의 길도 역시 아직은 그 초입에 불과합니다. 고방의 치료기술을 탐구하여 한의학을 치료의학으로 정립코자하는 복치의학회의 첫걸음에 이후로도 아무쪼록 강호제현의 지속적인 조언과 애정어린 질타를 앙망하는 바입니다.

 노의준 / 복치의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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